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신도시 창릉지구 선정에…일산은 ‘울고’, 덕양은 ‘웃고’
아파트 매매가도 정반대…'상호 비방'까지 이어져

창릉지구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들. <사진=연합뉴스>
▲ 창릉지구 신도시 지정 철회를 요구하는 주민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노제욱 기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7일 고양시 창릉지구를 3기 신도시로 지정해 추가 발표했다. 이 같은 결정에 창릉지구를 포함하고 있는 덕양구는 환영했지만 반대로 일산구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같은 고양시 안에서 정반대의 반응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일산은 1989년에 일찍이 1기 신도시로 선정된 ‘원로 신도시’다. 문제는 지정된 지 한참 지났지만 여전히 교통이나 인프라 측면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산 주민은 같은 시기에 지정됐던 분당과 비교되며 더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분당은 판교 테크노벨리 조성, 신분당선 개통 등으로 그야말로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정부의 이번 신도시 발표는 이미 일산이 충분히 화가 나있는 상황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다. 이에 일산 주민들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카카오톡 단체방과 카페 등을 개설해 항의 집회를 계획하고 3기 신도시 철회를 주장하는 국민청원 참여를 독려했다. 이에 청원자 수가 이틀 만에 무려 1만 명을 돌파했다. 특정 지역에 국한된 청원임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지난 19일에는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고양시의회 앞에서 ‘신도시 철회 집회’ 중이던 일산 주민들과 시의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일어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미수 시의원과 주민 2명이 실신해 119 구조대가 출동하기도 했다. 경찰은 충돌 사건과 관련해 고소장이 접수되면 수사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집회 참여자들은 지난 24일 성명서를 통해 “1기 신도시 일산의 출발과 포장은 그럴듯했지만 지금은 신도시 중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자족도시의 기능을 잃은 베드타운의 대명사다”며 “3기 신도시 발표로 일산은 살고 싶은 동네에서 떠나고 싶은 동네로 전락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철회될 때까지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며, 오는 29일 일산 동구청 앞에서 집회를 이어나갈 것임을 예고했다.

반면 덕양 주민은 신도시 지정에 찬성하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3기 신도시 지정으로 교통망이 좋아질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새절역~화전역~고양시청역까지 연결되는 14.5㎞의 고양선이 예정돼있고, 여의도는 25분(서부선), 강남도 30분(GTX A)이면 접근 가능하다. 

이에 더해 이재준 경기도 고양시장이 지난 25일 "창릉 신도시에는 아파트 등 주택 3만 8000가구가 들어서고 자족 용지에 기업이 입주하면 약 9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창릉지구 신도시 지정에 찬성하는 한 주민은 “이번 3기 신도시 발표는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 공급정책”이라며, “1, 2기 신도시에서 미흡했던 교통 정책 등만 보완된다면 더욱 찬성한다”고 말했다.

'신도시 포럼' 발족식에서 발언하는 김현미 장관. <사진=연합뉴스>
▲ '신도시 포럼' 발족식에서 발언하는 김현미 장관. <사진=연합뉴스>

김현미 장관이 이끄는 국토교통부는 3기 신도시의 청사진을 제시할 ‘신도시 포럼’을 구성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 호텔에서 ‘신도시 포럼’ 발족식을 열고 △도시·건축 △교통 △일자리 △환경 △스마트시티 △교육·문화 등 6개 분야 전문가 52명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3기 신도시를 자족도시로 만들겠다"며 "입지 선정부터 전문가와 함께 교통대책을 수립해왔고 충분한 기업용지도 확보해둔 상태"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러한 가운데 주민 입장에서 가장 예민할 수밖에 없는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세도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면서 갈등은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한 해 덕양구는 대곡역 GTX 호재로 아파트 매매 가격 상승률 2.92%를 기록했고 일산동구(-1.96%), 일산서구(-2.75%)는 처참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격차가 이번 신도시 발표로 인해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고양시 주민들로 구성된 인터넷의 여러 커뮤니티에서는 창릉지구 신도시 지정에 대해 찬성과 반대, 양측으로 갈라져 논쟁을 벌이고 있다. 상대방을 심하게 비방하는 글들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정부의 결정으로 하루아침에 같은 시에 사는 시민들이 ‘반’으로 갈라져 날을 세우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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