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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한국경제 진단과 나아갈 길…박승 前 한은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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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Ⅰ.정부 경기부양책이 왜 공전하는가?

    정부는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년전부터 재정금융을 중심으로 하는 경기부양책을 써왔다. 재정지출은 매년 확대해 왔고 그러는 사이 국가부채는 크게 늘었다. 부동산시장을 부양한다고 가계부채도 급증했다. 

    중앙은행의 정책금리는 사상 최저인 1.25%까지 내렸고 시중에는 막대한 유동성이 풀려 나갔다. 그런데도 경기는 끔적도 하지 않고 있다. 투자 수출 소비 모두 개선되지 않고 있고 경제성장은 2%대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민생경기도 나아질 기미가 없다. 

    왜 그런가?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먹히지 않고 있는 이유를 다음 두 가지에서 찾는다. 하나는 현 경기침체는 구조적인 것인데 정부는 순환적 침체에 대한 처방을 중심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현 경기침체의 본질은 가계빈혈로 인한 민생위기인데 정부는 계속 대기업을 도와서 투자와 수출을 늘려 성장률을 높이려고 하는 낡은 산업화시대 패러다임에 묶여 있는 것이다. 

    1. 순환적 침체 아닌 구조적 침체
    경기침체에는 순환적침체와 구조적침체가 있다. 순환적침체는 경기변동과정에서 현실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현저히 낮아 경기가 일시적으로 침체하는 경우인데 이 경우에는 재정금융정책이 유효한 치유수단이 될 수 있다. 침체기에는 금리인하와 재정확대, 그리고 호황기에는 금리인상과 재정긴축정책을 쓴다. 

    이와 달리 구조적침체는 잠재성장률 자체가 추세적으로 계속 하락하여 나타나는 침체현상인데 이 경우에는 잠재성장률을 떨어트리는 원인을 제거하는 구조개혁으로 대응해야만 치유될 수 있다. 재정금융적인 경기부양책으로는 치유될 수 없으며 미봉책에 불과하다. 

    여기서 말하는 구조개혁이란 잠재성장력에 영향을 미치는 소득분배구조 산업구조 저출산노령화 노사관계 조세구조 교육제도 부동산 등 사회전반에 걸친 제도적 개혁을 뜻한다. 구조적침체인 경우에도 재정확대나 금리인하와 같은 경기부양책을 쓸 수는 있으나 그 경우는 그러한  부양책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구조개혁을 지원하는 효과가 있는 경우, 또는 일시적 진통효과가 필요한 경우이다. 
      
    구조적침체에 대해 계속 단기부양책으로 대응하면 어떻게 되는가. 부동산이나 금융자산과 같은 자산시장에 활력을 넣어 당장 가시적인 부양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수요나 투자수요를 늘이는 효과는 미미하고 그러한 단기부양책이 장기화 할 경우 유동성을 아무리 풀어도 유동성 함정의 내성이 생겨 경기침체가  장기불황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지난 20여 년간 일본의 경험이 그러한 사례에 속한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이후 환율이 1985년의 달러 당 238엔에서 1989년 128엔으로 내려가고 경제성장률은 같은 기간 6%에서 2%로 하락하였다. 이 때 경기부양을 위해 제로금리의 금융완화정책과 적자재정에 의한 재정확대정책을 쓰기 시작했다. 

    그 결과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이 폭등하여 체감경기가 일시 호전되었으나 1991년부터 자산시장의 거품이 붕괴되어 부동산과 주식의 가격폭락과 이에 따른 금융위기를 맞고 공적자금까지 투입한 바 있다. 그 뒤 오늘날 까지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유동성이 재정과 금융을 통해 투입되었지만 오늘의 결과는 제로성장과 제로물가의 침체현상이다. 

