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단의 교수로 일했고 청와대 참모로서 경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지방행정은 다소 생소할 텐데, 기존에 해오던 역할들과 현재의 역할에 어떤 차이를 느꼈나?

교수는 자유로운 직업이고 청와대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굉장히 바쁘다는 차이가 있지만 상식과 원칙의 수준에서 성실하게만 일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행정 현장에 와보니 중앙 차원의 책상에서 만들어지는 계획을 국민들이 구체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행정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절감하면서 지난 6개월을 보냈다.

전체 국정운영 기조와 방향, 정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초자치단체가, 특히 일선 행정단위가 국민에게 전달하는 마지막 단위로 목표와 효과에 맞게 작업해야 하는데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책이 어떻게 왜곡되고 효과를 떨어뜨리는지 절감했다. 과거 어떤 일을 했을 때보다 바쁘고 힘들기는 하지만 훨씬 더 보람 있다.

2. 취임 6개월을 넘겼다. 지난 6개월에 대한 성과를 스스로 평가한다면?

성실도와 노력만으로 점수를 준다면 만점을 주고 싶으나 효과를 거두었나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지난 6개월 동안 제가 가장 중요하게 느낀 것은 공무원이 일을 잘하고 유능해야 하며, 행정조직이 일을 잘해야 구민이 편안하고 행복하다는 것이다.

슬로건으로 ‘구민우선 사람중심의 금천’을 통해서 사람에게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구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구민이 참여하는 구정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그에 발맞추기 위해서 세 가지 정도로 행정에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첫째, 수요자 중심의 행정을 펼쳐야 한다. 공급자 중심의 행정에서 벗어나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소통을 막는 과별, 팀별 칸막이 행정을 없애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는 가장 중요한 과제다.

둘째, 실적 중심에서 성과 중심의 행정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장 중심의 행정을 하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셋째, 지난 2년 동안 전국 지자체 안에서 금천구가 청렴도에서 거의 꼴찌를 했다. 일을 잘하면서도 클린행정, 청렴한 행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

참여정부 당시 ‘부패해도 유능한 정부가 낫다’는 인식이 있었다. 저는 공공업무에 있어 부패하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없고, 정책에 효과를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공공의 정책을 펼치는 데 청렴과 유능은 항상 맞물려 돌아가지 두 개가 분리된 공공행정은 없다고 봤다.

3. 교육자 출신으로서 구청장은 ‘구민우선 사람중심 금천’을 모토로 특히 교육문제를 강조하고 있다. 금천구를 교육특구로 지정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성과가 있나?

지금 당장 교육특구로 지정받기 위한 노력 보다 일단 지역의 낙후된 교육여건을 개선하고 지역주민들로부터 교육에 대한 기대를 모으는 데 지난 6개월을 보냈다. 1~2년 교육사업을 진행한 결과로서 교육특구를 얻고자 하는 것이지 그 자체를 목표로 하고 있지 않다.

단지 교육사업을 펼치면서 교육청과 계속 연대해야지 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데 벽이 있다. 교육청이 협조하고 있음에도 개별학교와 협조하는 과정에 장벽이 있다. 지자체가 자율성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교육특구가 되면 일정 자율성을 주고 있는데 이것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교육특구를 강하게 추진해볼 생각이다.

4. 교육여건이 열악한 금천구, 영등포구 등이 우수학생 유치를 강조한다. 평가기준을 우수대학 진학률로 보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문이다. ‘사람중심’ 행정에 벗어나는 것은 아닌지?

선거운동 하면서 ‘교육을 바꿔 달라’는 요구를 구민으로부터 많이 받았다. 구민의 기대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특목고 등 우수한 고등학교를 지역에 유치해 경쟁력을 높여달라는 요구와, 좋은 학원이 있어야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요구였다.

결국 사교육과 특목고라는 변형된 형태의 교육체제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운동 과정과 당선된 이후에도 분명히 입장을 표명했다. 특목고를 유치해서 지역 교육을 바꿀 생각은 없고 마찬가지로 대치동의 좋은 학원을 이 지역에 끌고 오는 것으로 우리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바꿀 생각도 없다고 했다.

사람 중심으로 교육을 바꾼다는 것은 기존의 공교육 중심의 체제를 더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다. 즉 기존의 공교육을 활성화해서 사교육으로 빨려 나가는 투자와 비용, 이아들의 소모적인 노력을 공교육 틀 내에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학교를 살리는 것은 기존의 공교육체제를 어떻게 강화할지와 관련 있다. 한편으로 혁신학교를 진행하면서 이를 중심으로 하려고 한다. 청소년들이 원하는 분야에서 자기의 꿈과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지자체이고 그것이 공공의 역할이라고 본다.

