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가을이다.  결실의 시간이다. 잔치의 계절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말잔치'로 풍성하다.

"쌀이 없으면 고기죽을 먹으면 되지 않는가?(何不食肉糜)"

흉년으로 백성들이 굶주린다는 신하의 보고를 듣고 서진의 황제 진혜제 사마충이 했다는 말이다. 중국 자치통감에 기록돼 있다.

이 말에 천 년 너머 현대인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이런 또라이가 있나?'로 반응할 수 있다. 또 '쌀보다 고기가 많았던 모양이지?'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쌀이 없으면 꿀떡의 찌꺼기를 먹으면 될 일이다."

조선 예종의 아들 제안대군 이현이 "쌀이 없으면 꿀떡의 찌꺼기를 먹으면 될 일이다"라는 넌센스도 명종 때의 패관잡기(稗官雜記)에 기록돼 있다.

패관잡기는 야사(野史)다. 하여 제안대군 '좀 모지리군'이라 웃음거리로 여길 수 있다. 아니면 사마충의 일화를 아는 총명한 기억자로 볼 수도 있다.

"일본인은 초식동물이니 길 가에 난 풀을 뜯으며 진격하라."

가까운 과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장성(현재 한국 건국 유공자 취급) 무타구치 렌야는 임팔 작전 때에 보급품이 떨어졌다는 보고를 받고 "일본인은 초식동물이니 길 가에 난 풀을 뜯으며 진격하라"는 명언(?)을 남겼단다.
 
"일찍 나와서 일찍 가면 될 것 아니냐?"

1996년 5월 서울대학교 생물학과 어느 대학원생이 연구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밤늦게 뒷창문을 통해 실험실에 들어가려다 그만 발이 미끄러져 추락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연구원들은 밤샘연구가 불가피한 실정이고, 학교 측은 시설과 인원 부족으로 밤 11시가 되면 출입문을 차단해야 하는 현실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이에 유족은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대한민국 사법부는 "연구실에 일찍 나와서 일찍 가면 될 것 아니냐?"고 대답했다. 원고는 패소했다. 
 
"배추값 비싸면 싼 양배추 먹으라"

2010년에 배추값이 폭등하자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배추가 비싸니, 내 밥상에는 양배추로 담근 김치를 올려라"고 했다. 이에 농수산식품부 장관 등 정부 고위 인사들도 덩달아 "배추값 비싸면 덜 먹으면 된다"는 식의 발언을 줄줄이 이어갔다. 

핵심은 서민들 생활 전반이 어려워졌다는 뜻인데 '배추값 비싸면 싼 양배추 먹으라'는 식의 '부자되세요' 시절도 있었다. 

"조국 딸이 지원한 분야는 어학특기자 전형이었다"

중앙SUNDAY 8월31일자 기사다.

"조씨가 지원한 전형(세계선도인재전형)은 어학특기자전형이다. 이명박 정부 때 입학사정관전형을 늘리라고 해 특기자전형을 입학사정관전형으로 확대한 것이다. 어학특기자전형에선 당연히 어학 실력을 본다. 읽고, 쓰고, 말하는 게 원어민 수준인 학생을 뽑는다. 그래서 외고 학생들이 많이 지원했다..."

"어학 실력과 학업적 능력을 보여주는 AP(Advanced Placement, 미국 대학협의회에서 만든 고교 심화학습 과정) 같은 기록, 공인된 유엔 모의대회 실적을 더 높게 평가했다. 어학 실력, 학업능력, 그리고 리더십 등이 중요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28)이 2009년 고려대 수시모집(1차) 당시 입학팀장(61)의 증언이다. 그는 고려대에서만 20여 년 간 입시를 맡아왔고, 최근 정년퇴직했다.

중앙SUNDAY 31일자 기사 이후 '조국' 키워드로 등록된 기사는 모두 828개. 그러나 이 기사를 받아 보도한 매체는 단 한군데도 없다. 반면 "조국 불륜 주장 30대 벌금형"이라는 선정적인 기사는 하루 종일 인터넷을 덮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조국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다. 뉴스의 팩트, 사실의 진위 여부를 따지지 않는다. 소문만 무성하다. 죽일 놈 살릴 놈, 악다구니만 진동한다. 그럼 확인하면 될 일 아닌가? 팩트체크도 않는다.

뭘까...? 영화의 한 장면... 조직폭력배... 패싸움...

왤까...? 두렵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지금 '조국의 한복판'에 서 있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들 만만찮다. 대한민국 언론들, 말 '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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