    그러는 사이 20여 년 전의 건전재정은 2015년 GDP의 246%라는 세계최고의 부채재정으로 바뀌었고 금리는 마이너스 수준까지 내린 것이다. 일본은 1990년경 이미 저 출산 과 노령화, 그리고 생산과 투자의 경쟁력 상실로 인해 구조적 침체국면에 진입했던 것인데 이것을 환율면의 엔화절상으로 인한 일시적 침체현상으로 오진했던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경기침체는 두 말 할 것도 없이 구조적인 것이다. 그것은 잠재성장률이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현재 잠재성장률과 현실성장률이 다 같이 3%내외 수준이라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구조개혁을 중심으로 대응해야 할 것인데 정부는 시종 단기부양책을 중심으로 대처 하고 있는 것이다. 
      
    2. 현 경제위기의 본질은 민생위기
    지금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과 현실성장률이 대체로 3%내외이다. 우리는 앞으로 복지를 크게 늘리고  통일비용도 부담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률을 4%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성장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 위기의 본질은 저성장으로 인한 성장위기가 아니라 민생고로 인한 민생위기다. 지금 우리의 거시성장지표를 보면 경제성장률 3%내외, 근원소비자 물가 2%내외, 경상수지 흑자 1000억 달러 내외로 집약해 볼 수 있는데 이것은 OECD 34개국 가운데 상위권에 속한다.  

    문제는 연 3%의 성장과실도 가계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고 가계부채는 급증하고 있고 전월세 등 주거비는 크게 오르고 있고 사교육비는 늘어만 가고 있어서 갈수록 먹고살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데 있다. 
      
    따라서 경기대책의 핵심은 가계소득 증대, 소득분배 양극화 해소, 기업소득의 가계환류 촉진, 빈부격차 축소, 가계소비 증대, 가계부채 부담축소, 주거비와 교육비의 부담경감 등 가계보호에 있어야 할 것인데 정부의 경기대책은 반대로 투자와 수출증대, 대기업소득 보호 등을 통한 성장촉진정책, 즉 낡은 과거의 산업화시대 패러다임에 갇혀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방향이 옳지 않다는 것은 아래 장에서 상세히 언급할 것이다. 

    Ⅱ 경제정책 대전환이 있어야 한다.

    한국은 산업화과정에서 압축적 고도성장에 성공했다. 그 때 우리는 투자할 곳은 많았지만 자본과 기술이 없었으며 저가 양질의 풍부한 노동력만 부존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한국의 산업화는 자본과 기술을 수입하고 여기에 국내 노동력을 결합하여 공장을 짓고 생산해서 이것을 수출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의 경제성장을 기획하고 연출한 것은 정부였으며 직접 실행한 것은 대기업이었다. 그래서 그동안의 경제성장은 제조업주도, 투자주도, 수출주도, 대기업주도, 정부주도의 형태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환경은 전연 다른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그 동안 임금상승, 주거비와 교육비 상승, 투쟁적인 노사관계 등 고비용 저효율 현상이 구조화함으로서 우리나라의 제조업, 투자, 수출은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더구나 중국 등 신흥국들의 부상은 이러한 한국의 환경변화를 촉진하는 요인이었다. 그리하여 이제 한국의 경제성장에 있어서 제조업이나 투자나 수출은 과거와 같이 성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표1)에서 볼 수 있다. 1990년대 까지는 투자나 수출이나 제조업성장이 모두 두 자리 수의 성장을 해서 7~8%의 고도성장을 이끌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이들의 성장률이 3%수준을 넘기 어렵다는 한계에 이르렀고 수출의 경우에는 오히려 감소세로 나타나 2015년 수출은 8%나 줄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과거와 같이 제조업이나 투자나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는 정책을 고집한다면 한국은 3% 이내의 저성장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한국의 식어가는 성장활력을 되살리려면 투자나 수출이나 제조업이 당면하고 있는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안이 무엇인가? 그 대안을 찾는 정책은 어떤 것인가?

