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서던 경찰들, 기습 철거 방관...시민들의 분향소 재설치는 막아

보수단체 수십명이 24일 새벽 5시쯤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됐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민 분향소를 기습 철거했다.

분향소를 지키고 있던 시민들은 "오전 5시30분께 보수단체 회원으로 추정되는 검은 제복과 군복 차림의 80여 명이 몰려와 분향소 천막 8개와 내부 집기 등을 2~3분동안 부순 뒤 달아났다"고 말했다.

보수단체인 ‘국민행동본부(본부장 서정갑)’는 회원 50여명과 함께 시민 분향소를 철거했다고 밝혔다.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은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오는 공간에 불법 설치물이 버젓이 세워져 있는데도 경찰이 철거하지 않은 채 직무유기를 하고 있어, 국민행동본부 소속 애국기동단 요원 20명과 고엽제 전우회 회원 30명이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없앴다”며 “노 전 대통령의 영정은 훼손하지 않고 따로 보관하고 있으며 오늘 오후 2시에 경찰에 넘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분향소 파손 때 경찰이 방관했다는 시민 측 주장에 대해 "이른 아침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경비 인력들이 행동에 혼란을 겪었을 수도 있다. 조사 후 경위를 밝힐 예정이다"고 말했다.

시민분향소 측은 현재 다시 분향소를 만들어 49재까지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친 채 천막 설치를 막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서울 중구청은 이날 오후 3시10분께 직원 30여명을 동원해 오후 2시20분부터 보수단체 회원들에 의해 파손된 분향소의 잔해를 치웠다.

노 전 대통령의 대한문 분향소는 이것으로 완전히 철거되었다.

중구청 관계자는 "분향소가 이미 파손돼 잔해만 있는 상황이어서 부득이 서울시와 경찰의 도움을 받아 철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민주, 청부철거 의혹제기

한편, 강기정 민주당 의원은 24일 보도자료에서 "분향소를 훼손한 국민행동본부는 올해 5월 행정안전부로부터 비영리민간단체로 지원을 받은 단체"라며 "공익사업을 수행하겠다고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은 단체가 분향소를 훼손하고 철거를 자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행안부는 촛불 단체와 건강한 비영리민간단체에는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지원을 중단하면서, 지원요건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한 단체에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해 가며 결과적으로 분향소 철거를 조장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라며 '청부 철거' 의혹을 제기했다.

강 의원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은 1년 이상 공익활동 실적이 있는 경우에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 단체는 지난 2월에야 비영리단체로 등록하고도 5월 정부로부터 3천100만원을 지원받았다"고 주장했다.

분향소를 철거한 것과 관련,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는 “복수하자”, “21세기 민주주의 대한민국에 백색테러라니” 등 보수단체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올리고 있다.

필명‘천신일’은 “그런 현실이 현 대한민국 정부의 얼굴입니다. 또한 현 대통령의 얼굴이기도 하지요. 독재국가로 입지를 굳히려는 현 정부의 의도가 묻어있는듯 싶네요”라며 현 정치 현실을 개탄했다.

필명 ‘장호철’은 “눈물이 납니다. 민주주의 후퇴 언제까지 지켜보야 합니까 ?”라며 울분을 토했다. 또 ‘벤자민’은 “자발적 추모행사도 못하는 독재국가. 민주주의 사망”이라며 보수단체와 정부를 함께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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