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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인터뷰]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③ “차기 대선 시대정신은 ‘전환’ ”

코로나 충격 중 가장 심각한 건 '노동시장의 황폐화' 대안, '고용보장제나 참여소득제'
'생태 문제, 불평등 문제, 산업기술 패러다임 문제 해결하는 '전환' 있어야'
바이든, 분배동맹 손 댈 수 있나? 오바마 시즌2 될 가능성
한국 자본주의 성장 모델 반세기…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대안 모델로 전환 필요하다

[폴리뉴스 대담 김능구 대표, 정리 김자경 기자] 지난해 초 시작된 코로나19는 단순히 의료 문제, 안전 문제를 넘어 전 세계인의 생활패턴과 자본주의 시스템, 국가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었지만 코로나가 언제쯤 종식될지 아무도 모르고, 이전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코로나 이후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폴리뉴스>는 2021년 ‘새해를 여는 사람들’ 특집으로 지난 1월 21일 서울혁신파크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에서 지구정치경제학자 홍기빈 소장을 만나 그의 제안을 들어봤다.

홍기빈 칼폴라니연구소장은 <폴리뉴스> 김능구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있는 차기 대선 아젠다와 관련 “20대 대선의 시대정신은 ‘전환’이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 이후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해  "1960년대 박정희 정권 이후 한국 자본주의 성장 모델이 생겨난 지 반세기가 지났다"며 "이 성장모델로는 더 지속이 안 된다. 새로운 생태 문제, 불평등 문제, 산업기술 패러다임 이 세가지를 품고 새로운 산업국가로 전환하는 플랜, 이게 바로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것은 적폐청산이라는 패러다임이 아니고, 새로운 합리적 산업사회, 21세기적인 더 평등하고 생태적인 산업사회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플랜이나 그림을 내놓는 사람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코로나 이후 '노동시장 황폐화'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적 일자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지금 학교를 못 가니까 돌봄의 필요가 굉장히 많다"며 "새로 생겨난 사회적 필요에 놀고 있는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결합시키는 대안적인 장치가 '고용보장제나 참여소득제'"라고 주장했다. 

홍 소장은 보수정당이 주장하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에 "참 난감하다"며 “지금의 위기도 시장에 맡겨놓으면 굶어 죽을 사람들이 굶어 죽은 다음 언젠가는 다시 회복될 거다. 그런데 여기서 경제정책의 '목표' 문제로 들어간다. 그렇게 고통을 치르고 경제가 다시 회복되면 그때 뭐 할 건가?” 라고 반문했다. 

한편, 홍 소장은 미국 바이든 정부를 평가하면서 '분배동맹'의 근본적 문제를 제기했다. "바이든이 분배동맹에 손 댈 수 있는 사람인가"라며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그걸 주장했던 사람이 버니 샌더스였는데 민주당이 그를 거의 일방적으로 밀어내고 바이든을 간택한 걸 보면 굉장히 회의적이다."며 "오바마 정권 시즌2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바이든이 당선됐다고 정상적인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건 어패가 있다. 트럼프는 오바마 정권이 낳은 자식"이라며 "2009년 오바마 정권에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 건 단순히 경제회복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불평등한 구조를 바꿔주기 바랐다. 그런데 오바마가 분배동맹에는 손을 대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홍 소장은 “어떻게 보면 오바마-바이든 정권은 노무현-문재인 정권과 닮은 꼴"이라며 "이제 바이든 정권의 관건은 오바마를 넘어설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바이든은 지금 분배동맹 자체에 손을 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홍기빈 칼포라니연구소장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인의 생활패턴, 자본주의 시스템, 국가에 대한 패러다임까지 바꿔놓았다. 공유재산, 고용보장제, 주4일제, 이런 부분들도 같은 맥락인가?

그렇다. 주4일제는 요즘 재택근무 하니까 그 연장선에서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고용보장제나 참여소득이다. 