    첫째, 투자와 수출의 한계를 극복하는 전략적 부문은 소비다. 소비는 그 동안 경제성장에 있어서 천더기처럼 소외되어 왔다. 소비는 줄이고 저축을 늘리라고 했다. 그래서 기업들이 투자하도록 자금을 대주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 투자나 수출보다도 소비가 성장을 주도해야 하는 단계에 왔으며 이런 점에서 경제성장의 전략변수는 투자나 수출이 아니라 소비이다. 오늘날 선진국들의 경제성장은 예외 없이 소비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우리도 이제 그러한 성장방식을 따라야 할 단계에 이른 것이다. 투자나 수출은 대외경쟁력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우리 자체의 노력만으로 증가시키는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소비는 국내적인 것인 만큼 가계가처분소득 조정, 빈부격차 축소 등 소득분배 과정을 통해 정책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민간소비의 동향을 보면 최근 3년간(2013~15) 평균 증가율이 1.9%에 불과 했다. 이 기간 중 경제성장률이 3%였음을 감안하면 소비가 경제성장률만큼만 늘어도 4%내외의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서 앞으로는 가계소비가 기업투자나 수출과 함께 성장을 이끌어 가는 모습이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제조업의 성장주도력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으며 그 빈자리를 서비스업이 채워야 한다. 제조업은 대외 경쟁력이 있어야 성장을 주도 해 갈 수 있다. 그러나 국내 고비용 구조와 저임금신흥국들에 대한 경쟁력 상실로 인해 제조업 성장은 3%를 넘기 어려운 한계에 와 있다. 

    더구나 제조업은 성장해도 고용은 늘지 않는다. 부가가치 10억 원당 고용인원을 나타내는 고용유발계수를 보면 예컨대 화학제품의 경우 1990년의 49.2에서 2013년에는 4.3으로 감소했으며 2013년을 기준으로 보면 제조업이 5내외인데 비해 서비스업은 그 3배에 해당하는 15내외이다. 더구나 서비스산업은 국제경쟁력의 제약을 받지 않는 내수산업이라는 점이 제조업과 크게 가른 점이다. 

    서비스업 가운데서도 특히 사업지원서비스, 과학기술서비스, 교육 보건 복지서비스, 문화체육서비스 등은 고용유발력이 높고 성장견인력이 커 이 부문의 서비스 육성에 집중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서비스업이 제조업과 함께 성장과 고용을 이끌어 가야 할 것이다. 
      
    셋째, 그 동안의 경제성장은 대기업이 주도 해 왔으며 가계는 소외되어 왔다. 이렇게 된 것은 투자와 수출을 대기업이 맡아 해왔기 때문에 정부는 대기업에 온갖 특혜지원을 해 왔던 것이고 가계는 소비를 절약하고 저축을 늘려 대기업에 투자자금을 도와주는 소극적인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투자와 수출의 성장주도력이 한계에 이른 지금에 와서는 가계가 소비를 통해 성장을 주도해 가야  하며 이런 점에서 가계와 기업이 쌍 끌이 하는 성장체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 까지는 기업성장이 투자를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는 이른바 낙수효과(Trickling effect)에 의한 성장방식이었다면 앞으로는 가계소비가 기업소득을 늘려 성장을 이끌어가는 이른바 분수효과(Fountain effect)에 의한 성장과 서로 보완적으로 경제성장을 견인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지금까지는 선성장후복지의 성장방식이었다. 대기업에 의한 투자와 수출이 성장을 주도하는 산업화단계에서의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러나 투자나 수출보다 소비가 성장을 주도해야 하는 단계에서는 성장과 복지가 같이 가야 한다. 더구나 지금처럼 성장보다 복지가 너무 뒤져있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복지가 성장을 과도적으로 앞서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 단계에서의 복지증대정책은 국민생활수준을 높일 뿐 아니라 소비증대를 통한 성장촉진에도 유효하다 할 것이다. 근래에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려는 움직임, 그리고 일본 아베정부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원칙을 법제화 하려는 움직임 등은 모두 이러한 정책방향이라 할 것이다. 

