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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인터뷰]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③ "사회적 대타협의 길, 70%이상 노동자 대변하는 제도적 틀 만들어야"

GDP떠나서 '좋은 삶'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국가정책의 지표 바뀌어야
지도자에 대한 기대보다 사회적 공동선 합의하는 공론장의 복구 선행되어야
손배소 제도에 제동 가하고 노동법원 설치하는 것이 노사정 타협의 시작점
대혼란기의 시작? 통념이나 교과서에 의존하지 않는 혁신 노력 기대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세계 경제는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팬데믹의 후유증이라고 할 고물가 고금리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화된 국제적 공급망의 이상 현상이 심각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국내 경제도 장기 불황이 우려될만큼 위기 국면인데, 윤석열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은 방향이나 실체가 불명확하다. 철 지난 교과서적 접근이 전부 아닐까 우려되는데, 조금은 다른 시각의 분석과 기회적 대안이 필요하다. 폴리뉴스는 지난 9일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님을 모시고, 현재 위기의 해법과 우리사회의 새로운 도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홍기빈 소장은 “21세기 경제학은 더 이상 ‘화폐로 계산된 소득 총량’ 즉 GDP 성장을 목표로 할 수 없다”면서, “살림살이 경제학은 포괄적인 의미에서 좋은 삶이 어느 만큼 달성되었느냐를 측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표상 선진국에 들어선 한국이지만 “살림살이 경제학의 관점에서는 출산율 하락이 보여주듯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면서 “GDP를 떠나서 좋은 삶의 방향으로 국가정책 지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하여 홍 소장은 영국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의 ‘도넛 경제학’을 소개했다. “생태적인 한계와 저출산의 문제로 인해 GDP 기준의 저성장 기조는 객관적 현실이 되어버렸다”고 전제하고, 도넛 경제학은 “생태적인 한계를 넘지 않으면서 사회적으로 최소한의 좋은 삶을 보장하도록 운영하는 것을 21세기 경제정책의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대선이 방기했던 시대적 정신과 아젠다를 묻는 질문에 홍기빈 소장은 ‘불평등 문제의 해소’와 ‘산업구조의 전환’, ‘생태위기 대응’ 등 세 가지를 적시하고, “세가지가 다른 문제들처럼 보이지만, 다 동일하게 국민과 사회와 국가가 혼연일체가 돼서 협조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은 동일한 과제가 된다”고 말했다. 또한 세가지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에 대해 홍소장은 “훌륭한 지도자가 나타나길 기대하는 것보다 사회의 공동선(Common Good)이 무엇인가를 합의하는 공론장의 복구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주의가 극복되지 못하고 진영대결이란 모습으로 악순환의 길을 걷고있다는 지적에 대해, 홍 소장은 “지방분권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서”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지차제 정부가 재량으로 쓸 수 있는 재정 규모가 10%가 되지않는다”면서 이게 충분하지 않으니까 “지방 정치가 국회의원 지역구를 매개로 중앙정치와 연결되고 양당 정치의 하부구조로 전락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또한 “양당제 극복의 실험은 거의 실패했다”면서 “양당을 넘어서 유착된 권력엘리트들이 사회의 모든 권력과 기득권을 중앙으로 집중시키는 문제도 풀어야된다”고 말했다.

복지사회를 향한 우리 사회의 대타협 가능성에 대해 홍 소장은 노사정 합의를 위한 실마리를 두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전체 20%에 불과한 양대노총에 힘을 쓰지 말고, 비정규직 등을 포함하여 70% 이상 노동자들을 대변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둘째 “사측이 70% 노동자와 합의하는 것이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하는 환경의 조성이 중요하다면서 “정부가 손배소 제도에 제동을 가하는 것이 시작점”이라고 강조하고 “노사문제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노사정을 포괄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노동법원이나 노동위원회의 설치”도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홍기빈 소장은 “세계 1차대전과 2차대전 사이 30년을 첫 번째 혼란기라고 하는데, 지금 거기에 맞먹는 대혼란기가 시작되는 것 아닌가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국민들은 기존의 통념이나 교과서에 의존하지 않는 혁신적인 노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홍기빈 소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제정치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캐나다 요크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다수의 방송에 출연한 바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아리스트텔레스 경제를 말하다> <살림/살이 경제학을 위하여> <비그포르스 복지국가와 잠정적 유토피아> <기본소득 시대 (공저)> 등이 있으며, <사회적 경제, 풀뿌리로부터의 혁신> 등 다수의 역서가 있다.

