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 만들어야, 우리가 인권선진국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모두의 인권을 폭넓게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인권을 보장받는 길”이라며 “우리는 항상 인권을 위해 눈 뜨고 있어야 한다. 자유와 평등, 존엄과 권리를 위해 생생하게 깨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개최된 기념식 연설에서 이같이 밝히고 “우리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서로의 삶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는지 경험했다. 이웃의 안전이 나의 안전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됐다. 인권도 그러하다. 다른 사람의 인권이 보장될 때 나의 인권도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결단으로 인권위가 설립된 점을 짚고 “단 한 사람도 빠짐없이 실질적 자유와 평등을 누려야만 민주주의를 완성할 수 있다는 다짐에서 출발한 인권위는 지난 20년간 소수자의 권리를 대변하며 인권 존중 실현의 최전방에서 많은 일을 해 왔다”고 치하했다.

그러면서 “2001년 11월 26일, 인권위가 접수한 첫 번째 진정은 신체장애를 이유로 보건소장에 임명되지 못한 분의 사연이었다”며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라는 인권위의 권고에 의해 부당한 처분을 한 지자체로부터 손해배상을 받는 것으로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었다”고 말하고 이것이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정이라는 결실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이어 “멈추지 않고 긴 호흡으로 꾸준히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온 인권위의 모습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와 인권의 발전 과정”이라며 보호감호 처분 폐지, 군 영창 제도 폐지, 인권위 권고로 결실을 맺은 삼청교육대와 한센인 피해자 명예 회복과 보상을 위한 특별법 제정, 학교 체벌 금지 등에 있어 인권위의 역할을 되짚었다.

나아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관행에 의문을 제기해 인권의 지평을 넓힌 것은 인권위가 이루어낸 특별한 성과”라며 “‘살색’이라는 표현이 인종차별이 될 수 있음을 알렸고, 남학생부터 출석 번호 1번을 부여하던 관행에도 제동을 걸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이 바뀌어야만 우리 모두의 인권이 넓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소중한 사례들”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인권 존중 사회를 향한 여정에는 끝이 없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인권의 개념이 끊임없이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전 세계는 차별과 배제, 혐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게 됐다. 코로나와 기후 위기, 디지털 전환 속에서 발생하는 격차 문제도 시급한 인권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새롭게 제기되는 인권문제들을 언급했다.

이에 대한 인권위의 역할을 주문한 뒤 “정부는 인권위의 독립된 활동을 철저히 보장하겠다. 취약계층 지원을 늘리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인권 규범을 만들어 나가는 일도 함께 역량을 모아야 한다. 20년 전 우리는 인권이나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이라는 기구법 안에 인권 규범을 담는 한계가 있었다”며 “우리가 인권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넘어서야 할 과제”라고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세계인권선언 제1조는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로우며 그 존엄과 권리에 있어 동등하다’고 선언하고 있다”며 “그러나 자유와 평등, 존엄과 권리는 언제나 확고한 것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등은 수많은 이들의 희생과 헌신이 일궈낸 소중한 성과이며, 우리의 존엄과 권리는 우리가 소홀하게 여기는 순간 빼앗길 수 있는 것”이란 점도 짚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사)한국가사노동자협회 최영미 대표에게 2021년 대한민국 인권상(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했다. 최영미 대표는 한국 IMF 외환위기 직후 ’여성 가장 돌봄일자리사업단‘을 만들고, 2006년 우리나라 최초의 가사노동자 실태조사, 2010년 ’돌봄노동자 법적보호를 위한 연대‘활동, 2021년 「가사근로자법」제정 활동을 하는 등 가사노동자의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2021년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하게 됐다.

<스무살 인권, 다시 함께> 주제로 열린 기념식에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송두환 위원장, 이상철 상임위원, 박찬운 상임위 원, 남규선 상임위원, 문순희 비상임위원, 서미화 비상임위원, 윤석희 비상임위원, 송소연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고  함세웅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고문,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 김미연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부의장 등 인권단체들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송기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탁경국 상임위원, 김호철 국가경찰위원회 위원장·박경민 상임위원, 정근식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송선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위원회 위원장·안종철 부위원장, 김창룡 경찰청장 등이 참석했으며 마리아 카스티요 페르난데즈 주한유럽연합 대사 등 외교사절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한편 문 대통령 기념사 뒤 관객석에서 일부 참석자가 “대통령님, 성소수자에게 사과하십시오. 저는 동성애자입니다”라며 항의와 함께 차별금지법 즉각 추진을 요구했다. 또 지난 5월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의 부친이 기념식 행사장 앞에서 면담 요청 등 요구사항이 담긴 입장문을 문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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