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현우 기자, 김미현 기자] "오랜 전통을 품은 통인시장마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게 즉살 당했다."
경복궁, 광화문, 청계천, 청와대 등 주변의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엽전을 활용한 다양한 먹거리 체험을 할 수 있는 '통인시장'.
12월 추위가 잠깐 꺾인 날,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통인시장을 찾았다. 코로나19 직격탄을 피해가지 못 한 동대문, 명동과는 달리 먹거리 위주의 전통시장은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곳도 상황은 심각했다. '점포정리', '임대문의' 안내문만이 기자를 반기고 있었다.
통인시장은 일제강점기인 지난 1941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인근의 일본인들을 위해 조성된 공설시장(지방자치단체나 법인체가 시설을 설치하고 구획된 지역에서 다수의 소매상용 점포를 법에서 규정한 자격을 가지고 있는 소매상인에게 대여하여 일용품을 중심으로 한 상품을 판매하게 하는 장소)을 모태로, 6·25 전쟁 이후 서촌 지역에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현재의 시장 형태를 갖추게 됐다.
오랜 역사만큼 먹거리가 다양한 통인시장은 서울시에서도 2010년 ‘서울형 전통시장’으로 지정하면서 여러 단체가 협력해 육성까지 나섰다. 한때 국내외 관광객들로 붐비며 활기가 넘치는 시장이었지만, 코로나19가 확산한 지금은 을씨년스러운 거리가 됐다.
통인시장에서 30년째 기름 떡볶이를 팔고 있는 할머니를 만났다. 각종 방송사, 유명인 등 많은 사람이 다녀간 흔적이 보였다. 하지만 그때를 그리워하듯 연예인과 함께 찍은 사진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지방에서 택배로 주문할 정도로 인기라는 기름 떡볶이집 사장님. 코로나19로 인해 힘드시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연하다. 질문할 필요도 없고, 앞집 옆집 보면 알겠지만, 하나둘씩 문 닫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전에도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이미 매출이 줄어든 상태였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때문에 그나마 남아있던 희망마저 모두 가져갔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가 시장을 휩쓸기 전, 학교를 끝마친 어린이들이 늘 북적였던 먹거리 천지인 과자가게도 한숨 가득한 공기만이 차 있었다.
20년째 과자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8)씨는 "학교 끝난 아이들이나 아이들을 데리러 오는 엄마들이 꼭 들르는 곳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으로 바뀌면서 매출이 확 줄었다"며 "원래 지방에서 서울로 수학여행을 오면, 체험학습코스로 꼭 들르는 곳이어서 부부가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빴다. 매출이 90% 가량 떨어지면서 남편은 (쿠팡)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러 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인들에게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것은 변화가 안 보이는 암울한 미래였다.
김모씨는 "여기는 터줏대감같이 터전을 잡아온 중년, 노년 비율이 60~70%다. 그러니 '디피'(선전을 목적으로 하는 전시·진열·장식)나 상점 인테리어 하는 것을 귀찮아할 뿐 아니라 잘하지도 못한다. 그나마 엽전 도시락 개발로 변화를 줘서 잘 되는가 했지만, 그나마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 코로나19가 끝나도 적자가 회복 안 될 것 같아 가게를 닫을 생각이다"고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기자는 과자가게 인터뷰를 마친 뒤, 시장을 다시 둘러보았다. 해당 시장의 대부분의 상인들은 70대 이상의 노인들이었다. 또 대부분 자신 명의 점포를 가지고 있었다. 과자가게 사장 김모씨도 "여기서 제일 젊은 사람이 저에요 (58세)"라며 "대부분 나이도 많으시고 반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오셨으니, 코로나19로 매출이 바닥나든, 미래가 안 보이든, 떠날생각을 전혀 안 하세요"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씨는 코로나19로 상황이 안 좋아져도, 이 분들에게는 이곳이 삶의 터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젊은 층의 상인들은 전통시장 특성 상 비율이 높지 않고 이 때문에 현재 상인들이 통인시장의 마지막 세대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2000년대 초 중반부터 대형마트가 사람들의 일상속에 자리잡으면서 입지가 좁아진 전통시장, 한국 고유의 문화와 정을 느낄 수 있는 전통시장은 이제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우리의 곁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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