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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현편집국장칼럼]'롯데 디스'에 비춰진 한국사회

일본의 백색국가 리스트 제외 사태가 촉발시킨 불매운동으로 최근 국내에서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대표적 기업은 롯데이다. 주로 SNS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롯데 디스'의 골자는 비교적 간단하다. 롯데의 지분 상당수가 일본 주주에게 있어 배당을 통해 국부가 유출되며 일본 회사와 합자해 국내 일본제품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롯데칠성음료(주)의 지분을 일본의 아사히맥주가 갖고 있으므로 소주 '처음처럼'도 일본제품이라는 주장까지 확산됐다. 팩트를 수정하면 '롯데칠성음료와 아사히맥주는 한국에 50 : 50으로 합작한 판매목적법인 (주)롯데아사히주류를 통해 아사히맥주를 유통한다. 따라서 아사히맥주는 이 회사에 주식이 단 한주도 없으며 처음처럼은 그냥 한국 소주일 뿐이다. 나머지 맥주 2사도 모두 일본 맥주를 국내에 수입하고 있지만 유독 롯데만 부각되는 게 현실이다. 

2017년 한중미 간 사드 배치 분쟁으로 물경 3조원의 손실을 봤다는 회사치고는 이런 동네북 신세를 너무 앉아서 당하는 게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불매를 통한 매출 손실보다 저마다 막대한 홍보예산을 감수해가며 지키려는 기업이미지의 실추가 몰고 올 미래의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기업이 정말 잘못 한 게 있다면 흉한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는 게 사회를 위해서 낫다. 하지만 악재가 생길 때마다 똑같은 시비가 재연되는 게 이젠 롯데에겐 딜레마가 돼 가고 있다. 혹시 "어차피 눈이 퍼부을 때 치워봤자 소용 없으니 그치면 하자" "(여론이 안 좋을 때)홍보해봤자 이를 전한 기자나 언론사가 (네티즌들로부터)'기레기' 욕만 먹는다"는 우려라도 있을까. 

과연 롯데의 얼굴에 씌워진 자루나 다름 없는 저 '디스'의 근거는 무엇일까? 기자들 앞에 선 신동빈 회장의 어눌한 한국어 발음도 오해의 한 이유가 됐지만 그건 편견일 뿐이다. 큰 재벌이지만 일본인에겐 그도 '자이니치 2세'임을 고려하면 알 수 있다. 은둔 총수의 이미지를 깨고 오랜만에 언론의 앞에 9순의 노인으로 나타난 신격호 총괄회장에게는 한국 기업사에서 롯데를 돌이켜 볼 많은 소재들이 압축돼 있다. 

그는 진주군 체제 아래 미군의 추잉검은 좋아하지만 껌공장이 없는 일본에서 수공업식 껌을 제조해 롯데를 성공시켰다. 그리고 그 여세로 초콜릿까지 생산해 창업 100년의 제과회사 모리나가, 메이지의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도 그가 한국에서 유독 저평가된 배경에는 '중화학공업을 통한 산업화와 수출만이 민족 부흥의 당면 과제'였던 시기에 소비재와 서비스업으로 기업을 일궜다는 70년대식의 비아냥도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가 박태준과의 인연을 통해 포항제철의 성공신화에 한 역할을 담당했음을 아는 이는 의외로 많지 않다. 

1965년 무렵 한국은 미국을 중심으로 종합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는 한편에서 일본에도 선을 댓다. 당시 대한중석 사장이던 박태준은 도쿄대 생산기술연구소에 근무하던 재일교포 2세 김철우 박사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와 별개로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이후락도 나섰는데 울산 동향인 신격호를 만난 것이다. 이 과정에서도 역시 김박사가 추천됐다. 그를 만난 신격호는 8개월 동안 당시 거금 3천만엔 이상을 투입해 연간 100만t 규모의 종합제철소 기본기술계획과 타당성조사를 마쳤다. 이후 김철우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박태준과 신격호의 만남을 주선했다. 신격호는 한국산업사의 한 페이지로 남은 이 자리에서 일본인들에게 껌을 판 돈으로 가난한 조국의 산업을 일으킬 일관제철소를 짓기 위해 만든 자신의 자료를 아무런 조건 없이 박태준에게 깨끗이 넘겼다. 

정치인이든 기업이든 그 공과(功過)를 논해 비율의 불균형이 사회와 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정도라면 당연히 여론과 사회시스템은 개선을 요구하고 제재를 가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롯데 불매운동 과정에서 일부 언론은 SNS 세계를 떠도는 악플러의 수준을 방불케 하는 무책임한 보도로 언론의 임무인 사회의 말길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유력 매체의 보도는 순식간에 SNS를 통해 확산돼 대중의 판단은 교란되고 시장의 경쟁자들은 쾌재를 부른다. 당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손실된 매출이야 만회할 수 있지만 한번 망가진 회사와 제품 이미지는 금방 회복하기 어려우며 이를 감당할 회사 임직원의 사기는 저하된다. 

이 같은 악순환이 공공선에 대한 사회적 합의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제어되기는 커녕 반복적으로 확대 재생산된다면 이는 또 다른 재앙을 잉태하는 위험사회이다. 한국은 군국주의의 망상에서 헤어나지 못한 지도자들을 묵인이나 용인해 세계 역사에서 낙오를 자초하고 있는 일본을 통해 반면교사의 지혜를 얻어야 한다. 우리는 옆나라의 패권에 분개해 불매운동을 하고 내부에서 적을 찾고 있지만 기업에 대한 마녀사냥이라면 그건 우리 안에 도사린 또 다른 패권주의다.

임재현 편집국장

내부고객인 취재기자들과 바른 사회, 부강한 나라에 대한 믿음을 공유하고 외부고객인 독자들께 신속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올바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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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협치’ 다짐한 21대 국회...원구성 협상·개헌·검찰개혁·朴사면 등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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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인터뷰] 고민정 “소통 참 잘하는 정치인 되고 싶어...1호법안 재난안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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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뉴스]코로나19가 쑥쑥 키운 HMR, CMR, 밀키트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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