간단히 얘기하면 고용보장제는 1년 정도 실직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정부가 최저임금으로 다 고용하는 거다. 참여소득은 기본소득과 같은데 중요한 차이가 기본소득은 무조건 주는 거고, 참여소득은 산에 나무를 심는 다거나, 동네의 폐지를 줍는 다거나 사회적으로 유용한 활동을 해야만 준다. 

왜 이 두 가지가 중요하냐면, 코로나로 인한 여러 충격이 있는데 그중 가장 심각한 건 노동시장의 황폐화다. 코로나가 올해 안 끝날 건 확실하다. 2~3년 정도 갈 거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그런데 경제 면에서 보자면 지금 한 해도 겨우 넘겼는데. 노동시장에 어떤 타격이 올 것인지는 쉽게 예측도 잘 안 된다. 이때 사회적으로 많은 새로운 필요가 생긴다. 

이를테면 지금 학교를 못 가니까 돌봄의 필요가 굉장히 많다. 사회적으로 많은 필요가 한쪽에서 생겨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서 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는데 이걸 노동시장에 연결시켜주는 기능이 필요하다. 새로 생겨난 사회적 필요에 놀고 있는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결합시키는 대안적인 장치가 고용보장제나 참여소득제가 된다. 

오스트리아 남부 마리엔탈이라는 마을에서 오스트리아 노동청이 옥스포드 대학교 교수들과 플랜을 짜서 고용보장제 실험을 시작했다. 9개월~1년 동안 실업된 사람들 150명을 고용해서 3년 간 정부가 1년에 3만 유로씩 준다. 그리고 직업 상담사들이 3개월 동안 상담한다. 결정을 한 다음에 짝이 맞으면 영내 기업에 취직을 하기도 한다. 물론 임금은 정부에서 준다. 

-보수정당에서는 지금의 위기도 시장에 맡겨야 된다는 얘기를 한다. 

그렇게 얘기하는 분들이 있으면 참 난감하다. 역사적인 예를 하나 들겠다. 뉴딜이 시작되기 전 1930년대 초에도 똑같은 상황이었다. 월스트리트가 무너지고 미국 경제가 다 무너졌다. 그때 후버 대통령이 기업가들과 금융가들을 모아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했더니 그때도 똑같았다. ‘시장에 맡겨야 된다.’ 그래서 이번엔 경제학자들한테 물었다. 당시 슘페터나 피셔 같이 유명한 경제학자들도 시장에 맡겨야 된다고 했다. 

그분들이 말하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시장에 맡기면 노동시장에서 실업률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간다. 실업률이 올라가면 임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먹고 살아야 되니까 이것저것 따질 수가 없다. 임금이 충분히 떨어지면 투자와 고용이 늘 것이다. 그렇게 시장이 살아난다는 메커니즘이다. 

시장이 스스로 살아날 때까지 임금이 떨어지고 실업률이 올라가는 걸 방치하는 것이 맞다는 게 당시 경제학자들이나 재계 사람들이 똑같이 했던 말이다. 심지어 투자가 늘어야 되는데 투자가 늘어나려면 저축이 많아져야 되니까 금리를 높여야 된다고 했다. 정부는 세금을 많이 걷어도, 돈을 많이 써도 안 된다. 그래서 고금리정책에 긴축재정정책이 후버 대통령 시절 경제정책이었다. 지금 우리의 상식과 정반대다. 

놔두면 언젠가 되긴 될 거다. 시장에 맡겨놓으면 사람들이 굶어 죽을 정도가 되고, 굶어 죽을 사람들이 죽은 다음에 언젠가는 다시 회복될 거다. 세상 일은 항상 변하게 되어 있으니까. 

그런데 여기서 제가 말씀드린 경제정책의 목표가 뭐냐 하는 문제로 들어간다. 경제성장이 목표가 아니라 지금 살아있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게 목표라고 하면 결국 후버 대통령 시절 그 경제정책은 엄청난 고통을 초래하고 수반했다. 그렇게 고통을 치르고 경제가 다시 회복되면 그때 뭐 할 건가? 죽은 사람들은 어떡할 건가. 

