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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룡의 흩어져야 산다②] "신천지는 코로나19의 숙주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2020년 2월 12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공식명칭을 'COVID-19'로 발표했다. 대한민국 질병관리본부는 COVID-19의 한글표기를 코로나바이러스-19(약칭 코로나19)로 명명했다. 2020년 2월 13일 국제바이러스분류위원회는 바이러스명을 'SARS-CoV-2'로 공식 발표했다. 외피가 돌기로 둘러싸인 왕관Corona 모양을 하고 있어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코로나바이러스-19는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RNA 바이러스다.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동물에게 감염을 일으킨다.

이명박 정권 때 '광우병'의 문제, 박근혜 정권 때의 '메르스'의 문제는 이제 초등학생들마저 전문가로 만들만큼 상식이 됐다. 지금 진행중인 코로나19 덕분(?)에 세계시민은 '목숨 걸고' 많은 걸 알게 됐다. 앎, 이것을 '깨몽'이라 하자. 깨몽이란 '꿈 깨'란 뜻이다. 즉 여지껏 내가 믿어왔던 것이 모두 엉터리일지 모른다는 당혹감이다. 좀더 비약해 기독교적으로 말하면, 코로나19는 지금 인류를 향해 '회개하라'고 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깨몽① 박테리아bacteria와 바이러스virus는 다르다.

bacteria·박테리아·세균은 '혼자'서도 잘 사는 '생명체'다. 공기 중이나 물 속이나 땅 속이나 동물 몸 속 어디에든 증식할 수 있는 생물체, 살아있는 세포다. 하지만 virus·바이러스는 '홀로' 살 수 없다. 독립적으로 생존할 수 없어 반드시 숙주host가 필요하다.

 
깨몽② 기생parasitism과 공생symbiosis은 분리되지 않는다.

그럼 숙주宿主host란 뭔가? 생명체에게 영양분과 서식지를 제공하는 동·식물 개체를 숙주라 한다. '먹이사슬'처럼 동물은 선충과 같은 기생충에게, 세포는 바이러스에게, 식물의 뿌리는 곰팡이류(균근mycorrhizae)의 숙주가 된다.

그런데 '숙주와의 관계'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기생parasitism의 경우는 바이러스 같이 숙주에 일방통행적 해를 끼치는 관계다. 서로 다른 종의 생명체가 상호 영향을 주며 함께 살아가는 관계가 공생symbiosis이다. 

생명체는 한편으로 해악을 입으면서 한편으로는 유익을 얻어야 생존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인간 몸의 실상은 1만종 넘는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와 함께 살고 있다. 이를 개체수로 환산하면 100조 개나 되며 인간 몸 세포의 10배, 몸무게의 2%에 해당한다. 실상 인류는 바이러스와 함께 사는 셈이다. 어쩌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바이러스 서식지다. 바이러스가 없었다면 지구는 생명체가 살 수없는 행성이 됐을 지도 모른다.

우리 인간의 몸은 온갖 이질적인 존재들이 득실거리는 타자들의 공동체다. 이 가운데 내가 조율할 수 있는 영역이 얼마나 될까? 거의 없다! 결국 내 몸의 주인은 내가 아니다! 그래서 슬프냐고? 아니다! 좀더 세심하게 나와 이웃, 세계, 자연, 지구, 우주…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통찰하게 된다.


깨몽③  '코로나19'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인간'이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를 낫게 하려면? 이 질문에 현대 지구인은 한결같이 '죽여야 산다'를 정답처럼 여길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이는 실체를 잡아내어 몸 안의 바이러스를 잡아 죽이면 된다는 '병인체론'에 감염됐기 때문이다. 

바이러스가 사람의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 분열·변태·증식하고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직접 잡아 죽이겠다는 발상은 곧 사람을 죽이겠다는 뜻이다. 20세기 들어 수많은 질병이 1차 세계대전 때보다도 더 많은 인명을 앗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영생불멸의 '유토피아적 환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현대의학자들이 증언한다. "바이러스가 지구 생태계 균형을 맞춘다. 엄청난 탄소를 바다에 비축하고, 산소를 공급하고 생명에게 기운을 불어넣는다", "자연계에는 약 160만개의 바이러스가 존재하는데, 인간이 지금까지 찾아낸 바이러스는 단 1%도 되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말 그대로 지구생명의 역사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하여 바이러스는 항생제로 치료가 불가능하고 치료약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치료약이란 고작 마스크착용과 손씻기 밖에 없지 않은가.