    Ⅲ 분배양극화와 민생위기

    1. 소득순환경색과 분배양극화
    1) 소득분배의 순환경로가 막혀 분배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소득이 국내투자 되어 고용과 가계소득증대로 선순환 되었던 반면 지금은 대기업이 기업소득의 국내투자를 기피하고 해외에 투자하거나 사내유보로 쌓기 때문에 가계로의 소득순환이 제대로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표2)와 (표3)에서 확인 할 수 있다. 특히 (표3)에서 국민총소득 중 가계소득 비중이 1992~3년의 71.5%에서 2013~14년에는 61.7%로 줄고 법인기업 소득은 15.9%에서 25.1%로 증가하였는데 이 기간 중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가계비중이 3%포인트 이상 증가하였다. 이것은 한국의 소득양극화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가를 말해주는 것이다.


    2) 국민저축도 가계부문과 기업 간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표4). 1990년대에 20%수준이었던 가계저축률은 2012~14평균 4.8%로 감소하여 독일의 12% 미국의 6%보다도 낮다. 특히 기업에 집중되는 저축은 국내투자보다도 해외투자와 사내유보로 활용됨으로서 저소비 저고용 저성장의 원인이 되고 있다. 

    3) 소득분배에 있어 빈부격차는 커지고 중산층은 줄어들고 빈곤층은 늘어나는 역주행 현상이 깊어지고 있다. 2016년 IMF의 아시아 소득분배에 관한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최상위 10%소득자가 전체소득에서 점하는 비율은 1995년의 29%에서 2013년에는 42%로 증가하였는데 이 비율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것이라고 지적 하였다.
     
    한편 중산층(중위소득 50%-150%구간)이 전체 인구에서 점하는 비율은 (표 5)에서 보는바와 같이 감소하고 있고 빈곤층(중위소득 50%이하 소득계층)의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경제가 발전할수록 소득분배가 개선되는 것이 정상인데 우리는 역주행하고 있는 것이다.

    4) 이러한 소득분배의 악화현상은 부와 빈곤을 세습화하고 계층상승의 기회를 단절시키고 있다. 평생 모아도 내 집 마련이 어려운 현실에서 부모의 도움 없이는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집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어떤 부모에게서 태어나느냐에 따라 날 때부터 정해진다. 그 뿐 아니라 과거에는 교육이 계층상승의 기회가 되었으나 지금은 오히려 교육이 계층 대물림의 수단이 되어 있다.(2015년 4월 KDI 연구보고서). 그 결과 소외계층은 절망하고 체념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여기서 ‘헬 조선’ ‘흙 수저’ 등의 자조 섞인 말이 젊은 세대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이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전 국민의 91%가 부와 가난의 대물림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답하고 있고 전 국민의 81%가 계층상승이 한국에서는 불가능 하다고 답하고 있다. 2015년 ‘신동아’의 2~30대에 대한 조사에서 전체의 78%가 빈부격차는 계속 더 커질 것이라고 답했고 전체의 51%는 나아질 희망이 없어 한국에서 살기 싫다고 답했다. 어느 사회에나 잘 사는 사람이 있고 못사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못 사는 사람도 내 자녀들은 노력해서 잘 사는 계층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한다. 이 희망이 없는 삶은 살맛이 나지 않는 삶이며 이러한 사회는 매우 불안하고 위험한 사회이다. 우리는 이러한 일련의 사실들을 한국사회에 대한 위기경고로 받아들이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2. 경제성장과 국민생활의 괴리
    2015년 잠정추계치로 보면 1인당 총소득이 한국은 2만7200달러 일본은 3만2400달러이고 미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대개 4~5만 달러에 있다. 우리는 산업화 과정의 고도성장에 힘입어 소득수준이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다.
      