[다음은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 인터뷰 전문이다]

김능구 : 지난 인터뷰를 통해서 소장님께서 살림살이 경제학을 소개해 주셨다. 일반적인 경제 지표로 볼 때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인데, 살림살이 경제학의 관점에서 우리 경제 현상과 국민의 삶의 질을 평가하신다면? 살림살이 경제학, 지금도 유효한가?

홍기빈 : 저는 지금 더 유효해졌다고 생각한다. 짤막하게 말씀드리자면 지금 대부분의 나라에서 경제 성장을 평가하는 지표로 쓰는 게 GDP다. 그런데 GDP는 냉철하게 얘기하면 화폐로 계산된 소득 총량이다. 화폐 소득의 총량이 불었다고 해서 그 사회 사람들이 다 행복해지느냐 하면 그건 아니다.

그래서 살림살이 경제학은 포괄적인 의미에서 좋은 삶이라고 하는 것이 어느 만큼 달성되었느냐를 측정하는 거다. 이때 좋은 삶이라고 하는 것은 개인의 행복도 들어가고 사회 전체의 단합과 통합, 행복과 사랑 같은 것도 있고, 생태적인 안녕 등도 포괄적으로 들어간다. GDP로는 이 좋은 삶을 측량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는 지금 행복지표를 개발한다든가 해서 그 나라의 상태를 알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GDP가 아닌 좋은 삶이라는 관점으로 우리 상태를 표현하고 측량해 보려는 노력이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제가 보기에 지금 악화되고 있는 것은 명백한데, 길게 얘기할 필요 없이 출산율이 왜 떨어지고 있는지 생각해 보면 된다. 제가 이 얘기는 꼭 하고 싶은데, 출산율을 올리겠다고 하면서 세금을 깎아주겠다든가 인센티브를 주겠다든가 이런 정책들을 하는데, 이것은 웃음거리를 넘어서서 사실 제가 여성 입장에 선다면 모욕감을 느낄 것 같다. 아이를 낳고 말고 하는 문제는 그런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내가 아이를 낳는 게 나의 좋은 삶에 도움이 되겠느냐라는 굉장히 깊고 포괄적인 의미이기 때문에, 우리가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아주 포괄적인 의미에서 대한민국을 좋은 삶이 향상되는 사회로 만들어야 하는거다. 그런데 복지라든가, 교육이라든가, 육아라든가 이런 게 잘 되지 않으니까, 미래가 없다는 생각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애를 안 낳는 거다.

그렇다면은 무슨 인센티브가 어쩌니 하는 출산 정책 같은 것 생각하지 말고, 우리 사회가 지금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이미 좋은 삶하고 거리가 멀어졌기 때문이란 걸 염두에 두고, 좋은 삶이 이루어지는 경제로, GDP를 떠나서 좋은 삶의 방향으로, 국가 경제 정책의 지표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능구 : 그래서 지난 인터뷰 때 바로 이런 부분들이 새로운 시대 어젠다(Agenda) 아니겠느냐 말씀을 드렸다. 그 당시에 외국 석학들하고 금방 이런 문제에 대해서 공동 연구도 한다고 하셨는데, 그 성과는 좀 있었나?

홍기빈 : 여러 논의가 있는데, 지금 국제적으로 제일 많이 알려져 있는 책 하나만 소개하자면 ‘도넛 경제학’이라는 책이 있다. 케이트 레이워스라고 하는 영국 경제학자가 쓴 책인데, 제가 번역을 했다. 도넛 경제학은 ‘21세기 경제학은 더 이상 GDP 성장을 목표로 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명시적으로 하고 있다.

관련해서 한가지 말씀드리면, GDP 성장이 떨어지는 것은 우리의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이미 저성장 기조라고 하는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객관적 현실이 되어버렸다는 걸 인정해야 된다. 첫 번째로는 생태적 자연적인 한계 때문에 옛날 같은 고성장이 불가능하고 두 번째로는 어느 나라나 겪고 있는 저출산의 문제 때문에 옛날 같은 고성장은 불가능하다.