과학이 발전하면 할수록 바이러스 혹은 세균 역시 함께 진화하기 때문에 이 눈부신 첨단과학의 시대라는 21세기에도 인간은 여전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정체불명의 전염병에 노출된다. 인류의 역사에서 질병이 사라지는 시대는 결코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태도는 바꿀 수 있다. 지금처럼 두려움, 공포, 죽음부터 떠올리고, 너무 적대적이고 전투적이고 공격적이지 않게 말이다.


깨몽④ 건강한 '숙주host되기'

보다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통찰이 필요한 때다.

"씨 뿌리는 자가 씨를 뿌릴새 더러는 길 가에 떨어져 새들이 와서 먹어 버렸고/ 더러는 돌밭에 떨어져 뿌리를 내리지 못해 말랐고/ 더러는 가시밭에 떨어져 가시가 자라 결실하지 못했고/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져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나 결실하게 되었느니라."  바이블 마가복음 4:5-8

이를 '같은 씨 다른 땅'으로 해석해보자. 코로나19 씨앗이 좋은 땅, 알맞은 숙주·宿主·host'를 만나면 서른배 육십배 백배의 분열·변종·증식·전염·확장한다는 얘기다. 여기서 '코로나19 씨앗품종'은 인간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불가항력의 영역이다. 그렇다면 '숙주의 영역'은 바꿀 수 있지 않겠는가. 씨앗이 자랄 수 없도록 길 가, 돌밭, 가시밭이 되면 되지 않겠는가.

이를 '건강한 숙주되기 프로젝트'라 부르고 몇가지 테제를 붙여보자.

 

1 '같음'을 강요말고 '다름'을 수용하자.

지난 130여 년동안 한반도 민중의 삶은 너무 '균질화'됐다. 근대화, 산업화, 민주화로 세분화시킬 수도 있지만, 뭉퉁그려 대중의 삶에 '집단성'을 강요했다. 남북의 분단체제가 그랬고, 남쪽의 30년 군사독재가 그랬다. 공장의 대량생산체제가 농촌을 해체하고 노동자들을 아파트로 군집시키고, 공간을 도시화했다. 이를 따라 교회는 메가처치가 되는 것이 교회 존재목적처럼 됐고 목사나 신부나 중도 독과점적 소유와 독재적 통치방식을 이유도 모른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인간 삶의 양태 또한 집단화되고 대형화됐다. '에덴으로부터의 추방'을 인간 본연인 것처럼 여겨지고, '뭉쳐야 산다'는 선전 선동이 사람들에게 자연스러워졌을 때, 사람들은 '혼자있기'를 두려워하고 싫어하게 됐다. 

여기에 병리학적, 기독교적 사유체계까지 가세해 미생물을 적으로, 아직 확인되지 않은 바이러스와 세균을 악마로 설정하고, 의사와 환자를 날카롭게 격리시키는 '분단체제'에 대한 믿음을 유포시켰다. 정치영역에서도 '집단성의 자기장'은 '진영논리'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득세하고 있다. 여기서 '나와 다름'은 추호도 용서되지 않는다.

 

2 '집단성'에서 '홀로, 자유롭게'

코로나19는 인간의 '집단성'을 지극히 사랑하는 듯하다. '신천지 예배' 현장이 공개됐다. "서서 하루를 사느니 무릎꿇고 영생하겠다" 다닥다닥 붙어서 같이 천국갈 친구의 뒤통수에 침물오물똥물의 폭포수를 쏟아붓는다. '오~밀접한 사랑이여' 정말 '아름다운 숙주'다. 브라질 삼바축제는 어떤가. 수 천명이 부비부비~ 단번에 수 천명이 감염됐다. '오~밀착적 사랑이여' 우한도 빌딩숲이요, 워싱턴 또한 도시화의 첨단이다. '바벨탑은 내 사랑'. 대한민국 '엇다 대구' 한 아파트 전 시민이 감염됐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모여라~ 뭉쳐보자~ 아멘아멘~'의 외침에 크게 기뻐한다. 누가? 코로나가! 위의 삶의 모습들는 코로나19가 특별히 사랑하는 숙주들이다.

한편에서 "모이면 위험하다, 흩어지는 은행 직원들, 본점 폐쇄, 대체 사업장 모색, 운영인력 분산 배치, 순환 재택근무, 영업점 고객 대면 마케팅 사라져, 현금·금고 소독 등 방역...'은 소리를 내지만, 아직은 모기소리보다 못하다. 게다가 '노마드의 삶', '흩어져야 산다'는 소리는 웬 '~ 소?'

