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으로는 모두 “협치”, 각 당 ‘생존 전략’에 몰두

지난 22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4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앞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div>
▲ 지난 22일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여야 4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국회 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앞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희원 기자]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두 달이 흘러가고 있다. 5‧9 대선으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여당도 자유한국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바뀌었다.

국회는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분당돼 원내 3당 체제가 형성됐고 탄핵 정국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이 분당되면서 원내 4당 체제가 형성됐다. 비교섭단체인 정의당까지 포함하면 5당 체제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여소야대 정국이 형성되면서 ‘협치’가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제19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대화하겠다. 야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다”며 “대화를 정례화하고 수시로 만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야당을 직접 방문해 협조를 구했고 지난달 19일에는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과 각 당 원내대표는 앞다퉈 협치를 다짐했다.

문재인 정부 ‘인사’ 단행되면서 여야 대치 본격화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두 달이 흘러가고 있는 상황에서 협치의 길은 난망해 보인다. 야당의 입에서는 “협치는 끝났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여야 모두 ‘협치’ 필요성에 한 목소리를 냈지만 ‘협치’라는 대의보다는 각 당 모두 자신들의 존재감 드러내기와 생존을 위한 전략 구사에 여념이 없어 보인다.

야당에서 본격적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가 단행되면서 부터다.

야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고위공직 후보자들이 대선후보 시절 약속한 ▲병역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 인사 배제 5대 원칙에 위배된 인사들이 다수 포함됐다며 사과를 요구하며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야당은 위장전입 의혹 등이 제기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며 임명 반대를 주장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과 강 장관의 임명을 강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강 장관을 임명하는 자리에서는 “인사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고 대통령과 야당 간에 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야당은 문 대통령이 김상조 위원장에 이어 강경화 장관까지 임명을 강행하자 “협치가 실종됐다”, “협치를 거부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야당의 반발로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일정 확정은 미뤄졌고 일부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도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허위 혼인신고 논란 등으로 자진 사퇴하자 야당은 문재인 정부의 인사가 ‘실패’했다며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인사 실패에 대해 소상히 밝혀야 한다며 날을 세우기 시작됐다.

지난 22일 여야 원내대표가 회동을 갖고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한 합의를 시도했으나 추가경정예산안(추경) 문제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최종합의에 실패했다.

자유한국당은 ‘추경 문제는 계속 논의한다’는 표현을 합의문에서 뺄 것을 요구했고 민주당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국회 정상화 합의문 채택이 결렬되면서 추경과 정부조직법 심사 문제 등은 제동이 걸렸지만 일단 야당은 인사청문회에는 참여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국회는 ‘반쪽’ 가동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을 ‘부적격 신(新) 3종 세트’로 명명하며 임명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애타는 민주당 “야당, 인사 추경 발목잡기”

민주당은 야당의 이같은 움직임을 ‘인사 발목잡기’ ‘추경 발목잡기’ ‘반대를 위한 반대’라며 날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에서 점차 협치의 꿈이 사라져가고 있다”며 “그러면서 야당은 대한민국의 대표선수인 대통령에게 왜 열심히 뛰지 않느냐고 질타를 하고, 여당에는 왜 야당을 더 많이 달래지 않느냐고 타박을 하고 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 대표는 “국정파탄에 책임이 있는 야당이 인사 발목잡기와 추경 발목잡기로 새 정부의 출발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에 대해 “자유한국당에 대해 마지막까지 설득하는 노력을 하겠으나, 그 노력마저 거부한다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두 야당들이라도 이번 주 부터 추경 심사에 나서야한다”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을 갈라치기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인사청문회에 대해 “아울러 이번 주에 6건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야당에서 특정 후보를 미리 찍어놓고 무조건 반대, 묻지마 낙마의 움직임이 보이고 있어서 대단히 우려스럽다”며 “인사청문회를 통해 후보자들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고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서는 소명을 들어본 후에 적격, 부적격을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은 모든 게 다 반대다”며 “인사와 관련해서도 지금 드러난 것을 보면,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하니 이게 협치가 되겠느냐. 참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가장 강경한 한국당, ‘추경 논의 거부’

야당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가장 강경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은 민주당에게 정권을 빼앗긴 자유한국당이다. 자유한국당은 ‘강한 야당’의 모습을 보임으로써 존재감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으나 여당으로부터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는 공격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 이른바 ‘부적격 신(新) 3종 세트’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추경 등 현안 처리에 협조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문 대통령이 지명 철회하거나 후보자 본인의 자진 사퇴가 선행돼야 한다”며 “부실인사 문제에 대해 근원적 해소책을 제시하지 않으면 추경 등 현안은 앞으로 나가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지명 철회해야 여야간 물꼬가 트인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면서 “그런 적절한 조치가 있을 경우 추경을 비롯한 여러 국회 현안에 있어 협력할 자세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바른정당, 민주당 한국당 싸잡아 비판하며 차별화 시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싸잡아 비판하며 자유한국당과 달리 추경 심사에는 응하겠다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이고 있는 호남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바른정당은 자유한국당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임으로써 개혁적 보수정당으로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무능한 민주당’과 ‘쩨쩨한 한국당’의 소모적인 정쟁으로 인해 정치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사상 최초로 추경이 무산될 위기마저 있고 국회 작동이 불능상태로 돌아갈까 심히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먼저 자유한국당은 ‘쩨쩨한 정치’를 그만두고 민생과 국익을 위한 국회정상화에 통 큰 결단을 내려주시기 바란다. ‘탄핵화풀이’, ‘대선분풀이’ 그만하고 통 큰 정치로 화답하기 바란다”며 “아울러 5당체제라는 황금분할구도를 적극 이용하지 못하는 민주당의 무능과 무전략이 매우 아쉽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이혜훈 신임 대표는 당원대표자회의에서 새 대표로 선출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추경안 심사에는 임했으면 좋겠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정부의 일자리 추경안은 엄격히 말하면 법적 요건에 맞지 않지만, 경제가 엄중한 상황인 만큼 의원들과 협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자유한국당은 추경 요건이 안 된다고 하지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며 “박근혜 정부 때 추경안 역시 요건에 안 맞았지만, 그분들은 된다고 했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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