저성장이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다가오는 현실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앞으로 21세기 경제 정책의 지표를 무엇으로 삼을 것이냐? 도넛 경제학은 두 개의 그림을 그린다. 하나의 큰 동그라미가 있고 그 안에 작은 동그라미가 있어서 도넛 모양으로 생겼다. 바깥 동그라미는 생태적인 한계를 넘지 않는다를 뜻하는데, 바깥 동그라미를 넘어서면 기후 위기가 벌어지고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고 토양이 파괴되고 하는 거니까 그것을 넘지 않도록 경제를 운영해야 된다는 거다. 안쪽 동그라미는 사회적인 불평등이 없고 모두에게 최소한의 좋은 삶이 보장될 수 있는 물적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 안쪽 동그라미보다 낮아지면 여러 가지 불평등이나 빈곤 같은 게 오게 된다.

그렇다면 21세기 경제학이 해야 되는 좋은 삶의 의미와 기준을 생각할 때, 도넛 경제학 같은 저서에서 제시하는 것은 ‘생태적인 한계를 넘지 않으면서 사회적인 최소한을 보장하도록 운영하는 것’이 경제정책의 목표다. 이걸 국가 정책으로 채택한 나라는 아직 없는데 주요 도시들은 많다. 제일 유명한 도시는 암스테르담이고 제가 알기로는 미국의 시애틀도 최근에 이것을 도시 경제정책의 모범이되는 하나의 준거로 받아들였고, 지금 몇십 개 정도의 도시로 확산됐다. 그래서 도넛 경제학 같은 책을 참고한다면 21세기 경제정책이 어디로 나가는지 좀 알 수 있을 것 같다.

김능구 : 국가 차원에서의 정책 뿐만 아니라, 좀 실질적으로 금방 말씀한 도시 차원에서도 가능할 것 같다. 요즘 보면 통합시 움직임들이 많다. 메가시티로 부울경을 합한다든지 새로운 움직임이 있으니까, 그런 것을 제시할 수 있겠다.

관련해서 지난 대선이 네거티브에 치우치고 비호감 대선이 되다 보니까, 대선에서 제일 중요한 게 시대정신과 시대적 어젠다에 대해서 국민적인 논의와 공감대가 만들어지면서 또 한 시대를 지나가게 되는 건데, 이번에는 그게 실종돼 버렸다. 이것은 누가 되고 누가 낙선되고를 떠나서 우리 역사와 국민들한테 가장 큰 폐해이지 않는가 생각된다. 대선이 해야 될 역할을 못했다는 거다. 소장님께서 이런 걸 했어야 된다, 또는 지금이라도 해야 된다는 시대정신과 어젠다를 제시해 주시기 바란다.

홍기빈 : 사실은 하나인데 세 개로 나눠지는 걸로 말씀드리겠다. 첫 번째는 불평등 문제의 해소고 두 번째는 산업구조의 전환이며 세 번째는 생태 위기에 대한 대응이다. 다른 문제들 처럼 보이지만, 다 동일하게 국민과 사회와 국가가 혼연일체가 돼서 협조해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은 동일한 과제가 된다.

불평등을 해소해야 되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우리 산업구조가 고도화돼서 일부 영역은 엄청나게 고부가가치 성격이다. 판교 같은 데 가보면 정말 고부가가치의 기업들이 있는데 여기에서 소외되어 있는 저생산성의 노동자들도 굉장히 많다. 이걸 업데이트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세 번째로 생태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특히 북한과 단절이 돼 있어서 전력 그리드를 만들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 한국식 에너지 전환의 전략을 만들 것인가의 문제가 있다.

이런 굵직한 국가적 의제들이 논의됐어야 하는데, 말씀하셨듯이 지난 대선 때는 이런저런 개인의 스캔들이라든가 이런 것들만 주로 이야기되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럼 이 세 가지 문제는 누가 풀 것이냐라는 좌절에 빠져있다.

김능구 :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필요하듯이 이걸 풀 수 있는 지휘자가 필요하겠다.

