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3野, 신중한 ‘더민주’ 강경한 ‘국민의당·정의당’

[폴리뉴스 김동용 기자]주한미군 배치가 결정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두고 정치권이 어수선한 분위기다. 특히 경북 성주가 배치지역으로 사실상 결정되면서 현지 주민들의 반발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당초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여야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으나, 일부 야권 인사들 중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비롯한 배치 자체엔 찬성하는 신중론자들이 생겨나면서 단순한 찬반논쟁이 아닌 무기의 효용성·안전성 등이 이슈가 되어 ‘사드배치 관련 긴급현안 대정부질문’까지 진행됐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역시 ‘사드’ 배치 자체가 아닌 결정 과정상의 문제다.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갖고 국민적 동의하에 결정됐어야 할 중차대한 문제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무기를 도입하는데 지금껏 국민적 동의를 얻은 전례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더 나아가 단순히 포병 1개 중대가 한국에 들어오는 정도로 치부하는 주장마저 제기되고 있다.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과 토머스 벤달 미8군사령관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발표를 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오른쪽)과 토머스 벤달 미8군사령관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배치 발표를 한 뒤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미, ‘사드’ 최적합지 경북 성주 결론
“군사적 효용성 따진 결과”

앞서 지난 12일 정부는 한반도 배치가 결정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배치지역으로 경북 성주읍 성산리 일대를 사실상 결정했다. 유례없는 신속한 결정이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이날 “군사적 효용성 등을 면밀하게 따져본 결과”라며 “공군 방공포대가 있는 경북 성주지역을 최적합지로 결론 내리고 한미 군 당국의 행정적인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미 군사적 효용성뿐만 아니라 인구 밀집도와 환경오염 발생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갑자기 이 같은 소식을 듣게 된 성주 군민들은 대노했다. 경북 성주군은 이날 ‘사드 성주 배치 반대 범군민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을 가졌으며, 다음날부터 ‘사드배치 반대 범군민궐기대회’ 개최에 이어 ‘범군민서명운동’ 전개와 국방부 항의 방문을 진행했다.

‘사드’ 배치 후보지로 성주가 급부상 한 이후 단식농성에 들어갔던 김항곤 성주군수는 지난 13일 오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인구가 적다고 해서 적합지란 건 말도 되지 않는다. 어떻게 우리 군민들을 우롱하느냐는 그런 감정”이라며 “사람 목숨 1명은 귀중하지 않나”라고 반발했다.

김 군수는 사드 배치 자체에 대해선 “국가 안보적인 차원에서 사드가 배치되는 것은 원칙적으로 찬성을 한다”면서도 “사드 배치라는 중차대한 국가정책 사업이 중앙정부와 지자체와의 소통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에 대해 우리 군민들이 용납을 지금 못하고 있다”고 분개했다. 결국 절차상의 문제가 가장 크다는 입장이었다.

한편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사드 성주군 배치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이해되나 그 결정 과정과 절차면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성주군민들의 희생과 불편,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충분히 헤아려 군민들의 요구를 전폭적으로 수용한 납득할 만한 수준의 안전·환경·지역발전 등의 대책들을 마련하고 이를 신속히 실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고 말해 사실상 사드 배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경북 성주 배치 선정 배경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실에서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경북 성주 배치 선정 배경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더민주 “사드, 심도 있는 토론 거쳐야”
국민의당 “반대·철회의 길로 동참해야”

‘사드’배치와 관련 미묘하게 의견이 엇갈린 건 성주군수와 경북도지사만이 아니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사드’배치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표명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우선 ‘사드’배치에 대한 당 내 심도 있는 토론을 거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물론 적극적으로 반대 의견을 밝히는 의원들도 있었으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비롯한 일부 지도부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 4·13 총선 이후 꾸준히 걸어온 소위 ‘안보는 우 클릭, 경제는 좌 클릭’ 기조가 ‘사드’배치 문제까지 이어지는 모양새였다.

