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안팎에선 “전두환 예방,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처사” 비판 쇄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경북 성주와 김천 사드배치 반대 대책위 대표들을 만났다.(사진=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경북 성주와 김천 사드배치 반대 대책위 대표들을 만났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희원 기자]더불어민주당이 8일 추미애 대표가 오는 12일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예방키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발칵 뒤집혔다.

추 대표는 당 대표에 당선된 이후 그동안 야권에서 거부감을 드러내온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 참배 행보를 보였다.

당 대표 경선과정에서 선명성을 내세우며 강경한 모습을 보였던 추 대표가 그동안 민주 진영으로부터 외면 받아온 두 전직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것은 ‘파격’으로 평가됐다.

두 전직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한 것은 물론 추 대표가 처음은 아니었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올해 초 지도부와 함께 이들 묘역을 참배했다. 김 전 대표는 새누리당에서 비상대책위원 등으로 활동한 바 있는 보수성향의 인사이라는 점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하는 그의 행보가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당시 더민주가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당으로 분당된 비상상황이었기 때문에 모두 당 내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숨죽이는 분이기가 형성되면서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없었다. 특히 외부에서 영입돼 당의 수장이 된 김 전 대표가 운동권 정당 이미지와 이념 지향적 노선에서 탈피하지 못한다면 더민주는 수권정당이 되기 어렵다고 으름장을 놓으면서 당 내 비판 목소리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나 김 전 대표 직전 당의 수장이었던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해 2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로 선출된 직후 국민통합을 명분으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으나 최고위원 전원이 불참하는 등 반발이 거셌다. 당시 정청래 최고위원은 문 전 대표의 두 전직 대통령의 묘역 참배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한 고문이 ‘독일이 유대인 학살을 사과했다고 해서 유대인들이 히틀러 묘소 참배할 이유는 없다’고 했고 ‘일본이 과거사를 사과한다고 야스쿠니에 참배하고 천황에 절할 이유는 없다’는 말도 들었다”고 비판했다.

강한 ‘선명성’ 내세우던 추미애, 당 대표 당선 이후 변모

20대 총선 이후 새롭게 선출된 추 대표의 두 전직 대통령 참배에 대해서도 더민주 내부에서는 마음 속 깊은 곳에 마뜩지 않은 부분이 분명 있었다. 그러나 이미 전 대표들에 의해 ‘국민통합’ 명분으로 시작된 두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 흐름을 새삼스럽게 막고 나서기는 힘들다는 판단 아래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참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느닷없이 추 대표의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 계획이 알려지면서 발칵 뒤집힌 것이다. 추 대표 측에서는 ‘과거와의 화해’ 및 ‘국민통합’ ‘외연확대’를 위한 행보임을 강조했지만 “아무리 국민통합 행보를 한다는 명분이더라도 이건 아니다”라는 개탄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지도부 내에서는 추 대표가 사전에 최고위원들과 상의를 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존재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최운열 의원 주최로 열린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위한 정책세미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배경이 (따로) 없다. 큰 의미를 부여말라”며 “전직 대통령에 대해 돌아가신 분은 묘소에 가서 인사드렸고, 명절을 앞두고 살아계신 분에게 그냥 예를 갖추겠다는 정도”라고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이 대수로운 일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추 대표는 “더민주 대표가 돼서 돌아가신 대통령의 경우 묘소에 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 살아계신 대통령은 계신 곳을 방문하고…이렇게 인사를 드리겠다는 의미”라고 거듭 강조한 뒤 ‘호남에서 반발 여론이 예상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이는 호남, 비호남의 문제가 아니다”며 “그런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 군더더기나 해석은 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추 대표가 전 전 대통령의 예방이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은 지금까지의 행보와 비교했을 때 다소 의외의 반응이다.  

추 대표는 당 대표 선거운동 기간 내내 보수행보로 일관하는 김종인 전 대표와 ‘정체성’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추 대표는 당 강령정강정책 개정안에서 ‘노동자’ 표현을 삭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자 강력 반발했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치’ 내용 삭제도 반대했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에 대해서 찬반 당론을 정하지 않고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도 비판을 가했다.

추 대표는 여러 공식석상에서 사드 배치 반대 입장을 밝히며 당 대표가 될 경우 당론 채택을 위해 총의를 모으겠다고 밝혀왔다. 이 때문에 추 대표가 당 대표가 되면 더민주가 ‘좌클릭’할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었다.

