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K민심탐방]부동층 40.0% 증가세 뚜렷...한나라 지지율 17%p 하락

“IMF때보다도 더 어렵다”
“노무현이가 나라 경제 다 망쳤다 해 놓고, 그래서 맡겼더니만…….”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부산시장도, 시의원들도 죄다 한나라당인데 도대체 하는 게 머꼬”
“한나라당 찍어주면 잘 산다 카드만 매번 찍어줘도 어려운 건 매한가지”
“암만 그래싸도 노무현이가 인물은 인물이었다카이”
“그래도 한나라당에 박근혜가 안 있나? 박근혜는 틀리겠제”
“못 한다꼬 한나라당 버릴 수 있나, 마땅히 갈 데도 없는데”
“정치하는 사람들이나 정당이나 죄다 거기서 거기지. 믿을 데가 어디 있노”

PK(부산,울산,경남) 현장의 민심이다.

민심의 바로미터인 택시를 16년째 운전하고 있다는 이덕구(57)씨는 “손님들을 만나보면 너도나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욕한다”며 “그래도 한나라당 아니면 딱히 (지지할) 정당도 마땅찮고 해서 마냥 지켜보고 있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부산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자갈치시장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김순덕(49)씨는 “이제 마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도 없고, 한숨과 절망 뿐”이라며 “노무현 때가 훨씬 나았다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그래도 박근혜만큼은 믿어볼란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지도 크게 꺾여... 무당층 증가 뚜렷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발표한 ‘주간 정당 지지도’에 따르면 11월10일 PK의 한나라당 지지도는 47.5%였으나 2주 후인 24일 결과에서는 30.6%로 떨어져 격차가 17%에 달했다.

민주당은 10일 5.9%에서 24일에는 9.2%로 3.3%, 친박연대는 10일 3.1%에서 24일 7.0%로 3.9%, 민주노동당은 10일 4.0%에서 24일 7.5%로 3.5% 상승을 나타냈다. 이들 세 정당의 지지도 상승 합은 10.7%로 한나라당 이탈 민심을 일부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무당층의 상승이다. 무당층은 10일 33.6%에서 24일에는 40.0%로 6.4% 상승해 단일항목으로는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앞선 세 정당의 지지도 상승 합과 무당층의 증가율을 합하면 17.1%가 되는데, 이는 한나라당을 이탈한 민심 16.9%와 거의 맞아떨어진다. 여론조사인 점을 감안, 오차범위까지 고려한다면 정확히 일치하는 수치로 볼 수 있다.

즉 등을 돌린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민주당과 친박연대, 민주노동당, 그리고 무당층으로 이동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윤희웅 연구원은 1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현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이 일정 부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PK 지역민들이 한나라당 지지를 유보하고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윤 연구원은 “한나라당 지역 기반이 영남이지만 PK는 TK와 따로 떼어놓고 봐야 한다”며 “부산은 열린우리당을 비롯한 민주당의 씨앗이 남아있고, 울산과 창원의 경우 민노당의 희망이 남아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한나라, “한마디로 지방은 난리” - 민주, “민심 이탈은 일시적 현상”

최근 PK 민심이 급속히 한나라당을 이탈하고 있는 것에 대해 한나라당 허태열(부산 북강서을) 최고위원은 “한마디로 지방은 난리”라며 수도권 규제 완화 등 정부 정책을 비판하고, ‘지방살리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부산시당 박민식(부산 북강서갑) 대변인은 2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적지 않은 수가 부동층으로 이동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민심이 이반됐다기보다는 처져 있다”고 분석했다.

박 대변인은 “지난 주 지역구 재래시장을 방문하니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가 컸었던 만큼 실망감도 존재한다”며 “글로벌 경제위기의 쓰나미 때문에 나라 전체가 어려운 것에 대한 이해 또한 있었다”고 말했다.

텃밭이라는 안이한 인식 때문에 지역구 의원들이 지역민심을 잘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박 대변인은 “아픈 부분에 대한 지적은 받아들인다”며 “지역민심을 중앙에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지역 의원들 간 잦은 만남을 통해 문제 해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부산시당 조직부 관계자는 같은 날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역 경기가 너무 안 좋아 여론이 불리한데, 여기다 수도권 규제 완화까지 한다고 하니 민심이 더욱 싸늘해졌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이면서 당 내 유일하게 부산을 지역구로 둔 현역 조경태(부산 사하을) 의원은 이날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잠시 PK 민심 이탈이 일어났다고 해도 이는 일시적 현상으로 여전히 PK는 한나라당이 초강세인 지역”이라며 “한나라당에 대한 PK의 지지는 우리도 느낄 수 있는 민심”이라고 말했다.

민심을 끌어안을 민주당의 대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 의원은 “당 지도부의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통해 시민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 내 일정한 지지와 기반을 가지고 있는 친노를 끌어안아야 한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그는 “친노를 포함한 우호세력을 합쳐봤자 10% 내외에 불과하다. 한나라당 이탈 세력을 민주당으로 끌어올 때만이 대안정당으로서의 민주당 도약이 가능하다”며 “친노니 비노니 하는 분열적 사고가 민주당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대안도 없지만 미래의 대안도 없어”

지역정세에 탁월한 경성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안철현 교수는 이날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역민심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크게 실망했지만 달리 갈 곳이 없어 부유하고 있다”며 부동층의 증가가 뚜렷한 지역 민심을 해석했다.

이어 안 교수는 “실망감이 있어도 한나라당에 머무르는 것은 박근혜 전 대표가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노장년층은 박 전 대표를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 현실과 미래에 대해 안 교수는 “지역주의의 덫에 친노와 민주당 간 분열, 민노당과 진보신당 간 분열 등이 더해져 PK에는 야당세력이 지리멸렬하다”며 “야당을 기대하기에는 현재의 대안도 없지만 미래의 대안도 없다”고 말했다.

DJ 발언으로 촉발된 민주연합론이 지역에서 현실화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안 교수는 “오랫동안 일당지배구조가 지속되면서 PK에는 아직 한나라당에 대응할 대안이 들어서 준비가 안 돼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민주당의 지역 현실에 대해 그는 “그나마 지역 내 지지 기반을 갖고 있는 친노가 민주당이라는 틀을 통해 외연확대를 했다면 결과는 약간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조경태 시당위원장과 친노 간 감정적 골이 깊은 상황에서 민주당의 희망을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안 교수는 “최근 친노가 ‘자치21’을 통해 지역 내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지만 민주당 조직을 갖지 못하고, 대중적 지지도 압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마땅한 해법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소속이 대거 등장할 가능성에 대해 안 교수는 “전혀 배제할 수 없지만 인물로서의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어렵지 않겠냐”며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떠돌고 있는 PK 민심을 누가 움켜쥘지에 따라 정치지형은 크게 변화될 전망이다. PK가 가졌던 정부와 한나라당에 대한 기대는 실망을 넘어서 절망으로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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