이와 관련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13일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꼭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우리도 (사드 반대로) 당론을 정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같은 야권이라도 완벽하게 당론이 일치할 수는 없다. 거기(국민의당·정의당)는 거기고 우리는 우리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반대보다는 논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우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 ‘사드대책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사드’ 관련 “불필요한 논쟁” 발언에 대해 “대단히 부적절한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당론을 정하는 것에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우 원내대표 본인이 위원장을 맡는 당 내 ‘사드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국회 국방위원회간사 이철희 △외교통일위원회 간사 김경협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간사 홍익표 △외교통일위원회 원혜영 △기획재정위원회 윤호중 △정무위원회 정재호 △안전행정위원회 김영호 의원 등 대책위원들을 중심으로 당내 의견을 수렴하면서 ‘사드’대책을 만들어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더민주의 이 같은 움직임에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사드’ 배치 반대로 조속히 당론을 결정해줄 것을 촉구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전날 김종인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60년 전통 야당인 더민주 당사 사무실에서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의 흉상과 영정을 모시고 있다면 사드를 반대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국민의당은 어제 의원총회에서 국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사드배치를 반대하고 철회할 것을 당론으로 채택했다”며 “더민주에서도 여러 가지 토론과 갈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민주도 하루 속히 반대 철회의 길로 동참해 줄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당부했다.

지난 15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관련 주민설명회를 위해 경북 성주군청을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민들이 투척한 물병과 계란을 맞은 채 설명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지난 15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관련 주민설명회를 위해 경북 성주군청을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민들이 투척한 물병과 계란을 맞은 채 설명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황교안 성주방문에 성난 군민들 물병·계란 세례
성주 ‘사드배치저지투쟁위’ “황교안 감금? 언어도단”

‘사드’ 배치 지역으로 사실상 결정된 경북 성주 군민들의 반발이 계속 거세지면서 결국 황교안 국무총리는 성난 군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함께 지난 15일 성주를 방문했다.

이날 황 총리는 주민 설명회에서 미리 지역 주민들에 대한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을 사과하며 머리를 숙였다. 그는 “국민의 생명과 신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국가로서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다시 한 번 충분하게 말씀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자세를 낮췄다.

황 총리는 이어 주민들과 농작물 등의 안전까지 검토하겠다면서 “어제 국방과학연구소가 사드 레이더와 비슷한 그린파인 레이더에 대해서 전자파 강도를 검사한 결과 인체 보호 기준보다 훨씬 낮은 평가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드’ 배치가 안전하지 않다면 배치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한 총리는 미처 ‘사드’ 관련 주민설명회를 마치지도 못한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군민들은 황 총리에게 계란과 물병을 던지는 등 과격한 반응을 보였다. 일부 군민들은 경호 인력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으며, 간신히 빠져나온 황 총리가 버스에 올랐으나, 출구는 트랙터로 봉쇄당했다. 군민들은 황 총리가 탄 버스를 포위했으며, 이에 경찰이 포위망을 뚫는데 6시간이 넘게 소요됐다.

이날 황 총리의 감금사태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셈(ASEM·아시아 유럽 정상회담) 참석차 출국한 상태라 헌법상 대통령 권한대행을 수행해야 하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었다. 이에 유사시 대통령의 업무를 수행해야 할 총리가 6시간 넘게 한 지역에 갇혀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황 총리의 성주 방문 후 성주 ‘사드배치저지투쟁위원회’ 김안수 공동위원장은 일각에서 성주 군민들이 황 총리를 감금했다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언어도단”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어떻게 정부가 우리 농부들에게 감금을 당하겠나, 호도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그날 있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성주 군민이고 외부세력의 개입도 처음 듣는 소리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과 일부언론에서 주장하는 ‘외부세력’ 개입 의혹에 대한 해명이었다.