홍기빈 : 카라얀 같은 지휘자가 나올 때를 기다릴 수만은 없다. 저는 어떤 지휘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집단적인 토론으로 압력을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정치인은 아닙니다만 정치인들을 위해서 변명을 해야 될 것도 하나 있을 것 같다. 현실 정치인들은 어쨌든 당선돼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당선에 직결된 문제만 가지고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막상 당선되었을 때는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지휘를 해야 될 것이냐에 대한 사회 전체의 공론장이 있어야 된다. 그래서 기후 전환은 어떻게 해야 되고, 불평등은 어떻게 풀어야 되고 하는 논의가 있어야 되는데, 이런 공론장이 없는 상태에서 떡 하니 당선만 된 정치인들도 사실 답답한 건 마찬가지일 거다.

그래서 우리가 훌륭한 지도자, 지휘자가 나타날 것만 기다릴게 아니라, 제대로 된 공론장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저는 공동선이라는 말을 쓰는데, 영어로 커먼 굿(Common Good)이라고 한다. 몇천 년 된 서양 정치철학의 단어인데 ‘모두가 합의하는 선’이다. 모두가 합의하는 가장 필요한 것들이 뭐냐, 사회가 공동선이 무엇인가를 합의하는 공론장을 복구하는 게 정치인들한테 기대하는 것보다 먼저 이루어야 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김능구 : 우리 정치가 87년 6월 체제 이후 다들 망국적인 지역주의 타파를 외쳤다. 그런데 그 지역주의는 극복된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뿌리를 내리고 고착화 되면서 그 위에 진영 대결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말씀하신 걸 인용하자면 ‘지역주의가 악순환됐다’고 보여지는데, 그 진영 대결로서 모든 게 양 기득권 세력 사이에 왔다 갔다 하면서, 자기들의 승리와 당선을 위해서 움직이지 국가적인 어젠다의 제시와 실현이라는 문제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진영 대결을 끝장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저는 선거제도는 소선거구에서 중대선거구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제3당이 탄생하지 않으면 두 당이 자기들이 알아서 바뀌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홍기빈 : 저는 지역 감정의 문제에 대해 지방분권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아서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헌법에서 지자체가 갖고 있는 권한을 보면 너무 적다. 현재 지자체 정부가 재량으로 쓸 수 있는 재정의 규모는 10%가 되지 않는다. 중앙정부에서 교부금이 내려오더라도 다 용도가 정해져 있으니까, 이렇게 애매한 규모의 지방자치를 하게 되는 건데, 그래서 역설적으로 지방자치하고 중앙정치하고 엮이고 착종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만약 지방분권이 제대로 돼서 지방자치 정부가 독자적인 재정적 재량을 가지게 되면, 의회도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이고 시민들도 여러 가지로 참여해서 지방 자체가 하나의 독자적인 권력 단위가 될 수 있을 거다. 이게 충분하지 않으니까 지방 정치라고 하는 게 국회의원들의 지역구를 매개로 해서 중앙 정치랑 바로 연결이 돼 버리고, 결국 지방자치 정부, 지방 정치라고 하는 게 양당 정치의 하부 구조로 전락해 버리는 일이 벌어졌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지방분권을 강화해서 지역 주민들이 실제로 지역 정치에 더 참여하고 감시가 활발하게 벌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3당제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양당제를 넘어서기 위한 실험은 거의 실패했다고 보여지는데, 앞으로도 불가능한지는 모르겠으나 여기서 주의해야 될 게 하나 있다. 양당제 정치가 한 30년 이어지면서, 여러 세력들이 양당으로 모였을 뿐만 아니라 중앙 엘리트들은 당을 넘어서 유착하고 있다는 현상이 있다. 그러니까 유수의 로펌이라든가 이른바 회전문 인사라든가 이런 것들을 매개로 한 것인데, 우리가 지난 몇 번의 정치 스캔들이라든가 부정부패 사건에서 여야 할 것 없이 주요 엘리트들이 다 같이 엮여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의 문제는 양당정치 뿐만 아니고, 권력 엘리트들이 하나의 덩어리가 돼서 사회의 모든 권력과 기득권을 중앙으로 집중시키고 있는 문제, 이것도 풀어야 된다. 저는 이것이 잘 풀리지 않기 때문에 제 3당이 제대로 생기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 3당을 만들려는 세력도 결국은 유착돼 있는 엘리트 네트워크로 다시 흡수되고 하는 거다.

