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병도 정무수석 국회 예방해 ‘동행 요청’...국회, 초청 형식 문제 삼아

청와대가 국회에 남북정상회담 동행을 초청했지만 국회의장단을 비롯 보수야당이 이를 거절했다. 이에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뒤 늦은 수습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 청와대가 국회에 남북정상회담 동행을 초청했지만 국회의장단을 비롯 보수야당이 이를 거절했다. 이에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뒤 늦은 수습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국회의장단 및 여야 5당 대표 등 9명을 3차 남북정상회담 초청을 발표했지만 절차 등의 문제로 후폭풍을 맞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10일 임 비서실장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정치 분야 초청으로 문희상 국회의장을 비롯한 의장단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 여야 5당 대표 등 총 9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임 비서실장은 기자회견에서 “아무쪼록 금번 평양정상회담에 함께 동행해 주시길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방북 국회 동행 초청 이후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환영의 뜻을 밝혔으며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를 거부했다.

▲靑, 국회 동행 불발에 곤혹-문희상 의장 마저 거절 
하지만 예상과 달리 문희상 국회의장조차도 의장단을 비롯한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장의 방북을 거절하고 나서면서 청와대의 국회 초청이 남북정상회담을 불과 일주일여 앞두고 어려움을 맞았다.

이날 국회 측은 “이주영 부의장, 주승용 부의장 및 강석호 외교통일위원장을 차례로 만나 협의한 결과 금번 정상회담에는 정기국회와 국제회의 참석 등에 전념하기 위해 동행하지 않기로 하고 이 같은 협의결과를 청와대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의장단 측의 청와대 초청 거절은 국회의장 의전 문제와 함께 국회 측에서 ‘국회 주도 남북회담’ 추진의사를 밝혀온 만큼 불편함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SNS를 통해 “조금 아쉽다. 자세한 경위를 알 수 없으니 뭐라 하긴 조심스러우나 의장단이란 그룹핑이 다소 생소하다. 얼마든지 국회의장이 국회대표로서 다녀오시는 것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4.27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동의안을 반대해 온 자유한국당의 거절은 예상된 것이었다. 다만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형식을 문제 삼았다.

김 위원장은 “먼저 이야기를 하고 초청 발표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설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억지로 국회를 각 정당의 곁가지로 끌어넣는 모습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며 “남북정상회담을 5일 앞두고 이렇게 초청한 것은 서로 결례”라고 비판했다.

당대표 당선 이후 남북관계에 있어 긍정적 입장을 내비쳐 온 손학규 대표 역시 불쾌함을 드러냈다. 당초 손 대표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판문점 선언에 당이 적극적으로 협조 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당내 이견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비준안 처리에 있어 선결의안-후비준이라는 결과를 도출해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손 대표는 이번 청와대의 방북 초청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손 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못 간다고 해서 끝난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이후 임종석 비서실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한 것은 예의에 어긋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긍정적 입장을 나타내던 이정미 정의당 대표 역시 청와대의 방북 초청에 대해선 “국회의장단과 제 정당 대표의 동행 방북이 초유의 일인 만큼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이번 제안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조율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긴밀히 국회를 설득하고, 이번 방북에서 입법부의 위상과 역할을 분명히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국회의장단의 참여를 거듭 요청하고, 그것이 어렵다면 문희상 국회의장의 동의 아래 국회를 대표하는 분의 참여로 이후 국회회담 추진을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습 나선 黨·靑
청와대의 국회 초청이 예상보다 크게 어긋나면서 청와대 측은 즉각 수습에 나섰다. 이날 한병도 정무수석은 각 당을 찾아 남북정상회담 동행 요청을 직접 하고 나섰다. 

한 정무수석은 민주당,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 등을 찾아 “사과 차원이 아닌 취지를 설명하고자 왔다”고 전했다. 자유한국당은 당 지도부의 지방일정으로 인해 예방하지 못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한 정무수석에게 “평양에 가게 되면 남쪽 대통령이 11년 만에 가게 되는 것인데, 정상 간 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남북경제교류 협력 문제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또 “모쪼록 다른 당에서도 함께 가면 좋겠는데 언론 보도를 보면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 안타깝다”며 “아직까지는 며칠 남아 있으니까 대화를 통해 함께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정무수석이 수습에 나서긴 했지만 국회 측과 보수야당의 비판은 여전히 거센 상황이라 청와대의 초청이 실현되기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날 손학규 대표는 한병도 정무수석의 예방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과 역할은 지지하지만 정상회담은 보여주기가 아니라고 말했다”며 “민주주의 국가로서 우리나라의 체통을 생각할 때 국회의장과 당 대표들이 대통령을 수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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