김 위원장은 또 “총리께서 (이미) 주민들이 격앙된 상태에서 오셨고, 또 우리가 듣고 싶은 얘기는 재검토나 철회부분이었는데, 정부 입장에서의 안전성과 어쩔 수 없는 필연성, 당위성을 말씀하시니까 그렇게 격앙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사드 성주배치 반대 범군민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지난 12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사드 성주배치 반대 범군민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野 “사드 배치, 국회 비준동의 필요한 문제”
與 “국방부 검토결과 비준 불필요”

국회에서는 비준동의 사안 여부를 놓고 논쟁이 뜨겁다. 야권은 주한미군기지의 평택이전 당시 국회 비준동의 절차를 밟은 전례를 언급하며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는 헌법 제 60조 1항까지 내세우고 있다.

지난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은 “사드배치는 근본적인 무기 체계의 변화일 뿐만 아니라 국민에게 막대한 재정적 부담을 줄 우려가 있어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이 국회 비준동의권을 침해한다면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 사드 배치 예정지가 발표될 때까지 국회 동의를 구하지 않으면 헌법재판소에 쟁송을 구할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이에 헌법재판소 김용헌 사무처장은 “사건이 접수되면 신속하고 공정하게 합리적 판결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더민주 박범계 의원은 “사드가 (평택기지 이전보다) 훨씬 더 동북아의 첨예한 군사적 이해 충돌 여지와 경제적 이해 충돌 여지가 있고, 심지어 엄청난 비용부담이 들어간다”며 “정부의 일방적 발표는 국회비준동의권이라는 국회의원의 고유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여당은 ‘사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방부가 검토한 결과에 의하면 ‘사드 배치 문제는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황 총리는 “기본적으로 북한이 지속적으로 핵 개발을 고도화하고 있어 지금 단계에서는 핵 도발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면서 “지금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선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 큰 우려를 하고 있다. (사드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대북 제재에 유용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국회 비준 불필요’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황교안 국무총리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與 “긴급현안질문 통해 확실한 정보 알리고 국민 납득시킬 것”
이완영의 탄식 “정부, 사드 일방적 발표에 거짓말까지”

결국 ‘사드배치 관련 긴급현안 대정부질문’이 지난 19일부터 이틀 간 실시됐다. 여권은 현안질문이 ‘사드’의 필요성·안정성 등 자세한 정보를 알리고 국민을 납득시키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긴급현안 질문 첫날 새누리당은 미국 ‘괌’에 실전 배치된 사드에서 측정된 전자파 조사결과 극히 미미한 수치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상욱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성주지역 주민들과 일부에서 제기하는 전자파에 대한 위험은 지나친 걱정이라는 것이 판명됐다”며 “사드 레이저에 대한 실증적 검증이 이뤄진 만큼, 이제 더 이상 괴담과 유언비어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희경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사드배치 긴급현안 대정부질문’ 첫날 “현재 (사드 관련) 팩트는 실종되고 비전문가들의 괴담만이 떠돌아 국민들을 불안으로 현혹하고 있다”며 “지금 대한민국은 선동은 쉽고 해명은 어렵다는 괴벨스의 말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사드배치’ 문제를 ‘이념 프레임’으로 몰아가면서 ‘사드’의 유해성에만 초점을 맞추려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었다. 그의 발언에는 날벼락처럼 ‘사드’ 배치를 통보받은 성주 군민의 입장이나, 국가안보라는 이유로 생략된 국민적 동의 절차 문제는 찾아볼 수 없었다.

전 의원이 생략한 ‘사드’배치 과정상의 문제제기는 결국 경북 성주군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같은 당의 이완영 의원의 몫이었다.

