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한국은행은 11월 말 외환보유액이 4363억 8000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 3일 한국은행은 11월 말 외환보유액이 4363억 8000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강민혜 기자]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10여년 만에 최대폭으로 늘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보유한 외화자금이 적정 수준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11월 말 외환보유액’에 따르면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363억 8000만 달러(약 480조 원)로 전월 말 대비 98억 7000만 달러(약 10.9조 원) 증가했다. 외화자산 운용수익과 기타 통화 표시 외화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액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

특히 전체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가증권은 3946억 4000만 달러(약 434조 원)로, 한 달 만에 110억 달러(약 12조 원) 가까이 급증했다. 달러·파운드·유로·엔 등으로 표시된 국채, 정부기관채,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MBS, 커버드본드) 등으로 구성돼 있다.

IMF포지션은 4000만 달러 증가한 44억 달러(약 4.8조 원), IMF특별인출권(SDR)은 3000만 달러 늘어난 32억 2000만 달러(약 3.5조 원)였다. IMF포지션은 국제통화기금(IMF) 회원국이 의무적으로 납입한 출자금 가운데 언제든 자유롭게 인출할 수 있는 금액으로 외환보유액에 포함된다. 또 SDR은 국제수지가 악화했을 때 IMF로부터 무담보로 받을 수 있는 국제준비통화다.

은행에 두는 예치금은 10월 말 305억1000만 달러(약 33.6조 원)에서 11월 말 293억 2000만 달러(약 32.3조 원)로 줄면서 전체 구성 자산 중 유일하게 감소했다. 금은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 표시하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 9000만 달러(약 5.3조 원)였다.

외환보유액은 국가가 비상금으로 비축하는 외화자금이다. 긴급사태 발생으로 금융기관 등 경제주체가 해외에서 외화를 빌리지 못해 대외결제가 어려워질 경우에 대비하고, 외환시장에 외화가 부족해 환율이 급격하게 상승할 경우 시장안정을 위해 쓰인다.

올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8개월째 증가세를 이어왔다. 6월 이후부터 6개월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10월 말 기준(4265억 달러)으로 세계 9위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이 적정한 수준인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쟁거리다. 세계 9위 수준의 외화자금을 보유하고 있어도 과거 위기가 닥칠 때마다 외환시장이 흔들린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외환보유액이 39억 4000만 달러(약 4.3조 원)까지 감소하면서 대외거래에서 결제할 달러가 부족해져 외환위기를 겪었다. 그때보다 외환보유액 규모(2397억 원·세계 6위)가 월등히 많았던 2008년 9월 금융위기 때도 달러가 급격히 빠져나가면서 외환보유액이 2000억 달러(약 220조 원) 선까지 줄며, 환율이 불안정해졌다

최근엔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지난 3월 외환보유액 4000억 달러(약 440조 원) 수준을 간신히 지킨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외환보유액이 이때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에 기재부는 지난 9월 10년 만기 달러화 외평채 6억 2500만 달러(약 0.7조원) 규모, 5년 만기유로화 외평채 7억 유로(약 0.9조원) 규모를 모두 역대 최저금리로 발행했다. 이러한 외평채 발행이 지난달 외환보유액 확대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외평채 발행 직후 페이스북에 “코로나19 확산세 지속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 경제에 굳건한 신뢰를 보여준 해외투자자들이 많았다”며 “대외건전성을 비롯한 한국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나라 밖의 평가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외환보유액 규모는 중국이 3조 1280억 달러(약 3441조 원)로 1위를, 일본이 1조 3844억 달러(약 1523조 원)로 2위, 스위스가 1조 217억 달러(약 1124조 원)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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