    그러나 국민생활의 질은 OECD 34개국 가운데 꼴지 수준이다. 복지수준에 대한 국가경쟁력은 조사대상 OECD 33개국 중 32위이고 GDP에 대한 정부 복지지출의 비중은 28개국 중 28위이다. 출산율, 국민행복지수, 청소년 생활만족도 등은 꼴지 인 반면 노인빈곤률이나 자살률 등은 가장 높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하는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조사대상 61개국 중 2007년 세계 11위에서 2015년 26위 그리고 2016년에는 29위로 내려갔다. 
      
    이처럼 소득수준과 삶의 질 간의 현저한 괴리는 그동안 부동산 중심사회에서 부의 편재, 나만 잘 살면 되는 경제 질서 그리고 오늘날 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선성장 후복지정책이 낳은 결과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향후 우리나라 경제정책은 이 괴리현상을 치유하는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Ⅳ 민생위기 해법은 분배구조개혁

    1. 소득재분배에 정부가 나서야
    지난 산업화 과정에서는 경제성장에 따라 소득분배도 개선되고 경제성장률만큼 가계소득도 늘었다. 이렇게 된 것은 기업소득→ 투자→고용→가계소득의 선순환이 이루어졌기 때문인데 이러한 선순환은 시장기능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양극화현상으로 인해 이러한 선순환 구조가 막히게 된 것이다. 이것은 분배면의 시장실패라 하겠는데 이런 경우에는 마땅히 정부가 나서야 한다. 

    이것이 정부의 소득재분배 정책이다. 이러한 재분배정책이 해야 할 과제는 기업과 가계간의 소득순환을 정상화시켜 기업과 가계간의 소득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일, 빈부격차를 완화하고 빈곤층의 중산층화를 촉진하는 일, 계층상승이 쉽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기회균등의 환경을 조성하는 일, 재정투자를 늘려 민간의 국내투자 감소에 대응하여 성장과 고용을 보완하는 일 등이다.

    그런데 한국의 정부에 의한 소득재분배기능은 OECD국가 중에서 가장 취약한 상태에 있으며 이 때문에 소득양극화현상은 시정되지 않고 복지수준은 소득수준에 비해 현저히 낙후된 상황에 있다. 예를 들면 2015년의 노인빈곤율이 한국은 50%로 OECD 34개국 중 1위인데 그 내용을 보면 재분배가 있기 전의 1차분배에서는 노인빈곤율이 OECD는 평균 70% 한국은 61%로 한국의 빈곤율이 낮지만 연금지급 등 재분배후에는 OECD 12% 한국 50%로서 한국의 노인빈곤율이 월등히 높은 것이다. 이처럼 한국의 분배위기 문제는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1차분배 때문이 아니라 정부가 해야 하는 2차분배 즉 재분배 기능이 낮기 때문인 것이다.  

    (표6)에서 우리는 한국의 소득재분배기능이 OECD 나라들 가운데  꼴지 주준이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가 우리국민들 삶의 질을 소득수준에 비해 현저히 뒤지도록 한 것이고 더 나아가 오늘에 와서는 이것이 소비침체를 유발하여 저성장의 원인이 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소득재분배를 통한 분배개혁은 중요하고도 시급하다고 아니 할 수 없다.

    2. 소득재분배의 재원마련
    소득재분배를 위한 재원은 재정건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법으로 마련해야 한다. 그러자면 증세, 각종 사회보험료  현실화, 공기업의 흑자경영과 부채축소, 공공부문 연금개혁을 통해 연간 대략 100조원 이상의 재원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증세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2007년의 21%에서 2015년 18%로 역주행 해왔다. (표6)에서 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18%(OECD26%), 사회보험료 등을 포합하는 총 국민부담률은 24%(OECD 35~45%)로서 OECD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 

    세금이라면 내기만 하는 것, 빼앗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내고 되돌려 받는 것’이며 전체적으로 낸 것보다 더 되돌려 받도록 하는 것이 재분배정책의 취지이다. 증세에는 전 국민이 모두 참여해야 하지만 재분배의 취지에 비추어 대기업과 고소득층이 더 부담토록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법인세, 고소득자 소득세, 부동산 보유세, 부가가치세 등을 중심으로 세수를 늘려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상승에 대한 과세가 사실상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점, 우리나라 부동산보유세율이 너무 낮다는 점(한국 0.15%, 미국 일본 영국 등 1~1.5%), 최 상위 소득계층에 대한 개인소득세율(38%)가 너무 낮다는 점 등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서민대중도 증세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부가가치세도 올려야 할 것이다. 
      
