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데이터 3법’ 중 하나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사진=연합뉴스>
▲  27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데이터 3법’ 중 하나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데이터 3법’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 핵심 법안인 신용정보‧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논의 자체가 불발돼서다. 3법 중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이라도 넘은 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유일하다.

국회 행안위는 27일 전체회의에서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중 하나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오는 29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데이터 3법은 개인과 기업이 수집·활용할 수 있는 개인정보 범위를 확대해 빅데이터 산업을 활성화하자는 취지의 기존법 개정안이다. 데이터 3법 가운데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은 건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처음이다.

이날 통과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특정 개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가명 처리한 개인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통계 작성, 연구 등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기존 7명으로 구성된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9명으로 늘리고, 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격상해 각 부처에 분산된 개인정보 보호 업무를 일원화하며, 위원회에 국회 추천 인사를 포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까스로 상임위 문턱을 넘은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과 달리 데이터 3법의 나머지 2개 법안인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앞서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지난 25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통과될 것이란 예측이 많았지만,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통과가 무산됐다.

해당 개정안은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으로, 가명 처리한 정보를 본인 동의 없이 활용하도록 허용한다는 점에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과 맥이 닿는다. 다만 이 법에서 규정한 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닌 ‘신용정보’다.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또한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있는 신용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 등의 조항도 담고 있다. 마이데이터란 은행과 카드회사 등 금융회사에 흩어져 있는 개인 신용정보를 모으거나 이동시킬 수 있게 한 서비스를 말한다.

지 의원은 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 전 개인의 정보 주권과 정보 인권을 지킬 엄격한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25일 기자회견에서 “신용정보는 원칙적으로 (제공을) 금지하되, 개인이 본인의 정보를 동의할 경우만 허용해야 한다”며 “또 개인정보 중 병원 및 약국의 의료정보제공은 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이틀 뒤인 27일도 지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부처 합의를 뒤집고 실명 정보를 가명 정보 제공이라고 주장하는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며 신용정보보호법 개정안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기자회견에서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융위는 지난 1년여 간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실명정보의 비동의 제공’ 내용을 법안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었다”며 “그러나 정무위 법안소위엔 실명정보 제공 법안이 상정됐고, 이는 국가가 기업들 돈벌이를 위해 국민 개인정보를 빼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국회 정무위는 오는 28일 다시 법안소위를 열고 개정안 통과를 논의할 예정이다. 만약 28일 법사위 통과도 무산된다면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29일 국회 본회의 상정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당연히 연내 법안 마련도 어려워진다.

국회 과학기술방통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내년 예산안을 두고 과방위 여야 의원들이 대립하면서 아직 법안소위 일정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대표발의 한 해당 개정안은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개인정보보호 관련 사항을 개인정보보보법에 이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데이터 3법의 국회 통과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25일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 민주노총, 참여연대, 경실련 등은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금융 소비자의 개인정보보호는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추혜선 정의당 의원도 같은 날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을 일컫는 데이터 3법의 기본 방향은 기업의 필요를 위해 개인의 정보인권을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벤처기업협회, 바이오협회, 한국데이터산업협회 등 단체들은 데이터 3법이 혁신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며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일례로 박 회장은 지난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데이터 3법이 이대로 가다가는 자동폐기될 거 같다”며 “데이터 산업은 미래 산업의 원유라고 하는데 원유 채굴을 아예 막아놓은 상황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태에서 우리나라가 어떻게 4차 산업혁명과 미래산업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 아득한 심정”이라며 “미국과 중국, 일본은 일찌감치 데이터 관련 규제를 풀어서 뒤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앞서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첫 단추조차 끼우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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