5. 구로디지털단지로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 청장은 이 지역 출신으로 금천의 과거를 잘 알고 있고 이 지역의 미래상에 대해서도 구상이 있을 것 같은데?

지역의 가장 큰 문제는, 지역의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이자 자원인 디지털단지, 특히 과거 구로2, 3단지가 금천구에 소속이지만 금천구의 다른 지역과 단절돼 있다는 것이다. 교통적으로 공간이 단절돼 있고 생활면으로도 디지털단지와 전혀 다른 흐름이다. 이런 단절이 금천을 섬으로 방치하게 돼 발전을 가로막았다.

금천은 70, 80년대 구로공단의 배후 주거기지, 생활기지로 노동집약적 산업에 걸맞는 배후주거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000년부터 본격 개발돼 2, 3단지에만 60개가 넘는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서며 IT와 패션 첨단산업단지로 옮겨갔지만 그에 걸맞는 공간재편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고학력 IT노동자들과 높은 소득수준을 가진 노동자들이 이 지역에서 생활할 수 있고 문화생활도 즐길 수 있는 연결 구조가 없다. 공단은 급속도로 변화해 가는데 금천의 남은 지역은 여기에 따라가지 못하면서 완전히 단절됐다. 디지털단지에 있는 기업과 노동자들이 금천구에서 돈 벌고 쓸 때는 광명시나 딴 곳으로 간다. 연결구조가 사실상 차단된 것이다.

이 연결고리를 어떻게 다시 만들어낼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우선 교통체계를 정상화하고 주거, 문화, 생활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서 디지털 단지가 수도 서울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금천구의 목표이다.

이것이 제가 금천구에 출마한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고학력, 고소득의 IT, 패션디자인 노동자들이 여기에 와서 살 수 있는 아파트 주거구조가 만들어 이 지역의 공간구조가 개편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그들의 문화적이고 교육적인 여건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들이 있어야 한다. 교육여건, 교육상황을 지금보다 나아지게 해야 하고 문화적 수요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인프라도 구축해야 한다.

디지털 단지 활성화와 제대로 된 서비스를 통해 개선하면서 독산동과 시흥동 연결구조로 공간구조를 재편하고 교육과 복지의 소프트웨어를 바꿔나가는 것이 동시에 추진돼야 5~10년 뒤에 금천이 서울 서남권을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6. 지난 6.2 지방선거시 무상급식이 쟁점이 되면서 민주당이 승리하는데 크게 일조했다. 행정일선에서 다양한 복지수요를 느낄 텐데, 청장은 어디에 강조점을 두고 있는지?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논쟁이 2012년까지 지속될 텐데 두 주장 다 일리가 있지만 다른 한편 과도하게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으로 과장된 면이 있다. 국민이 원하는 복지를 모두 재정으로 감당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복지혜택을 마치 구휼처럼 생각하고 선별적으로 골라서 주는 것이 바람직한가? 저는 그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재 지역복지에서 가장 큰 문제는 복지전달체계가 제대로 정립되고 정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고든 민간의 성금으로 지원되든 복지의 공급자원이 있고 복지를 필요로 하는 복지수요자들이 있다. 그러나 전달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수요자들이 체감하고 자활할 수 있도록 작동하기 보다는 복지한다고 하는데 아무 혜택도 없다는 원망을 낳는다.

복지수요자들의 요구와 기대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해 보편적 복지를 수용할 것이냐, 아니면 투입시켜봐야 다 충족시키지 못하니까 선별적 복지로 가야 될 것이냐의 문제는 복지전달체계의 효율성과 그 효과에 대해서 논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방식대로 복지를 한다면 공허한 논쟁이 될 수밖에 없다.

저는 이를 정치적 논쟁으로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기초와 광역, 중앙정부가 다 같이 고민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 논쟁을 정치적 논쟁에서 대안적이고 실질적으로 작동 가능한 실험모델들을 만들어 실행해보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7. 지자체 어디나 마찬가지인데 지역경제 활성화가 중요하다. 이 지역의 경제발전을 위해서 어떤 구상과 계획을 갖고 있나?

지역경제 활성화는 크게 두 축이 있다. 가장 큰 하나는 구로2, 3단지를 중심으로 한 서울 디지털단지를 활성화시키고 이들 기업에 대한 행정 서비스를 우리가 강화시키는 방식이 하나 있다. 또 하나로, 이곳에 중국교포 2만명 정도가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생활권을 형성했는데 전통시장을 활성화해 서민과 직결된 경제로 살아나게 하는 것이다.