그러나 추 대표는 막상 당 대표에 당선되자 사드 문제에 대해서 신중론을 유지하고 있다. 추 대표는 지난 7일 국회의사당내 당 대표실에서 ‘성주·김천투쟁위원회’ 관계자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사드 반대·철회’를 당론으로 채택해달라는 요구에 대해 “현지를 방문해 당론으로 반영을 해달라는 말씀을 주셨는데 적절한 시점을 찾아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추 대표의 당 대표 취임 이후 행보를 보면 강한 야당의 ‘선명성’을 앞세워 ‘좌클릭’ 할 것이라는 예초 예상과는 달리 중도, 보수층 공략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모습이다.

당 내 반발로 결국 ‘전두환 예방 없던 일로’

당 안팎에서는 군사반란과 5·18 민주화운동 가해자인 전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해 추 대표와 예비경선에서 경쟁을 벌였던 송영길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추미애 대표 전두환 예방 기사 설마 사실무근이기를. 대한민국 대법원이 판결한 헌정찬탈, 내란목적 살인범을 전직 대통령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광주 서구을 지역위원장인 양향자 최고위원은 이날 ‘폴리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국민과 역사 앞에 진실된 사죄를 하는 것이 먼저다.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은)그런 진심의 사죄가 있은 후 그게 받아들여지고 난 다음 할 수 있는 행보다”고 주장했다. 

박홍근 의원도 트위터를 통해 “추미애 대표의 전두환 전 대통령 예방을 놓고 ‘이건 뭐냐’라는 날선 질문에 저도 답을 못 찾겠다”며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예방을 안한다니 전직 대통령 예우 차원은 아니고, 대선 위한 동진이나 국민화합 차원이라면 하필 전 국민의 지탄을 받는 그분이 왜 먼저일까”라고 비판했다.

5·18민주화운동 유공자인 민병두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추 대표가 피해 당사자인 광주의 동의 없이 광주를 대표해 전두환씨와 화해할 자격이 있나”라며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처사”라고 강한 비판을 가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민주 대표가 예방하는 데 대해 저한테 결재 맡는 것도 아니고 노코멘트”라면서도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두 분은 전직 대통령예우법에 따른 예우자격이 박탈이 돼 있다”고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전당대회에서 추 대표를 전폭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친문(친문재인) 진영은 곤혹스러운 분위이다.

친문진영의 한 인사는 “문 전 대표와 일절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너무 갑작스러운 얘기라 당황스러울 따름이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결국 당 내 반발이 잇따르자 이날 오전 11시 긴급 최고위원회를 소집했고 회의 참석자들은 전 전 대통령 예방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민주 최고위원회는 결국 약 50분간의 논의 끝에 전 전 대통령 예방 계획을 취소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추미애 대표는 국민대통합 차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추진했으나 적절하지 못하다는 최고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하여 일정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추 대표가 일단 전 전 대통령 예방을 취소했으나 그 후폭풍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독재정권을 끝내고 민주주의를 투쟁으로 이끈 주역이라는 점과 민주정부 ‘10년’ 이룩을 훈장처럼 자랑하고 있는 제1야당 대표가 느닷없이 전 전 대통령 예방을 계획했다가 당 내 반발만 불러왔다는 점에서 초반부터 리더십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시사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이날 ‘표의 논리에 갇힌 추미애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폴리뉴스’ 칼럼을 통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신봉하는 제1야당의 대표가 군사반란과 시민학살의 주범인 전 씨를 예방하려 했던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고, 이를 취소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었다”며 “전 씨의 경우는 법적으로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박탈되어 있고 보수층까지도 지탄하고 있는 범죄자이다. 제1야당 대표가 찾아가서 웃으며 덕담을 나눌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는 얘기다”고 주장했다.

유 박사는 “추 대표는 국민통합을 말한다. 전 씨와 같은 사람을 찾아가는 것이 국민통합이라는 생각에 전혀 동의할 수 없지만, 어찌되었든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보수층의 표를 얻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었을 법하다”고 주장했다.

유 박사는 “적어도 정권교체를 다짐하는 제1야당의 대표라면 국민에 대한 신뢰라는 것이 있다. 표의 논리에 따라 조변석개하는 모습이 아니라, 자기가 했던 정치적 언행을 스스로 무겁게 대하는 모습을 보일 때 정치지도자에 대한 믿음이 가능한 것”이라며 “지금 추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제1야당 대표로서의 일관성을 보여달라는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신뢰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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