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복, ‘反정종복 정서 넘기’ - 정수성, ‘朴風 이어가기’ 특명

“정치인들은 선거를 통해서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알리고, 유권자들은 그 장(場)을 통해서 각 후보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내린다. 이런 것들이 어우러진 민주주의 축제가 바로 선거다. 이와 동시에 그 이면에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표로 연결해야 하는 각 후보 간 ‘보이지 않는 전쟁’이 선거과정을 통해 치열하게 이루어진다.”

정치컨설팅그룹 e윈컴 김능구 대표는 26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선거를 이렇게 표현했다.

4.29 재보선이 사흘 앞으로 다가오면서 막판 선거 열기가 정치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민심의 싸늘한 반응은 여전하지만, 여야는 이번 재보선에 제각각 의미를 부여하며 모든 당력을 쏟아 붓고 있다.

사흘 후면 ‘정치적 생존’이 결정되는 각 후보 진영은 1초가 아까운 상황이다. 보다 많은 유권자들과 접촉,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표심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후보자의 말 한마디 한마디와 손짓 하나하나, 선전벽보, 플래카드, 로고송, 명함, 홍보책자 등 각종 선거홍보 캠페인은 후보자와 유권자와 만나는 ‘접촉’ 통로다. 이 모든 것에는 ‘총성 없는 전쟁’에서 ‘승리’를 쥐기 위한 각 캠프의 고민과 전략이 담겨져 있다.

각 캠프의 선거 전략을 통해 재보선의 묘미를 새롭게 구성했다.

“반정종복 정서, 어떻게 깨느냐가 핵심 키워드”
유권자들 직접 만나 큰 절로 용서 구해...

“경주경제, 한나라당이 살리겠습니다! 경제! 화합! 기호1번 ‘경주발전의 힘’ 정종복”
“한수원 본사 도심 이전! 고도제한 15층 이상 완화! 경주발전 한나라당과 함께. 기호1번 정종복”

경주 국회의원 재선거에 나선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의 선거 캐치프레이즈와 핵심 공약이다.

이와 함께 정 후보는 밑바닥 민심을 직접 보고 듣기 위해 열심히 발품을 팔고 있다. 최대한 유권자들과의 대면 접촉을 늘리겠다는 전략.

관광산업의 쇠퇴, 급속한 고령화, 기간산업의 부재 등 ‘3중고’를 겪고 있는 지역경기를 집권여당 한나라당의 힘 있는 후보가 살리겠다는 ‘지역발전론’을 내세움과 동시에 지역민들의 ‘반정종복 정서’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직접 만나 오해를 풀겠다는 의미다.

정 후보 측 고치환 기획실장은 26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부 언론에서는 경주 국회의원 재선거를 두고 친이니, 친박이니 계파갈등을 부추기지만, 실제 경주시민들은 ‘계파논쟁은 그만하고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려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이런 민심의 요구에 부흥해 집권여당의 힘 있는 후보가 경주경제를 책임지겠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고 설명했다.

고 실장은 지역 내 반정정복 정서 관련해 “제일 큰 난관이다. 후보에 대한 지역민들의 반감이 친박이나 상대인 정수성 후보보다 더 큰 산”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중앙에서 열심히 하면 잘 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실제 지역민들은 손 한번 맞잡고 지역현안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것을 원했었다”며 “이런 오해를 어떻게 풀고, 다가설지 여부가 우리 진영의 핵심 키포인트”라고 밝혔다.

고 실장은 “지난 1년여 간 후보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아직 마음을 안 여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다른 방법은 없다. 시민들이 후보의 진정성을 알아줄 때까지 후보가 직접 열심히 발품 팔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정 후보는 가능한 유세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경주 곳곳을 찾아다니며 큰 절로 죄송하다는 의미를 전하고 있다.

고 실장은 또 “중앙당의 지원을 연계한 대규모 유세를 하면 ‘아직 반성 못 했다’는 소리를 듣고, 그렇다고 유세를 안 하면 ‘벌써 당선된 걸로 착각한다. 건방지다’는 소리를 듣게 된다”며 “지역민들 감정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하는 듯 안 하는 듯, 있는 듯 없는 듯한 캠페인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정종복 후보는 친이계의 핵심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을 가능한 홍보에 이용하지 않고 있다. 플래카드, 현수막, 명함 등 책자를 제외한 홍보물 어디에서도 이 대통령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 고 실장은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지역민들의 높은 지지도 감안해야 하고, 이명박 대통령과의 관계에 집중하다 보면 저쪽(정수성 후보 측) 의도대로 친이, 친박 대결구도로 가게 되기 때문”이라며 전략상 의도가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정종복 후보 또한 본지와 가진 몇 차례 인터뷰에서 친이, 친박 대결에서 벗어나 인물 대결, 정책 대결로 선거 구도를 끌고 가려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었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것이 정종복 후보의 핵심 공약이다.

고 실장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김일윤 전 의원이 한수원 본사 도심 이전을 이슈화해 당선됐다”며 “상대였긴 하지만 김 전 의원이 구도를 잘 짰다. 실제 김 전 의원이 당선된 제일 큰 이유는 한수원 도심 이전 공약을 통한 도심표 결집에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상의 이유로 경주 재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하나같이 한수원의 도심 이전을 주요공략으로 내걸고 있다. 많은 유권자가 밀집된 도심을 공략하겠다는 의미인 것.