김능구 : 우리가 사회적 대타협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노사정의 논의과정을 봐도 서로 간의 불신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아예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굴복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가서는 사실 대타협은 요원하다. 서구 복지국가의 사례를 볼 때 제언을 하신다면?

홍기빈 : 노사정의 사회적 타협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사측은 별로 필요를 못 느낀다는 점이다. 이미 정부가 세금 감면해 줄 것, 인센티브 줄 것 충분히 다 해주고 있고, 또한 노동 쪽의 힘이 굉장히 약하기 때문에 노동하고 타협해야 할 절실한 필요가 없는 거다. 그래서 노사정이 아름다운 명분이 될 수도 있지만 사측 입장에서는 절실한 문제가 아니다. 그다음에 노측의 책임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측이 어떻게라도 더 얘기를 해서 뭔가를 끌어내야 되는데 아예 대화 자체를 거부해버리는 원인도 있는 거다. 사측은 필요로 하지 않고 노측은 거부의 자세로 일관하고 있으니까 사실은 파행화된 지 오래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에 대해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 첫 번째로 노의 개념을 바꿔야 된다. 지금 양대 노총으로 대변되는 노조가 전체 노동자에서 대변할 수 있는 비중은 20%도 안 된다. 불안정 노동자나 비정규직은 사실상 대표되지 않은 상태인데 양대 노총하고 얘기한다고 힘을 가질 수 없다. 또한 사측 입장에서 봐도 굳이 노사정 테이블에서 얘기 할 필요가 없는 게, 우리나라는 기업별 노조다. 그러니까 산별 노조가 돼서 중앙노조가 있을 때 비로소 사측에서 노사정 체제 합의를 필요로 하는 건데, 기업 입장에서 보면 자기네 회사로 돌아가서 기업 노조하고 합의하면 끝나는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양대 노총에 너무 힘을 쓰지 말고 말씀드린대로 70% 정도 노동자들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만들어서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노사정 협의의 틀을 바꾸는 게 우선이다.

두 번째는 사측에서 이 사람들하고 대화를 할 만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된다. 사측에서 최대한 공생의 태도, 즉 70%의 불안정 노동자들하고도 함께 사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왜 우리나라 산업 전체에 이득이 되고 개별 기업에도 이익이 되는지 설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실제로 산업정책 차원에서 강력한 인센티브의 장치와 제도를 마련해야 된다.

요약하자면 양대 노총 이외에 70% 노동자들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하나. 그다음에 사측이 기업별 노조를 상대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70%하고 합의를 보는 게 나의 이익이 된다’는 제도나 장치를 정부가 마련해야 된다.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다.

김능구 : 상당히 요원해 보이는데, 일단 제가 볼 때는 사측의 인센티브보다는 노측에서 70%의 대표성을 갖는 조직이나 기관을 만들어내는 게 우선 필요하겠다.

홍기빈 : 이런 단체를 정부가 만든다면 관변 단체가 되지 않겠나. 노동자들이 스스로 단결해서 만들어야 되는데 이 단결권이 실질적으로 관철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게 정부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다.

이번에 대우조선 사태를 보면, 하청 노동자들이 뭔가를 하려고 했더니 어마어마한 규모의 손배소를 때리겠다고 나온다. 이런 손배소 같은 게 존재하는 한 70%의 노동자들은 꿈쩍도 할 수 없다. 시간적으로, 물질적으로 노조 활동을 할 수 있는 조건이 안 되는 거다. 그래서 사람들이 스스로 단결해서 뭔가 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야 하는 건데, 우선 정부에서 해야할 시작점은 손배소에 대해서 제동을 가해야 되는 거다.

두 번째로는 노동법원 같은 걸 만들어야 된다. 이건 여러 번 제기가 됐는데, 가령 이번 대우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이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대법원에 있는 판사 한 사람이 결정한다. 이 사람이 노사관계의 디테일을 뭘 어떻게 안다고 판단을 할 수 있을까? 그러니까 다른 나라의 경우처럼, 노사 문제의 특성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을 노측 대표, 사측 대표, 정부 측 대표로 해서 모두를 포괄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노동법원이나 노동위원회 같은 것을 만드는 것이다. 이런 단계에서부터 시작하면 70%의 단결이나 조직화도 서서히 이루어질 거다.