    법인세율을 올려야 한다고 하면 투자가 줄어 성장을 해친다는 반론이 있는데 이에 대해 다음 두 가지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의 법인세율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3년만 해도 34%였으나 그 뒤 계속 내려 지금은 22%이다. 

    그러나 각종 조세감면이 많아 기업이 실제 부담하는 실효세율은 2014년 14%에 불과 하여 OECD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선진국의 법인세율은 30%대이며 실효세율도 대개25%를 넘는다. 더구나 이런 나라에서는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차익에 고율과세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나라의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의 세 부담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높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게이츠 회장은 2015년 5월 CNN에 출연하여 “미국의 법인세율이 높아 이것이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말한바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세금을 전연 내지 않는 면세자 비율이 매우 높아 법인세와 개인소득세의 면세자비율이 2014년 현재 다 같이 48%에 이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조정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법인세 부담증가가 투자를 감소시키는가 하는 문제이다. 투자수요는 많은데 기업에 자금이 없어 투자를 못할 때에는 그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법인세율을 내려준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자금은 여유가 있는데  투자할 데가 없다. 그래서 해외에 투자하고 200조원 내외의 현금성 사내유보금을 싸놓고 있는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법인세 부담이 국내투자를 감축시킨다는 것은 설득력이 적다. 오히려 그 법인소득을 가계로 환류시켜 소비증대를 통해 기업성장과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국민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정부는 법인세를 더 내도록 하는 대신 노동개혁을 통해 노사관계를 개선시켜준다면 기업도 흔쾌히 협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법인세는 현재 14%인 실효세율을 20%까지는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득세 부담도 늘려야 한다. 2013년의 경우로 보면  GDP에 대한 소득세수의 비율은 OECD평균 8.7%인데 우리는 3.6%이며 총 조세 중 소득세의 비중도 미국 캐나다 등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30%이상인데 우리는 15%에 불과하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고소득에 대한 소득세율이 38%인데 이것은 너무 낮으며 예컨대 연소득 5억 원 이상의 고소득에 대해서는 누진적으로 훨씬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면세자 비율이 높아 개인소득세와 법인소득세의 면세자 비율이 2014년 현재 다 같이 48%에 이르고 있는데 이것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 등 자산의 보유과세도 우리나라는 세 부담이 선진국의 10~20%에 불과하다. 부가가치세는 서민들이 부담하는 역진세이지만 우리나라의 세율10%는 다른 나라보다 대체로 낮아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 

    3. 소득재분배 지출
    1) 복지적 지출, 가계소득 증대
    생존·교육·의료 등 3대 국민기본수요의 단계적 사회화를 통하여 빈부격차   축소, 국민복지 증대, 소비증대를 통한 성장촉진, 계층상승의 희망 있는 시장 경제를 구현토록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적시한다면 다음과 같다.

    - 출산과 보육비용의 완전 사회화로 저 출산문제 해결
    - 최빈곤층 기초생활 보장 강화, 노령 취약계층에 대한 보장 강화
    - 교육기회 균등: 실업고등학교 완전 무상화, 저소득계층 자녀에 대한 일반 고등학교 무상화와 대학교 등록금 지원
    - 최저임금 대폭 인상, 비정규직 임금인상으로 정규직과의 격차축소, 실업자 생활보장 강화, 재취업훈련 등 노동복지 개선      
    - 노후보장을 위한 국민연금 확대, 저소득층 의료보장 강화
    - 기업소득 환류세 강화, 상장기업의 배당증대 유도

    2) 재정투자 증대 
    민간기업의 국내투자기피로 인한 성장둔화와 소득순환 장애를 재정투자로 보완한다. 소득재분배적 재정투자는 국민복지 시설, 환경개선 사업, 고용창출을 위한 사업, 국민생활편익을 위한 사회간접자본 등에 중점 투자한다. 