현대자본주의의 끝자락에 선 대한민국은, 아니 인류문명은 '사막화' 단계의 첫 지점에 서있다. 여기서는 모래폭풍과 미세먼지는 일상이다. 바다에서는 침몰하고 땅에서는 함몰된다. 사라지는 모양은 몰沒이다. 몰몰몰... 몰은 현대문명의 종말을 읽는 키워드다.


3 '위생'이 아니라 '양생'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질병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다. 모든 질병을 박멸, 치료, 고치겠다는 '교만한 염원'이 아니라, '질병과 공존하는 삶'이라는 새로운 관계의 모색일 것이다.

기존의 '위생시스템'은 안타깝게도 코로나19가 '은근히 사랑하는 체제'다. 건강과 질병의 대립으로 시작해, 정상과 비정상의 분할까지, 불결함과 질병을 도덕적 타락으로까지 연관시키는 '은밀한 숙주'다.

인간이 하나님의 창조물이다까지는 맞다치자, 인간 월권은 자연을 통치할 수 있는 주권을 부여받았다까지 변태했다. 이 인간의 변태 속에서 코로나19는 너무나 '안락한 숙주감'을 느낀다.

새로운 질병들은 하늘에서 떨어지거나 어떤 신비한 작란(?)에서 튀어나오지 않았다. 기생과 질병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삶의 일부로서 필요한 것이다. 그것들은 태초의 가장 단순한 유기체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존재에 근본적인 것이다.

양생養生이라는 원뜻대로 목숨을 아끼고 생명의 유지존속을 위한 노력을 말한다. 동양 고전의 '사회신체론社會身體論'적 발상, 푸코의 '신체권력'에서 말하는 양생적 태도는 감염환자를 살리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몸 안에 항체(항바이러스)가 코로나19 싸워서 이기는 힘, 다시 말해 코로나19의 숙주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밀착적 사랑'으로부터 멀어지기, '사회적 거리두기'는 옳다

 

4 '사회적 거리두기'와 '심리적 마스크'

지금 '코로나19' 사태는 '생명권'이란 차원에서 인류문명과 세계권력에 대응해야 하는 시대가 왔음을 눈치채야 한다.

하나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가혹한 착취를 멈추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독교적 세계 분단체제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분단체제' 혹은 '근대적 동일성'의 지반을 넘기 위해서는 영화 '설국열차'가 보여주듯 '김밥 옆구리 터지는 짓'을 자주자주 감행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이질적인 것들을 더 풍부하게 수용하는, 아주 새로운 주체를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서 나온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 딱 어울리는 테틱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심리적 마스크'다. 유럽인의 인사법을 보라. 볼을 비빈 후, 귀속에다 침을 튕겨 넣어준다. '갓 브레슈'. 참 아름다운 숙주다. 이런 식도 부족해, 끈적끈적한 '혀의 허깅'이 일상인 동네도 있다. '같이 죽자'는 종말의 인사법이다. '밀착된 사랑'은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

비말전염이란 것도 있다. 심각한 것은 공기감염airborne infection이다. 결핵, 인플루엔자 등 비말의 작은 방울이 비교적 장시간 공중을 떠돈 후, 인간 호흡기를 통해 감염된다는 것. 방어기제는 '마스크' 밖에 없고 이조차 90%가 '재수'라 한다면, 인간 과학문명 참으로 비참해진다. 그러나 자업자득이다.

인간이 지구 통치권을 위임받았다고? 그렇게 계몽되고, 그렇게 세뇌되고, 그렇게 교육받고, 그렇게 교회가서 얻어낸 결론이 고작 '미세먼지'다. 지구에 있는 물을 골수까지 다 빼먹고, 기름까지 다 짜, 지구를 구워먹고 부숴먹고 깨먹고 바스라진 결과가 '지구 사막화'다. 그래서 미세먼지 출현, 모래폭풍, 가뭄... 미세먼지 다시 오면 씻고 씻는 방법 밖에 없어 청결강박증에다, 피부는 벗겨지고 더 거칠어지고 면역시스템 파괴로 아토피 질환 긁고 또 긁어... 드디어 이런 악순환의 매트릭스에 돌입했다.

이제 사람들은 좀더 겸손해야 한다. 기침이나 재치기를 할 때 내 침이 튈까 예의를 차려야 한다. 막무가내 일방통행 자기중심적  웅변은 삼가야 한다. 이웃에 해가 되지 않을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말을 할 때도 삼가 조심해야 한다. 투쟁의 '맞서기'보다 협력과 상생의 '나란히 서기'를 익혀야 한다. 누구 말마따나 '눈 맞추기'나 '눈높이'보다 '게눈 뜨기'와 '옆걸음치기'의 기술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좀더 "흩어져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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