실제로는 사람들이 그때까지 참느냐? 안 참는다. 그래서 히틀러가 나온다. 다시 말해서 지금 시장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놔두자고 하면 그 사이에 트럼프 집단 같은 게 나타나고, 심각한 사회적 위기, 정치적 위기가 나타날 거다. 그래서 루스벨트라든가 케인즈 같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시장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자, 이렇게 된 거다. 

-오늘부터 바이든의 공식 임기가 시작됐다. 트럼프 시절에 추악한 미국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이야기를 한다. 바이든이 본래의 미국으로 되돌아가겠다고 했는데 본래의 미국도 문제가 많은 나라이지 않나. 앞으로 바이든의 미국, 어떻게 전망하시나?

아직 구체적인 인선이나 정책 기조가 분명히 된 게 아니라 예측을 할 수는 없다. 지금 상태로 진단을 해보자면 바이든이 됐다고 해서 정상적인 미국으로 돌아간다? 그건 어패가 있다. 왜냐면 트럼프 같은 사람이 왜 나타났는가. 근본적인 문제는 오바마 때로 돌아간다. 트럼프는 오바마 정권이 낳은 자식이다. 

문제는 2008년 경제위기를 오바마가 해결했느냐 하는 문제로 들어간다. 제가 바이든이나 오바마를 쭉 보면서 회의적으로 보는 게 미국사회에 미 자본주의 구조를 이루고 있는 분배집단들이 있다. 다국적 제약회사라든가, 군수자본이라든가, 월스트리트 금융자본가들이라든가. 큰 권력을 가지고 나라 전체 부의 큰 덩어리를 가져가는 큰 집단들이다. 이걸 저는 분배동맹이라고 부르는데 사다리 맨 아래로 내려가면 흑인들이 있다. 

2008년에 경제위기가 온 원인을 생각해보면 서브프라임부터 터졌다.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이 악화되면서 터진 거다. 서브프라임이라는 말 자체가 못 사는 사람들한테 돈을 꿔줬던 주택담보대출이 다 날아가버렸으니까. 

2009년 오바마 정권이 집권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기대한 건 단순히 경제를 회복하는 게 아니라 미국이라고 하는 불평등한 구조를 바꿔주기를 바랐다. 그런데 오바마가 그때 돈 엄청 풀고, 양적완화도 했고, 재정지출도 했고, 교과서에 나오는 일을 다 하긴 했는데, 분배동맹에는 손을 안 댄 거다. 다시 말해서 월스트리트 금융자본이나 글로벌 제약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권력에 대해선 손을 대지 못했다. 

분배동맹의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스티글리츠나 로버트 라이시 같은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이 굉장히 온건했던 사람들인데 2010년대 들어오면서 이건 권력의 문제라고 한다. 미국의 경제문제는 권력의 불평등에서 벌어지는 민주주의의 찬탈, 그리고 아주 비합리적이고 정의롭지 못한 부의 착취 이런 것이 문제다. 

그래서 이 사람들은 계속 분배동맹을 해체해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오바마 정권이 그렇게 안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거다. 오바마는 첫 흑인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런 과감한 일을 하기엔 핸디캡이 너무 많았다. 

분배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장 박탈감을 많이 느낀 사람들이 백인 하층계급이었다. 이 사람들이 보기에 일자리가 생겨도 질 안 좋은 이상한 일자리만 생기고, 경제는 회복됐다고 하는데 주가만 회복됐지 실제로 일자리가 생기거나 삶이 나아진 건 아니었다. 

‘이게 다 오바마 저 놈이 미국의 주류 세력인 분배동맹의 일부가 돼서 벌어진 일이다.’ 이런 불만이 미국 주류 기득권세력(establishment)을 깨 달라는 부탁을 트럼프한테 위임하면서 트럼프 정권이 만들어졌다. 트럼프가 그걸 했느냐. 물론 아니다. 오히려 더 강화시킨 면이 있다. 