김능구 :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이, 한국노총에 공채로 들어가서 위원장 빼고는 모든 직책을 다 했던 사람이다. 장관 됐다고 해서 그것으로 끝날 사람이 아닌데, 본인 스스로도 생각하고 있겠지만 우리 소장님의 고견을 이 장관에게 전달하겠다. 그런데 벌써부터 노동부장관이 따를 당하는 분위기란 기사가 나오더라.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서 아무래도 노 측의 입장을 가지고 할 것이니까, 그 부분이 불편한 거다.

홍기빈 : 고용노동부장관이 일을 잘 하신다는 이야기다.

김능구 : 아주 단단하고 믿어볼 만한 사람이다. 말씀하신 걸 잘 정리해서 전달하고, 직접 모셔서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말을 전하도록 하겠다.

짧은 시간에 너무 큰 문제들을 다뤘는데, 소장님 말씀하신 부분들이 구구절절 여야 정치인들 모두한테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 21대 국회 들어와서 뭔가 새로운 변화를 위해서 여·야 초선들의 공부하는 모임들이 커졌는데, 실제 정국흐름 하에서 그냥 묻혀버리고 있다. 그런 부분에 소장님께서 좀 더 많은 역할을 해 주셨으면 하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현실 정치인, 정부나 대통령실이나 국회에서 실제 여러 가지 정책을 주도해나가는 분들한테 따끔하면서도 간곡한 한 말씀 부탁드린다.

홍기빈 : 스스로 외람되고 부족한 지식이긴 한데, 제 원래 전공이 글로벌 폴리티컬 이코노미라고 ‘지구정치경제’라고 한다. 이 안목에서 보자면 2020년 코비드 사태로 시작된 사태는 글로벌 시스템이 혼란기로 들어가는 초입이다. 그래서 1차 대전하고 2차 대전 사이 1914년에서 1945년까지의 30년 동안을 첫 번째 혼란기라고 얘기하는데, 지금 거기에 맞먹는 대혼란기가 시작되는 게 아니냐라고 우려하는 분들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통념이나 교과서에만 의존하지 말고,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관찰을 많이 해서, 사태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혁신적인 노력을 많이 해주시기를, 저희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고승우 칼럼] 국보법, 여의도 정치와 이준석 사태
정치를 말할 때, 인간은 생래적으로 권력 장악의 의지가 있어 부자지간에도 권력을 나누지 않는다고 한다. 여의도 정치라 해서 그런 비정한 논리에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우리와 비슷한 자본주의적 민주주의를 택한 나라에서 권력을 놓고 벌어지는 현상은 엇비슷한 측면도 많다. 그런데 여의도 정치는 특이하다. 한국정치는 이승만 이래 국가보안법에 갇혀있고 언론도 역시 국보법의 테두리에서 보도하고 있으며 이준석 전 대표 사태 또한 그런 맥락 속에 진행되고 있다. 현실정치가 국보법의 영향을 받는 것은 대단히 직접적이고 광범위하다. 이런 점을 전제로 이준석 사태를 살피고자 한다. 이준석 사태는 외견상 실정법과 정당법 적용에서 고려해야 할 상위법과 하위법의 관계나, 조직 내 규범의 변경에서의 규칙 준수와 그 정당성 등이 뒤섞이면서 큰 파열음을 내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보면 분단시대, 특히 국보법의 테두리에 갇혀 있는 거대 여야정당에 공통적인 여의도 정치 체제에 균열이 생기고 있으며 결국 새로운 정치문화가 태동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여의도 거대 양당의 정치문화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의 무능, 무기력 속의 조국사태, 정치문외한 윤석열 대

[스페셜인터뷰]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③ "사회적 대타협의 길, 70%이상 노동자 대변하는 제도적 틀 만들어야"
[폴리뉴스 한유성 기자] 세계 경제는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팬데믹의 후유증이라고 할 고물가 고금리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화된 국제적 공급망의 이상 현상이 심각하다. 그 연장선상에서 국내 경제도 장기 불황이 우려될만큼 위기 국면인데, 윤석열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은 방향이나 실체가 불명확하다. 철 지난 교과서적 접근이 전부 아닐까 우려되는데, 조금은 다른 시각의 분석과 기회적 대안이 필요하다. 폴리뉴스는 지난 9일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님을 모시고, 현재 위기의 해법과 우리사회의 새로운 도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홍기빈 소장은 “21세기 경제학은 더 이상 ‘화폐로 계산된 소득 총량’ 즉 GDP 성장을 목표로 할 수 없다”면서, “살림살이 경제학은 포괄적인 의미에서 좋은 삶이 어느 만큼 달성되었느냐를 측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표상 선진국에 들어선 한국이지만 “살림살이 경제학의 관점에서는 출산율 하락이 보여주듯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 명백하다”면서 “GDP를 떠나서 좋은 삶의 방향으로 국가정책 지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하여 홍 소장은 영국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의 ‘도넛 경제학’을 소개했다. “생태적인 한계와

