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 <사진=연합뉴스>
▲ 국민연금공단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은주 기자]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이 횡령과 배임 등 사익을 취하는 ‘나쁜 기업’이나 주주 제안을 지속적으로 거부하는 중점관리 투자기업에 대해 이사 해임까지 요구하는 주주권 행사를 강화한다. 국민연금이 상당수 대기업의 대주주인 상황에서,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해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될 전망이다.

12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국민연금이 마련한 주주권 행사 지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기금의 장기수익과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업과 생산적 대화를 우선하되, 충분히 대화했음에도 개선이 되지 않는 경우 제한적으로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공청회를 열고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기금운용위원회에서 해당 가이드라인을 최종 의결할 방침이다. 이는 지난해 7월 국민연금이 도입한 ‘수탁자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코드)의 후속 조치로, 경영 참여 목적의 주주권행사 시 대상과 절차 내용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다.

공개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사의 횡령과 배임 등 유죄가 확정될 경우 상법에 따라 이사 자격을 박탈하는 ‘이사 자격’ 조항을 정관에 넣으라고 요구한다. 또 내부거래, 내부 통제, 준법경영을 담당하는 위원회(사외이사로만 구성)를 이사회에 설치하는 조항을 정관에 넣도록 요구한다.

정부는 기업의 장기적인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생산적 대화를 충분히 진행하고, 대화했음에도 개선이 없는 기업에 대해서만 최종적으로 기금운용위원회가 주주제안의 실효성과 비용 효과성 등을 고려해 주주제안의 내용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곧 대화 후 안건이 수용되지 않으면 국민연금이 주주제안을 하겠다는 것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경영권에 대한 정치 권력의 과도한 간섭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어 논란의 소지가 있다.

특히 이사 해임 제안에 민감한 재계는 연금 사회주의 우려를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율이 막강한 대주주인 국민연금의 경영참여가 상장 기업의 건강한 경영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시키는 순기능을 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보면 정권에 의한 ‘경영 간섭’으로 여겨져 거부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통과된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방안’에 대해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7%에 육박하는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적극 나설 경우 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요인”이라며 “향후 국민연금의 경영참여는 수탁자 책임 원칙에 따라 주주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개별 기업의 경영활동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시장을 교란시키는 일이 없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돼야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의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국내 상장사 중 90개 기업에서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주권 행사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한다. 기금운용이 정부의 통제와 감독, 관리 하에 있는 구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권의 입김이나 여론에 따라 주주권 행사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회사 경영의 전문성을 발휘하기 힘든 국민연금의 개입이 기업의 수익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주주는 투자 실패의 책임을 주주가치 손실이라는 자신의 손해로서 책임을 지게 되지만, 국민이 납입한 금액으로 운용되는 국민연금은 기업의 수익성을 훼손시키는 판단을 내려도 책임에서 자유로워 책임 투자를 견인하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다만, 양성일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국민연금은 책임투자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함으로써 위험 대비 수익률을 높여 장기 수익률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며 "이는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의 투자 철학과 부합하며, 해외 주요연기금도 투자 시 비재무적 요인을 고려해 운용하는 것이 이미 글로벌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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