이제 바이든 정권의 관건은 오바마를 넘어설 수 있느냐 하는 문제다. 어떻게 보면 오바마-바이든 정권은 노무현-문재인 정권과 닮은 꼴이다. 바이든은 지금 무슨 문제를 풀어야 되냐면 이 분배동맹 자체에 손을 대야 된다. 미국의 분배동맹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에 대해서 과감하게 개입해서 아주 센 개혁을 해야 된다. 

그런데 바이든이 과연 분배동맹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인가. 민주당 후보 선출과정에서 그걸 주장했던 사람이 버니 샌더스였다. 그런데 그 사람을 민주당의 기득권 세력이 거의 일방적으로 밀어내고 바이든을 간택했다. 이게 굉장히 회의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오바마 정권 시즌 2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럼 어떻게 되는가. 트럼프 세력은 더 강해질 위험이 있다. 트럼프가 절반 정도의 표를 가져갔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사람들은 여전히 트럼프 세력을 지지한다. 이들이 바이든 정권 내내 발목을 잡고 계속 시비를 걸 텐데, 그러면 트럼프가 나왔던 이 위기의 원인이 해소 되는가. 제가 볼 땐 가능성이 클 것 같지 않다.

-내년에 20대 대선이 있다. 지난 19대 대선의 시대정신이 ‘촛불’로 상징되는 ‘적폐청산’이었다면, 코로나를 거친 차기 대선의 시대정신은 뭐라고 보시나?

저는 이제 ‘전환’이란 말을 써야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생태 위기가 있고, 우리나라 불평등 위기가 있고, 그 다음 새로운 산업구조에 적응해야 된다는 세 가지 과제가 있다. 새로운 산업기술 패러다임에 아직 사회전체가 따라가지 못한다. 불평등이 심하고, 생태 위기가 굉장히 심하다. 

이것은 적폐청산이라는 패러다임이 아니고, 새로운 합리적 산업사회, 21세기적인 더 평등하고 생태적인 산업사회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여기에 대한 구체적인 플랜이나 그림을 내놓는 사람들이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걸 저는 전환이라고 부른다. 

한국 자본주의 성장 모델이 1960년대 박정희 때 생겨나 지금 반세기가 지났다. 이 성장 모델로는 더 지속이 안 된다. 그럼 지금까지의 성장 모델과는 전혀 다른 대안 모델로 전환해야 된다는 뜻이고, 그게 새로운 산업기술 패러다임하고 어떻게 결합할 거냐, 생태문제는 어떻게 풀 거냐, 불평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거냐. 이 세 가지를 품고 새로운 산업국가로 전환하는 플랜, 이게 제가 말하는 전환이다. 

-혹시 그런 전환의 플랜들을 내놓으신 적이 있나?

5년 전에 제가 다른 연구소를 할 적에 그런 걸 해보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기존에 있었던 논의를 크게 넘어서진 못했다. 이제 하려고 한다. 지금 그린뉴딜 문제(생태문제)랑 불평등 문제, 산업 패러다임 문제가 지난 5년 동안 또 엄청나게 바뀌었기 때문에 이 문제를 같이 풀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볼까 한다. 대중적으로 학자든, 지식인이든, 정치인이든, 누구나 이런 논의에 참여할 수 있는 틀을 갖춘 전환 논의 플랫폼을 만드는 게 올해와 내년의 목표다. 

 

* 홍기빈 소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제정치경제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캐나다 요크대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현재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KPIA) 소장을 맡고 있다. KBS 심야토론,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TBS 김지윤의 이브닝쇼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했으며, 저서로 <아리스토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소유는 춤춘다> <자본주의> <비그포르스, 복지 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기본소득 시대> <코로나 사피엔스>(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권력 자본론> <거대한 전환> <붕괴의 다섯 단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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