고 실장은 “도심표를 노린 전략 아니냐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작년 총선을 통해 한수원을 도심으로 이전하라는 민심의 평가가 이루어졌다”며 “한수원 본사 도심 이전과 동시에 애초에 한수원이 이전키로 됐던 양북 쪽에는 방폐물관리공단을 유치해 지역상생의 길을 열어가겠다”고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어 고 실장은 “고조제한 완화의 경우 서천 강변 지역민들의 재산상 피해와 여론을 수렴해 결정한 사항”이라며 “경북도 및 경주시 등 행정기관들과 협의해 실현가능토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슈퍼맨’ ‘무조건’ ‘트위스트’ 등 중앙당에서 선정한 로고송 의미에 대해 고 실장은 “슈퍼맨처럼 힘 있는 후보가 시민들이 부르면 무조건 달려가서 트위스트를 추듯이 신나게 봉사하겠다는 의미”라고 뜻을 부여했다.

고 실장은 강력한 경쟁상대인 무소속 정수성 후보 측 캠페인에 대해 “공약과 정책보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지역민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박근혜 전 대표 사람이라는 인식을 굳히기 위한 이미지 캠페인에 그치고 있다”면서도 “육군대장이라는 부분이 강조되면서 지역 촌부들에게 와 닿는 일정 부문의 효과는 내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박정희’ ‘박근혜’ ‘육군대장’ 세 가지로 경주민심 파고들어...

주요 거리마다 내걸린 무소속 정수성 후보의 선거 현수막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경주계획! 박근혜와 정수성이 완성하겠습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 앞뒤를 육군대장을 상징하는 별 4개가 감싸고 있고, 그 오른편에는 지난해 말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던 박근혜 전 대표와의 대화 장면이 인쇄돼 있다.

그의 선거사무소 외벽에는 ‘박근혜님은 정수성과 함께 경주를 사랑합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경주를 역사문화특별시로’라는 슬로건 아래 박 전 대표와 정 후보 본인의 대형사진이 놓여 있고, 그 가운데 ‘우리는 경주발전의 동반자’라는 글이 새겨져 있는 유세차량에서는 새마을 노래와 월드컵 때 불렸던 편곡된 애국가, 박현빈의 ‘빠라빠빠’가 흘러나오고 있다.

경주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정종복 후보와 함께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무소속 정수성 후보의 선거캠페인은 ‘박정희’ ‘박근혜’ ‘육군대장’, 세 단어로 집약가능하다.

정 후보 측 오영운 공보국장은 26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71년에 직접 자필로 작성한 경주계획을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역사문화특별시로 완성하겠다는 것이 우리 측의 핵심 공약”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 국장은 “박 전 대표와의 연관성을 강조한 것은 향후 박 전 대표 대권행보에 정 후보가 초석이 되겠다는 의미로, 보다 넓게는 대한민국의 미래, 경주의 미래를 박 전 대표와 함께 열어가겠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며 “박 전 대표에 대한 지역민들의 뜨거운 정서를 캠페인으로 녹여내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설명했다.

오 국장은 “육군대장만 강조하던 초반 캠페인에서 ‘박근혜 대표의 대권가도, 그날의 서막을 경주에서’라는 박 전 대표와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캠페인으로,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주사랑까지, 유권자들 정서에 발맞춰 캠페인을 변화시켰다”고 덧붙였다.

오 국장은 정책적 역량 없이 너무 박 전 대표와의 관계에만 치중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평생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군에서 활동했던 분이기 때문에 지역현안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며 “선거기간이란 게 너무 짧고, 홍보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내세우기보다는 단순하게 박 전 대표와의 신뢰관계와 육군대장, 두 가지만을 담는 게 좋겠다는 전략적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후보의 인생 그 자체가 육군대장에 담겨져 있다. 국가가 검증한 인물이자, 경주 최초의 4성장군인 정 후보를 통해 경주시민들은 자존감을 되찾고 있다”며 “다른 지역이 40대가 중추연령대인 것에 비해, 경주는 50대 후반, 60대가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이들에게 ‘박근혜’와 ‘육군대장’은 절묘하게 다가간다”고 강조했다.

로고송의 선정 배경도 앞선 캠페인 특성과 동일하게 초점을 맞췄다.

오 국장은 “새마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상징이고, 애국가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 박 전 대표가 지역구인 달성에서 사용했던 곡이라 그 느낌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애썼다”며 “앞의 두 곡들이 약간 무거운 느낌을 지니고 있어 이를 보완키 위해 빠르고 경쾌한 ‘빠라빠빠’를 선정했는데, 호흡이 잘 맞다”고 밝혔다.

오 국장은 “소총 대 로켓의 대결로 표현할 만큼 조직에서는 우리가 절대적으로 뒤진다”며 “조직적 캠페인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시민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한 번 시민들에게 심판 받았던 인물을 억지 재공천한 것에 대한 재심판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후보는 유세차량 연설과 직접 방문을 통한 밑바닥 민심잡기를 병행하고 있다”며 “주요 포인트에서는 유세차량에 합류해 세를 결집시키고, 그 외에는 넓게 퍼져 각개전략으로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 국장은 상대 후보인 정종복 후보 측의 캠페인에 대해 “힘 있는 집권여당 후보가 경주경제를 책임지겠다는 것이 핵심인데,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린 것 같다”면서도 “정종복 후보의 제일 큰 장애물은 지역민들의 반정종복 정서다. 이를 깨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상대의 약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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