[카드뉴스] KT&G의 '바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소개합니다

[폴리뉴스 김상준 기자] "여름철이면 생각나는 바다. 우리 모두가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환기하고 생태계 보호의 중요성을 공감해 환경보호를 실천하도록 KT&G도 함께 노력하겠습니다" 지구 표면 2/3 이상을 차지하며 30만여 종의 생물이 살고 있다는 생명의 보고, 바다! 특히 여름철, 휴가를 갈곳으로 가장 먼저 떠올리곤 합니다. 2015년 세계자연기금(WWF)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바다의 자산 가치는 24조달러(2경9000조) 이상입니다. 휴가철에 보는 아름다운 경관뿐만 아니라 경제적 자산으로서도 바다는 매우 소중하고 가치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소중한 바다가 환경오염으로 인해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일회용품 소비가 급증하면서 해양 쓰레기로 인한 생태계 피해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여러 단체가 바다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KT&G 역시 '바다환경 지키기'에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KT&는 2022년해양환경공단, 사단법인,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과 함께 바다를 지키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약은 올해 다양한 해양 환경 활동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특히 해양 오염 심각지역 실태조사

[카드뉴스] 팽팽한 찬반 논란의 '지역상권법'…뭐길래

[폴리뉴스 김미현 기자] ‘지역상권 상생 및 활성화에 관한 법률안(지역상권법)’제정을 놓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붙고 있습니다. 이 법은 지역상생구역이나 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 스타벅스 같은 대기업 계열 점포의 출점을 제한하는 것이 골자입니다. 대상은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 등에 포함되지 않아 규제를 받지 않는 대기업입니다. 법안이 시행될 경우대기업이 운영하는 직영 점포의 신규 매장을 열기 위해서는 지역상인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는 임대료 상승에 따른 소상공인의 내몰림 현상(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막고자 마련됐습니다. 복합 쇼핑몰이 들어오면 주변 임대료가 뛰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유통업계는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떨어뜨리는 과도한 중복 규제라고 반발에 나섰습니다. 또 재산권과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데다 대기업 프랜차이즈보다 자영업체의 고용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역상권의 특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당 법안의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소상공인과 대기업 모두'상생'을 이룰 수 있는정책이 절실한 때입니다.


[섬 이야기] 섬과 바다의 자원은 누구의 것인가? - 현명한 이용에 대한 고뇌
지구의 나이는 달의 암석을 이용하거나, 지구에 떨어진 운석을 활용하거나,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암석의 나이를 측정하는 방법 등으로 추측한다. 이런 방법을 통해 약 46억 년 정도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인류는 약 400만 년 전 등장했다고 한다. 인류가 등장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지구는 인류로부터 다양한 영향을 받고 있다. 인류는 등장 이후 지속해서 생존을 위해 다양하고 많은 것들을 자연에서 얻어왔고 이를 활용하였다. 20세기 가장 큰 자원으로 인식되는 석유와 천연가스와 같은 것은 한정된 지역에서만 생산되고 그 이익은 그것이 생산되는 지역의 사람들이 갖고 있다. 최근에는 강이나 하천과 같은 물뿐만 아니라 바람도 풍력발전 등을 위한 자원으로써 인식되며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요 며칠 서울과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지역에 많은 비가 내려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 그러나 중부 이남 지역 전라남도와 경상도 지역은 비가 평년보다 적게 내렸다. 전라남도의 누적강수량은 63.5%로 506.8mm가 내렸고, 경상남도는 61.0%로 545.7mm, 경상북도는 평년의 55.3%로 352.1mm가 내렸다. 전남의 섬들은 현재 제한급수까지 시행하고 있는 섬이 있다. 특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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