‘친박의 벽’ 넘지 못한 ‘계파 회담’…갈등 제2라운드?

 

지난 19일 19대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떠나는 김무성 전 대표(왼쪽)와 5월 3일 새누리 20대 1기 당선자 총회에서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진석 당선인과 악수하는 최경환 의원. (사진 제공=연합뉴스)
▲ 지난 19일 19대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뒤 회의장을 떠나는 김무성 전 대표(왼쪽)와 5월 3일 새누리 20대 1기 당선자 총회에서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정진석 당선인과 악수하는 최경환 의원. (사진 제공=연합뉴스)

[폴리뉴스 이혜진 기자] 4‧13 총선이 어느덧 40여일이 지났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아직 ‘오월동주(吳越同舟·어려운 상황 속에서 원수들끼리 서로 협력해야 하는 상황)’의 상황이다.

지난 24일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가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 친박계 최경환 의원과 만나 3자회동을 가졌지만, 불과 하루 만에 당 안팎에서 ‘밀실 합의’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이날 회동에서 당권‧대권의 분리 규정 폐지 여부를 논의한 것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 같은 규정이 폐지되면 친박계 의원이 당 대표를 맡을시 그가 대선에 직접 뛰어들거나 후보 선정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지금보다 친박의 ‘권력 남용’이 더 심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친박계에 최경환이라는 유력한 당 대표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논의는 사실상 당권을 친박계에 넘겨주는 것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어쨌든 합의 당사자인 세 사람은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다음날인 25일, 합의가 아니었다면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이를 통해 새누리당은 당내 의원들의 불만이 속속 드러남에 따라 표면적으로는 갈등이 봉합된 듯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기존의 계파 갈등이 오히려 악화된 모습이다.

이에 지난 10여 일 동안의 새누리당의 계파 갈등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17일, 전국위원회 파행

지난 17일 새누리당의 전국위원회는 친박계 의원들의 대거 불참으로 인해 파행으로 끝나버렸다. 당 비대위원회와 혁신위원회에 비박계 의원들이 발탁됐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대해 비박계는 친박계가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이 있기 때문에, 당 혁신을 이끌 수 없다며 맞섰다.

18~19일, 친박-비박의 날선 공방

전국위가 파행된 다음날인 18일, 당내 각 계파의 의원들은 본격적으로 상대 계파의 잘못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비대위 인선이) 비박 중에서도 대통령과 친박을 공격하는 ‘강성’들로만 이뤄졌다”며 “(비박계 비대위원들이) 당의 화합을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박계 김성태 의원은 이날 같은 방송에서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계파적인 시각을 갖고 인선 운운하는 자체가 잘못을 깨우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친박계가 요구하는) 새로운 비대위 인선은 필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튿날인 19일, 같은 비박계인 정병국 의원은 ‘신율의 출발새아침’에 출연해 “계파를 청산하기 위해 비대위를 만드는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 ‘계파 안배가 안 됐으니 다시 하자’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특정 사람의 이해관계에 의해 선을 긋는 오만함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친박계를 정조준했다.

20일, 성과 없이 끝난 중진연석회의

이에 새누리당은 지난 20일,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4선 이상 중진연석회의를 개최했다. 하지만 정 원내대표에게 비대위-혁신위 구성 문제에 대한 전권을 위임한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내렸다. 또 이 자리에서 당은 원내대표와 혁신위원장을 분리하고, 혁신위원장은 외부에서 영입하기로 했으나, 위원장 인선을 놓고 계파 간 견해가 엇갈리면서 당의 내홍은 가라앉지 않았다.

21일, 끝나지 않은 친박의 공격

중진연석회의를 성과 없이 끝낸 다음날인 21일, 친박계의 재선 의원은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정 원내대표가 독단적인 당 운영을 한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 인선안을 제대로 고치지 않으면 사태가 진정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날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19대 총선 당시 친박계의 요구로 지역구인 충남 공주 대신 서울 중구에 출마했던 사실을 거론, “친박에 빚진 게 없다. 오히려 그쪽에서 내게 빚이 있다”며 자신을 향한 친박의 공격에 맞대응했다.

22일, 정진석 “친박·비박 간판 내리자” 호소했지만…

이처럼 갈등이 반복되자 정 원내대표는 이날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언론도 친박과 비박이란 표현을 쓰지 말아달라”며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 주류, 비주류라고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날 김영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9대 국회에서 소위 친박‧비박의 프레임이 생겨났다”며 “우리 의원들이 그 프레임의 덫에 걸려버렸다”고 자조적인 목소리를 냈다. 정 원내대표의 발언과 상관없이 오히려 친박과 비박이라는 계파 프레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 것이다.

24일, 정진석‧최경환‧김무성의 ‘계파 회담’

‘친박 쿠테타’로 전대위가 무산된지 1주일 만인 24일, 정진석 원내대표는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 친박계 최경환 의원과 3자 회동을 가졌다. 그러나 이날 회동이 언론에 의해 ‘합의’로 알려지자, 당 내부의 반발이 일어났다.

비박계 하태경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계파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방식으로 이렇게까지 거칠게 회동을 하고 공개한 것이 당의 혁신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며 “양 계파의 수장이 합의해 사전 가이드라인을 주면 비상대책위원회 내에서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하겠느냐. 명백한 월권이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친박으로 분류되는 정우택 의원도 같은 날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정 원내대표 스스로가 친박과 비박 얘기를 하지 말자고 해놓고는 기득권을 더욱 인정해주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 중진회의 때 참석도 안 한 김 전 대표와 최 의원을 별도로 만나 계파의 수장을 만난 것 같은 인상을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다음날인 25일, 이와 같이 ‘3자 회동’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회동의 당사자들은 각자 회동의 의미를 ‘합의’에서 ‘조언’, ‘공감’ 등으로 끌어내렸다. 이에 따라 계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여전히 미지수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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