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조 넘는 국내최대재벌 삼성을 과연...경영할만한 능력 있을까?

지난 2007년 이후 전무직에 머물러왔던 삼성전자 이재용 부사장이 올해 12월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이 부사장의 삼성시대에 맞는 쇄신인사와 조직개편이 어떻게 이뤄질지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지난 17일 외아들인 이 부사장의 사장승진을 공언, 향후 이 부사장의 역할은 그 만큼 더 커질 전망이다.

이 부사장이 손댔던 e삼성 ‘실패’, 경영능력 둘러싼 논란 ‘계속’

작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한 이재용은 1년여 만에 삼성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후계구도 역시 사실상 완성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3대 부자세습을 통한 그룹 지배구조 구축 역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재용의 삼성시대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여전하다. 과연 이 부사장이 스스로 연 매출 200조가 넘는 국내최대재벌 삼성을 경영할 만한 능력이 있느냐다. 이 같은 우려는 날로 심화되는 글로벌 경쟁 속에 이 부사장의 경영능력이 아직 객관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이 부사장이 손을 댔던 e삼성 등이 사실상 실패하고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에서 차지하는 막대한 영향력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이 부사장의 경영능력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어찌됐건 이재용 부사장이 삼성전자 사장으로 승진하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구도는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 부사장이 당장 사장으로 승진한다손 치더라도 경영에 얼마나 직접적으로 관여할지는 미지수란 시각도 적잖다.

재계의 한 인사는 “이재용씨가 사장으로 올라선다 하더라도 당장 자신의 색깔을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여전히 그룹전반에 걸쳐 경영을 챙길 것이기 때문이다”고 해석했다.

이재용 승진, 경영승계가속화 VS 위기극복차원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경영의 축인 만큼 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더라도 곧 바로 이재용 체제의 개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인사는 경영승계가속화란 구도보다는 위기극복차원에 더 가깝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지난3월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이 회장이 2년가량의 공백기를 거친 이후, 처음 단행하는 정기인사인 만큼 예상을 뛰어넘는 물갈이와 조직개편 등이 뒤 따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이 회장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참관 차 떠나는 출국 길에서 “될 수 있으면 연말 인사에 대한 폭을 넓게 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부사장이 42세 젊은 오너 일가인 점을 감안할 때, 삼성사장단의 연령대가 완전히 낮아지거나 30~40대 임원의 발탁 같은 쇄신인사 가능성도 점쳐진다.

아울러 친정체제강화를 위해 오너일가와 가까운 최 측근 인사들의 중용 시나리오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건희 회장 ‘큰 그림’, 이 부사장은...?

이 부사장이 승진할 경우 어떤 자리를 맡을 지 주목된다. 이 부사장이 사장을 거치지 않은 채 바로 부회장이 될 수도 있지만 삼성의 인사스타일로 볼 때 그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사장으로 승진할 경우에는 삼성전자 이외 계열사 사장, 삼성전자 사업부 사장,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 등의 세 가지 경우를 꼽아볼 수 있다. 그러나 삼성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제외한 채 다른 계열사를 맡는다는 것은 실익이 없어 보이고, 삼성전자 사업부를 책임지는 것은 경영실적에 대한 부담이 크다는 위험이 따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지금 자리에서 사장으로 직급만 올라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물론 실제로 사업부를 맡아 경영능력을 검증해 보일 수도 있고, 이 경우에는 무선사업부나 TV부문 등을 맡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한편 이 부사장이 인터넷 사업을 주도하다 사실상 실패로 끝난 뒤 이렇다 할 경영성과를 내지 못한 점은 그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사상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반도체와 LCD 등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데다 올 상반기 시황이 좋았던 덕분이다. 이 부사장의 기여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하반기에 들어서며 세계적인 IT경기회복세가 둔화하고 있다. 이 부사장으로선 연말 인사에서 사장승진을 달가워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인 셈이다. 경우에 따라 경영능력에 대한 냉혹한 평가가 뒤따를 수도 있다. 이 회장이 이날 귀국길에서 내년도 사업전망을 묻는 질문에 “어렵지만 올해와 같이 보다 더 열심히 해서 흑자를 많이 내야겠죠”라고 언급한 것도 이 같은 배경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2011년에도 올해에 버금가는 실적을 거둬 이 부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해 물음표를 뗄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그룹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이 같은 중대한 일은 그동안 이 회장이 주로 맡아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 부사장이 전면에서 후계자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게 됐다.

그룹 관계자는 “이 회장이 큰 그림을 그리면 이 부사장이 구체적으로 실행하는 일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 2001년 33세의 나이로 상무보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삼성전자 경영기획팀에서 회사의 장기비전수립 등 후계자가 갖춰야 할 업무를 담당했다. 또 부친인 이 회장을 수행해 세계 곳곳을 누비며 전자, IT 등 업계 거물들과 친분을 쌓았다.

삼성전자는 2006년 12월19일 조직개편 및 임원보직발령을 통해 이 부사장을 글로벌 고객총괄책임자(CCO, chief customer office)로 임명, 삼성의 글로벌 경영을 주도하도록 했었다. CCO는 생소한 자리다. 외국의 글로벌 기업에는 더러 있지만 한국에서는 삼성이 처음 도입한 직제다. CCO는 TV나 냉장고를 산 고객의 불만을 처리하는 게 아니라 애플, 소니 등 세계 유명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을 직접만나 상호협력 및 전략적 제휴를 논의하고 글로벌 업계의 동향 등을 파악하는 일을 해왔다.

이 회장이 이 부사장에게 CCO를 맡긴 것은 물론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글로벌 선두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와 이를 통한 신사업 진출은 삼성의 사활이 걸린 중요한 문제였다. 이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둘 가능성도 높았다. 이렇게 되면서 자연스레 승계가 이뤄진 셈이다. CCO는 세계 유명기업의 최고위 관계자들과의 교분을 쌓기도 쉽다.

물론 CCO로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지만 실패와 관련된 것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당초 일반적인 예상으로는 이 전무가 정보통신 또는 디지털미디어 등을 총괄할 것이라는 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실적이 수치로 나오는 부문을 맡게 되면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의 부담이 적잖다. 그래서 CCO는 이 부사장을 보호하려는 삼성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았다. 또 이 부사장은 이 회장을 제외하고는 윤종용 부회장에게만 보고하는 것으로 직제가 확정된 바 있다.

이 회장의 ‘젊은 세대론’, ‘젊은 리더론’과 함께 이재용 삼성시대는 더욱 더 속도를 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 부사장이 거대 재벌 삼성을 얼마나 잘 이끌어갈 수 있느냐다. 한마디로 경영능력이 충분하냐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 부사장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삼성의 CEO리스크로 대두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앞으로 어떤 업무를 맡을 것인지와 우리나라 실물 경제를 책임질 이 부사장이 어떤 선택을 통해 한국경제를 이끌어갈지 궁금하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