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이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증거인멸 의혹’ 수사가 점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향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이모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이 구속됐고, 이 부회장의 최측근인 정현호 사장도 이르면 주중 검찰에 소환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5일 이모(56) 삼성전자 재경팀 부사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 부장판사는 “범죄혐의 상당 부분이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며, 피의자의 지위와 현재까지의 수사 경과 등에 비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사유를 밝혔다.

명 부장판사는 다만 이 부사장과 함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안모(56)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에 대해선 “범행에서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역할, 관여 정도, 관련 증거가 수집된 점,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춰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안·이 부사장은 지난해 5월 5일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 등과 대책 회의를 열고, 회계 자료·내부 보고서 인멸 방침을 정한 뒤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는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에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행정 제재, 검찰 고발 등 예정 조치 내용을 알리면서 검찰 수사가 가시화한 시점이었다.

검찰은 안·이 부사장 지시에 따라 삼성바이오가 회사 공용서버 등을 공장 마룻바닥에 숨기고, 직원 노트북과 휴대전화에서 ‘JY’(이재용 부회장), ‘VIP’, ‘합병’ 등의 단어를 검색해 삭제하는 등 조직적 증거인멸을 한 것으로 봤다.

두 사람은 모두 삼성그룹 내 계열사 경영 현안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미전실) 출신이다. 안 부사장은 인수·합병(M&A)을, 이 부사장은 자금 분야를 담당한 그룹 내 주요 인물이다.

특히 안 부사장은 2015년 7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앞두고 비밀리에 가동된 ‘프로젝트 오로라’의 담당자로 전해진다. 오로라는 미국 제약회사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해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을 획득했을 때 삼성바이오가 지분을 되사는 방안을 논의한 프로젝트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져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어 회계 기준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해왔으나, 오로라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지배력 유지 방안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이 부사장의 경우 그룹 내 핵심 재무통으로 분식회계 의혹과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작업 전반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구속된 삼성전자 부사장 2명은 증거인멸 작업이 시작된 지난 5월 전무로서 안·이 부사장의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검찰은 사업지원TF 내에서 역할이 큰 안 부사장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했으나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을 소환 조사한 뒤 ‘윗선’ 규명을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 사장은 이 부회장의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동문이자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 이재용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는 올 하반기로 미뤄질 전망이다.

지난 4일 대법원에 따르면 이 사건을 심리 중인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달 20일 속행기일을 잡고 국정농단 사건의 6번째 심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당초 지난달 23일 전합 회부 사건으로는 이례적으로 5번째 심리가 이뤄지면서 6월 중 선고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고려해 선고가 늦춰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이 부회장은 2심 재판에서 제3자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내린 건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줄 당시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 작업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즉 경영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 자체가 없었으므로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네며 암묵적으로 청탁할 일도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고 뇌물죄 혐의를 인정한 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판결과는 반대되는 결과다.

하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당시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존재했다고 판단되면, 이는 이 부회장의 상고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7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재용 사건의 2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 작업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재용에게 일부 무죄를 판결하고 집행유예를 선고했지만, 지금 검찰은 이러한 판결이 잘못되었음을 보여주는 수많은 증거를 찾아냈다”며 “따라서 대한민국의 사법 정의가 바로 서려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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