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추석 전 추경안 처리”… 야 “한전ㆍ가스공사 지원 법률적 근거없다”

정부여당이 통과시키려는 추경안 중에서 한전과 가스공사에 대한 지원 문제가 법적 절차 문제와 필요한 세출이냐는 문제로 정부여당과 야당ㆍ시민단체 사이에서 전면 쟁점화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전기요금 안정지원 및 도시가스용 원료비 손실분 보전을 위해 한전과 가스공사에 1조 2천5백5십억 원을 지원하는 안을 추경안에 편성해놓고 있다.

문제는 세제잉여금을 특정공기업에 지원하는 것이 관련법상 논란이 소지가 있으며 자칫 공기업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관련법의 시행령을 개정해 논란을 피하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입장은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을 불러올 전망이다.

한편, 한나라당은 손실분은 누적된 잉여금으로 자체감당하라는 추경안 반대의견을 일축하며 추석 전에 추경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일부는 다수결에 의한 강행 통과도 거론하고 있다.

임태희 “더 걷은 세금은 비상한 시기에 돌려주는 것이 맞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9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백운기입니다>와 SBS라디오 <김민전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추경안 통과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임 정책위의장은 “정부가 더 걷은 세금은 이렇게 비상한 시기에 돌려주는 것이 맞다는 차원에서 추경을 편성했다”고 추경안 편성의 취지를 밝혔다.

그는 국고보조를 해주면 한전과 가스공사 주주들 이익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엔 “주주들 입장에선 왜 원가가 올랐는데 가격을 안 올리냐는 문제제기도 있을 수 있다”며 “결국은 전기ㆍ가스요금을 올릴 것이냐 아니면 세금이라도 이렇게 해서 인상 요인을 흡수해 줄 것이냐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4정조위원장은 9일 성명을 통해 “민주당이 그동안 한전이 이익을 남겼으니 그 이익을 쓰라고 하는데 한전은 금년 상반기에 1조 6천7백억 원의 손실을 보는 등 경영실적이 악화됐다”며 민주당의 주장을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27조의 잉여금은 설비건설에 재투자돼 유형자산의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며 “현찰이 아니라 전부 투자돼 있는데 가지고 있는 송배전설비를 팔아서 손실액을 충당하란 것이냐”고 민주당에게 되묻기도 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가스공사 역시 연간 평균 1조원을 투자하고 있다”며 “가스공사의 07년 당기순이익은 3천600억 원이기에 해마다 투자할 액수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규모”라고 주장했다. 그는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산자부 장관을 해서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정 대표를 겨냥하기도 했다.

“손실 보전 법적 절차 불명확… 도덕적 해이 문제로 정치적 거부감 우려”

그러나 한전과 가스공사에 대한 세금 지원은 법률에 위배되며 엄청난 세금이 특정 공기업에 지원되는 것이 정치적 거부감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에너지및자원사업특별회계법을 보면 에너지 관련 사업에 대해서 보조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9일 국무회의를 통해 전기ㆍ가스요금 안정을 위한 가격보조 사업도 관련 사업의 범위에 포함시키는 에특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민주당 지경위 소속 의원들은 이번 에특법 시행령 개정에 관해 “국회의 예산심의권을 현저히 침해하고 국회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며 즉각 반발했다. 정장선 지경위원장, 최철국 간사 등은 같은 날 성명을 통해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한전ㆍ가스공사에 보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현재의 추경안이 법률적 근거가 없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하위법은 시행령으로 상위법인 법률을 기속할 수 없음은 상식”이라며 “사후 입법을 용납하면 나쁜 선례가 돼 법률에 근거하지 않는 정부의 마구잡이식 예산편성이 난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덧붙여 시행령 개정은 “정부여당이 경영악화 책임을 모면하려는 정치적 술수이며 전기ㆍ가스 요금을 대폭 인상시키려는 사전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은 “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해도 보조는 불가하다”며 한전ㆍ가스공사 보조 추경안의 철회를 촉구했다.

경실련 상임집행위원장인 한경대 이원희 교수도 이 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나와 “이번 추경은 필요한 세출 때문에 제기된 것이 아니라 남는 돈을 쓰자고 하는 것이기에 도덕적 해이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공공기관에 대한 손실 보전 법적 요건이나 절차가 불명확하다는데 문제가 있다”며 “경영효율성을 저해하는 여러 요소가 발견됐음에도 보전한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설득을 갖기 위해선 경영 효율화 방법과 원가상승분을 어느 정도 자체 감당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엄청난 세제 잉여금이 특정 공기업에 지원되는 것은 정치적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며 “경영효율화 문제를 고려해야지 그냥 전기비 가스비 인상분을 갖고 보조금을 밀어붙이는 것은 대국민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홍준표 “추경안 추석 전에 처리해야”

한편, 한나라당은 추석 전에 추경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도부 내부에선 여야 합의가 안되면 다수결로 가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9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추경안을 추석 전에 처리해 하루빨리 서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추경을 처리하지 않으면 전기는 2.75%, 가스는 3.4%의 인상요인이 따르게 되고 고스란히 서민 부담으로 돌아간다”고 주장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서민정당이라 표방하면서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추경안 통과를 발목잡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추경안이 11일 처리되려면 10일 오후까진 완료돼야 한다”고 추경안 처리시한을 못박았다.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은 “오늘내일 여야간에 대화와 협상이 있겠지만 하다하다 안되면 다수결 원리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추경안을 다수결로 밀어붙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반드시 11일 처리돼야 한다”며 “추석 전에 타결하지 않으면 지역구에서 유권자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추석을 넘기지 않고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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