    3) 정부는 이러한 소득재분배정책의 종합계획을 마련하여 공표한다.    

    Ⅴ 맺는 말

    한국경제는 성장과 분배 양면의 위기에 당면해 있다. 이 위기는 경기변동과정에서의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구조적이고 추세적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재정금융적인 부양책으로는 치유될 수 없으며  구조개혁을 통해서만 치유될 수 있다.
      
    이러한 구조개혁은 잠재성장능력을 확대하는 성장구조개혁과 분배를 개선하고 가계소득을 늘려주는 분배구조개혁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이 두 가지는  병행해야 한다. 이 두 가지는 다 같이 필요하지만 굳이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분배개혁이 앞서야 한다. 그 이유는 향후 우리의 성장은 투자나 수출보다 소비가 전략변수라는 점, 현 경제위기의 본질이 성장보다 민생이라는 점, 현재 우리경제는 성장보다 복지가 더 뒤떨어져 있다는 점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성장개혁을 위해서는 강도 높은 노동개혁, 규제개혁, 저출산 노령화 대책, 교육개혁과 주거비개혁 등이 있어야 하고 분배개혁을 위해서는 획기적인 증세정책, 정부의 재분배 정책, 양극화해소 및 빈부격차축소 대책, 사회보장 확대정책 등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에서 이러한 구조개혁은 성공하기 어렵다. 이러한 개혁은 엄청난 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데 이 변화로 인해 피해를 보는 계층의 저항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노동개혁을 하자고 하면 노동조합이 반대할 것이고 소득재분배를 위해 증세를 하자고 하면 고소득층이 반대할 것이다. 그래서 성장구조개혁은 진보층 ‧근로자 ‧저소득층이 반대할 것이고 분배구조개혁은 보수층 ‧대기업 ‧고소득층이 반대할 것이니 그러한 개혁은 사회갈등만 조성하고 실현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로 두 가지의 구조개혁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어 동시 추진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모든 계층이 손익을 서고 주고받게 될 것이므로 개혁에 대한 저항은 줄어들 것이다. 예컨대 대기업은 노동개혁과 규제개혁이 이루어진다면 법인세는 흔쾌히 더 낼 수 있을 것이고 노동자들은 소득재분배 정책을 통해 노동복지가 상향되고 실업과 노후대책이 강화된다면 노동개혁에 동의 할 수 있을 것이다. 

    2003년 독일의 사회당 에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의  노동개혁은 성공했는데 우리나라 노동개혁은 실패하고 있는 근본 이유는 노동자들에게 얼마만큼의 복지대가를 주는가 하는 것이다.
      
    둘째로 이러한 구조개혁은 국민통합 운동과 연계하여 추진해야 한다. 성장과 분배 양면에 걸친 구조개혁은 국민들의 엄청난 이해관계 충돌을 수반하게 될 것이므로 전체 사회발전을 위해 개인이익을 자제할 수 있는 대승적 합의가 필요하다. 

    한국사회는 지금 계층 지역 이념 남북 간의 갈등과 대립이 매우 심각한 상황인데 이를 통합하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계층통합을 위해서는 저소득층에 대한 보호와 지원, 지역통합을 위해서는 낙후지역에 대한 보호와 지원, 이념통합을 위해서는 중도영역의 확장과 보수 진보간의 보완적 포용, 남북통합을 위해서는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의 길을 넓혀야 할 것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을 성취시키는 능력이 정치적 리더십이다. 이러한 개혁이 하루 속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정상명 기자 jsm7804@poli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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