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소명 부족” 구속영장 기각
검찰, 영장 재청구·불구속 기소 갈림길
삼성, 총수 구속 리스크 면해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필수 기자]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을 둘러싼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9일 구속을 면했다. 법원이 이 부회장 구속을 기각하며, 총수 구속을 둘러싼 삼성의 경영 불확실성이 다소나마 해소될 전망이다.

원정숙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하고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9일 오전 2시경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발부를 기각했다. 이 부회장은 결정이 나올 때까지 구치소에서 대기하다 귀가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것이었고 이 부회장이 불법행위를 주도했다며 지난 4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행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이었다.

검찰은 경영권 승계 작업 전반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방안 등 관련 내용을 이 부회장에게 보고한 옛 미래전략실 문건 등 물증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지난달 두 차례 소환 조사에서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부인해 구속하지 않으면 총수 지위를 이용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측은 1년 7개월간에 걸친 수사로 필요한 증거가 대부분 수집돼 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점, 글로벌 기업인으로서 도주 우려가 희박하다는 점을 앞세워 불구속 수사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의 기각의 이유는 ‘소명 부족’이었다. 검찰이 구속의 필요성·상당성을 소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불구속 상태로 기소에 나설지 기로에 놓였다.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서며 기소 의지는 확고한 상황이다. 앞서 2017년 1월 검찰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되자 다음 달 영장을 재청구해 이 부회장을 구속했다.

한편 총수가 구속을 면하며 삼성은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삼성은 지난 7일 호소문을 내고 “삼성이 위기다”라며 “장기간에 걸친 검찰 수사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이 위축돼 있고, 그런 가운데 코로나19 사태와 미중간 무역분쟁으로 대외적인 불확실성까지 심화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구속영장 청구 당시 주요 외신도 총수 부재에 따른 리스크를 보도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죄가 선고된다면 대신할 인물이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프랑스 AFP는 최근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다면 삼성은 가장 중요한 결정권자를 잃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결정권자 부재라는 위기 상황을 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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