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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윤석열 사단' 좌천, 반복되는 흑역사

살아있는 권력 수사 불가 선언을 지켜보며

마르크스는 『루이 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에서 “헤겔은 어디선가 세계사에 막대한 중요성을 가진 모든 사건과 인물들은 반복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며, 역사의 반복은 “한번은 비극으로 다음은 소극(笑劇)으로 끝난다는 사실”을 말했다. 1799년 나폴레옹 1세가 쿠데타로 집권해 황제에 오른 것을 비극으로, 1851년 그의 조카 루이 보나파르트가 삼촌을 흉내 내 또 다른 쿠데타로 즉위한 것을 희극 같은 일로 말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 때 국정원 댓글 수사를 하다가 좌천당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그 박근혜 정부가 탄핵당한 뒤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에 중용되었다가 다시 청와대의 미움을 사게 되어 측근들이 일제히 좌천인사를 당한 광경도 차라리 희극적이다.

7년전 "채동욱 검찰총장을 내쫓고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책임자인 윤석열 팀장을 내쳤다"고 박근혜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던 추미애 의원은. 이제 법무부 장관이 되어 ‘윤석열 사단’을 좌천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유가 여권 인사들을 겨냥한 검찰 수사에 있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동안 검찰은 조국 전 장관 일가 비리 의혹, 유재수 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 등을 하면서 여권 쪽의 거센 반발을 받아왔다. 물론 검찰의 수사에 과도한 점이 있을 수 있고, 청와대로서는 큰 불만을 가질 수 있었을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검찰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사건들이 여럿이고, 법원의 1심 판결도 나지 않은 상태이다. 정말로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한 대대적 문책이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검찰수사가 타당했는지는 아직 누구도 단언할 단계가 아니다.

그럼에도 추미애 장관과 문재인 정부는 현재 여권 인사들을 상대로 수사중인 검찰 책임자들을 좌천시키는 인사를 화급을 다투며 발표했다. 청와대와 여당을 상대로 한 검찰의 과도한 수사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살아있는 권력’의 선언으로 받아들여진다. 조만간 단행될 후속 인사에서도 여권 관련 수사를 맡고 있는 차장-부장검사들에 대한 인사 조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고립무원의 처지가 되었고 관련된 수사팀들이 공중분해되어 수사는 흐지부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했던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시길 바란다"던 말은 이제 없었던 얘기가 되고 말았다. 옷을 벗을 각오를 하지 않는한, 앞으로 어느 검사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맡으려 하겠는가. 국민이 원하던 검찰개혁이 과연 이런 것이었을까.

문제는 이같은 보복성 인사가 가져올 후과(後果)다. 지금 당장이야 청와대와 관련된 검찰수사를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이 시한부일 수밖에 없음은 오래지 않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여권 관련 검찰수사가 수사팀의 해체로 좌초될 경우 당장 야당들은 임기 내내 특검을 요구하며 정쟁의 이슈로 삼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끝나고 정치환경의 변화라도 있게 되면 재수사를 하게 된다. 아울러 검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직권남용의 인사를 했다는 혐의로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진행될 수 있다. 여러 번 겪고 지켜본 일들이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정권이 바뀌면 번갈아가며 이전 정권을 단죄해야 하는 악순환에 종지부가 찍어지기를 기대했다.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만큼은 그런 거리 자체를 남기지 않아, 장차 정권이 어디로 가든 ‘적폐청산’이냐 ‘정치보복’이냐를 둘러싼 소모적 대치가 더는 없기를 바랬다. 그래야 여야가 번번이 정권을 놓고 죽느냐 사느냐의 전쟁을 치르고, 정권을 차지하지 못한 쪽은 줄줄이 감옥에 가는 역사의 반복을 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오늘의 안전을 위해 후일의 위험을 선택했다.

이 끝없는 악순환을 지켜보면서 가끔은 우리가 많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많은 기대를 가져왔지만 정작 대다수 국민들의 삶은 달라지는 것이 없다. 먹고 살기가 힘든 것은 이명박-박근혜 10년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이다. 들어선 정권마다 삶의 질이 달라지는 수혜자들은 그들만의 리그 안에 따로 존재해왔다. 어느 정권이나 그 성(城)은 이방인들에게 좀처럼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카프카의 <성>(城)에 나오는 K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 성의 문 앞에 검찰개혁이라는 양의 머리를 걸어 놓고 성역 수호라는 개고기를 팔아서는 안 된다. 이런 흑역사가 되풀이 되는 광경이 슬프고 참담하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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