이 의원은 이날 ‘사드배치 긴급현안 대정부질문’에서 “제가 사드 배치 지역이 어디인지 수차례 문의했고, 발표 전날인 7월 12일 물었을 때도 ‘검토 중’이라고 했는데 왜 거짓말을 했느냐”며 “정부는 일방적인 발표와 결정만 일삼는다”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를 방문해 물병과 계란 세례를 받고 버스 안에 갇혔던 사태에 대해서는 “지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이자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까지 맡고 있는 저에게 방문 계획에 대해 상의하거나 연락하지 않았다”면서 “진정성은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국회 본회의장을 바라보며 “동료 국회의원님들 만약에 본인의 지역구에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긴다면 과연 국가를 생각해서 양보할 수 있겠느냐”며 “사드 배치가 정말로 국익에 필요하다면 절대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이런 식의 방법은 절대 아니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관련 주민설명회를 위해 경북 성주군청을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민들이 투척한 물병과 계란을 맞은 채 설명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 지난 15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관련 주민설명회를 위해 경북 성주군청을 방문한 황교안 국무총리가 주민들이 투척한 물병과 계란을 맞은 채 설명을 한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역 광장 사드반대 집회, 2천 성주군민 ‘파란리본’ 달고 집결
외부개입 의혹 의식한 듯, 침묵시위·일부 군민 삭발식

정부 입장의 ‘제자리 걸음’에 분노한 경북 성주 군민 2천여 명은 지난 21일 서울로 향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 광장에서 가슴마다 파란리본을 달고 성주군 마크가 그려진 명찰을 목에 건채 태극기를 흔들었다. 연일 정부여당과 일부 언론이 제기하고 있는 외부세력 개입 의혹과 ‘종북’ 논란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만큼 성주 군민들은 절박했다.

이날 무대에는 ‘청정지역 성주에 사드가 웬 말인가’, ‘경북 성주군 사드배치 결사반대’, ‘남북통일 세계평화’가 눈에 띄었으며, 무대 중앙 상단에는 ‘대한민국 어디에도 사드배치의 최적지란 있을 수 없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군민들은 무대에 올라 공연한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씨가 “우리가 사는 땅에 무엇을 지을지는 우리가 결정합니다”라며 “이는 세금을 내는 국민의 주권입니다”라고 말하자 “옳소! 우리 땅이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김항곤 성주 군수가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김 군수는 “5만 군민들의 힘으로 군민의 대표인 제가 대통령을 만나게 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방부의 사전 현장방문 및 주민설명회가 없었음을 지적하면서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무시한 채 강요하며 결정된 상황에 정부는 무조건 따르라고 하고 있다”며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는 지금도 소통이 안 되고 있다”고 분개했다.

김 군수는 “(사드가 배치될) 성산포대는 해발 389m다. 우리 군의 인구 절반인 2만 5천명이 거주하고 550여 개의 기업체가 힘차게 가동되고 있는 우리 군의 심장이다”며 “그 성주읍 바로 코앞이다. 그런 곳에 (포대가) 위치한다니 이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준다고 생각하겠느냐, 왜 우리 군민이 거세게 반발하는지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군수는 또 “우리 성주 군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대선 당시 86%가 지원했다. 이런 충정은 받아들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 뒤 “특히 외부세력이니, 종북세력이니 얼토당토 않는 얘기하며 성주를 고립시키려 해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한탄했다. 

김 군수는 발언을 마친 뒤 성주군 의회 배재만 의장과 함께 삭발식에 참여했다. 김 군수와 배 의장, 군 공무원 등 일곱여 명은 삭발식이 끝난 후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청와대로 출발했다. 이들이 출발할 때 군민들은 큰 소리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광장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라는 노랫말이 담긴 ‘헌법 제1조’가 흘러나왔다.

軍당국, 경북 성주 ‘사드’ 배치 재확인

성주 군민들의 거센 반발에도 군 당국은 지난 25일 경북 성주가 ‘사드’ 배치 지역임을 재확인했다. 국방부 문상균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부지는 발표한 내용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변인은 아울러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결국 환경영향평가가 비난 여론을 달래기 위한 요식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함께 성주 군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사드’배치를 강행처리 하겠다는 군 당국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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