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이은주 기자] 5-6월 하루 평균 97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한 OPEC+의 합의로 국제 유가의 급락 가능성은 줄어들었지만, 유가가 다시 반등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유국들의 감산 규모는 역대 최대 규모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돼 공급 과잉 상태가 해소될만한 수준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OPEC+가 5-6월 두 달간 하루에 970만 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하면서, 국제 유가에 악영향을 미쳤던 감산 이슈가 일단락됐지만, 국제유가는 혼조세를 보였다. 1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5%(0.35달러) 하락한 22.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감산 규모가 일 평균 200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13일(현지시간) WTI가 상승세를 타기도 했지만, 수요 붕괴의 압박이 거대해 지속적 상승 압력을 만들기엔 역부족이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대니얼 갈리 TD증권 원자재 분석가는 “수요 파괴의 정도가 이례적일만큼 커서, 역사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수요 위축을 상회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석유시장 분석가인 가우라브 샤르마는“하루 1850만 배럴이 가장 낙관적인 최대 감산량인데 올여름 석유 수요의 감소와 비춰보면 턱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열린 OPEC+ 긴급 화상회의 <사진=OPEC 공식 트위터, 연합뉴스> <br></div>
 
▲ 12일 열린 OPEC+ 긴급 화상회의 <사진=OPEC 공식 트위터, 연합뉴스>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유가를 상승세로 전환시킬지는 불투명하다. 980만 배럴 규모의 감산 합의는, 코로나19로 인한 전세계 경기 위축에 따른 원유 수요 붕괴 규모를 상쇄할만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나는 올해 전체 글로벌 수요 붕괴규모를 440만 배럴에서 990만 배럴로 수정했다. 또 블룸버그는 “이번 합의가 국제 유가의 변동성을 줄여주겠지만 재고가 쌓이고 있어 유가는 3분기에도 ‘더 오래 더 낮은’ 가격이 유지될 것”이라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메릴린치 보고서를 전하기도 했다.

다만 산유량 감축에 합의하지 않은 국가들도 감산 의사를 밝히면서, 산유국 전체의 실질 감산 규모는 980만 배럴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OPEC+의 감산 협상에 참여했던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부 장관은 OPEC+에 속하지 않는 미국, 노르웨이와 다른 다수의 산유국들도 감산 의사를 밝혔다면서, 오는 5~6월 기간 주요 산유국들의 전체 감산량이 하루 1500만~200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브라질 등 비오펙플러스 산유국들도 하루 400-500만 규모를 감산할 계획이다.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 쿠웨이트는 자신들의 감산량에 더해 모두 200만 배럴을 추가로 감산하기로 했다. 유럽 주요국들은 석유 시장의 과잉 재고를 국가 비축용으로 사들여 가격을 지지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조치들이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특히 미국의 경우 민간 기업들에게 국가가 합의를 강제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BBC에 따르면 석유시장 분석가인 가우라브 샤르마는 “러시아가 감산 합의를 잘 지키지 않은 전력이 있어서 현재 합의된 감산량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컨설팅 업체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의 대표인 앤디 리포도 “이번 합의는 애초 시장 기대에도 조금 못 미치는 규모”라면서 “시장은 OPEC+가 거의 1천만 배럴의 감산을 실제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에 말했다.

한편 유가가 현 수준보다 크게 오르지 않을 경우에는 미국 셰일 업체가 대거 파산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WTI 가격이 배럴당 30달러에 머물 경우 원유 및 천연가스 생산업체 중 40%가량이 파산에 직면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셰일업체 중 화이팅 페트롤리엄 등이 최근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