디지털단지 활성화를 위해 여기에 부족한 것을 채워 넣는 것이 급선무다. 디지털단지 내에 6300~6400개 공장이 있다. 서울 구 중 가장 많은 제조업을 갖고 있는데 이들이 행정서비스를 받으려면 디지털단지 바깥으로 나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이에 기업 서비스센터를 단지 안에 설립해 단지 내에서 기업들의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을 찾고 있다.

두 번째, 기존에 저희가 1년마다 35개 중소기업에 35억 정도를 2.8% 저리로 융자 해 주던 것을 100~150개 기업으로 늘릴 수 있는 다른 방식을 찾고 있다.

세 번째, 과거 구로공단이나 현재 디지털단지나 오직 생산만 하는 곳이지 생활, 문화가 없다. 구로2, 3단지만 합쳐서 6만5000~6000명, 많게는 8만명이 근무하는데 이분들이 생활할 수 있고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필요하다.

이에 패션아이티(IT)존에 공간을 만들고 상시적으로 문화공연을 하려고 한다. 그쪽 노동자들이 일하면서 즐기고 생활하면서 즐길 수 있는 기본적인 인프라를 조성하려고 한다. 그렇게 디지털단지의 전체 생산력을 높이는 데 구청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려고 한다.

이밖에도 전통시장 키우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고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복지혜택을 준다거나 재래시장, 전통시장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현대화사업 등을 작년에도 해왔지만 올해도 지속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8. 취임 당시부터 공정한 인사시스템, 청렴도 제고를 강조했는데 이 부분에서 성과가 있나? 또 공무원과의 소통, 공무원의 의식변화가 청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나?

바깥 평가를 들어봐도 과거 어느 때보다 직원들이 열심히 깨끗하게 일하려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지난 1년간의 전체 청렴도 평가를 받은 결과 빠르게 개선되지는 못했다. ‘청렴도 개선 우수구청’이 되긴 했지만 전체 순위에서는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가지는 못하고 있다.

청렴할수록 일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구민과 국민에게 일깨워주는 것이 필요하다. 저는 단체장이 갖는 가장 큰 권한 중 하나인 인사권을 가능하면 내려놓으려고 한다. 구청장 눈치만 보는 조직에서 벗어나 스스로 내부평가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하고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인사시스템을 만들까 한다.

예를 들어 5급 이상 보직들에는 희망보직제 1, 2, 3순위로 추천하게 하고 6급 이상 팀장들에게 1, 2, 3, 4순위로 희망부서, 기피부서를 신청토록 해서 상위급이 드래프트 하게 하고 있다. 이처럼 희망보직제와 드래프트제를 병행하면 청장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확 준다.

행정조직의 여러 문제 때문에 다 해 주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상태로 가고 싶다. 지난 10년간 한나라당 출신 단체장들이 인사권 전횡을 둘러싸고 부패와 비리가 발생해 낙마한 바 있는데 저는 직원들에게 ‘이런 부끄러운 역사를 더 이상 반복하지 말자’고 강조하고 있다.

9. 작년 10월 서울시 구청 중에서 가장 먼저 주민참여예산조례를 심의했는데 통과됐나, 아직 논의 중인가?

주민참여예산조례를 저희가 쭉 준비해왔고 의회에 올렸는데 의원 분들 중 조례안을 준비하고 있어서 저희가 내놓은 안과 이분들의 의원발의한 안 두 가지를 현재도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 민주당이 다수당이라고 해서 무리하게 밀어붙일 생각 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주민이 원하는, 구정발전에 도움이 되는 조례안을 만들고 싶다.

조율하는 과정에 민간, 시민단체에서 조례제정을 위한 전체공청회를 하자는 요구도 있었다. 올해 2~3월을 거치면서 다른 지역 사례를 참고하고 다시 한 번 평가하고 주민과 공청회를 거치면 상반기에는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10. 무상급식에 대한 서울시민의 의사가 표로서 일정하게 드러났는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의회와 대립하고 투표에 붙이겠다고 한다. 같은 행정 담당자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고 정책을 달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과장되게 국민들에게 정치적으로 선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서울시 1000만이라는 엄청난 조직과 거대한 시민의 생활을 다루면서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상급식을 두고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정치적 공방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반박하자면 오 시장의 디자인 중심도시 서울도 ‘개발 포퓰리즘’, ‘디자인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한강 노들섬은 전부 디자인을 빙자한 개발사업이다. 이것이야말로 ‘디자인 포퓰리즘’이다. 이런 ‘디자인 포퓰리즘’이 세상에 어디 있나?

디자인이야말로 문화적 수준과 문화정책 전반이 맞물리면서 선도적으로 나오는 것이 도시디자인이고, 문화정책으로 국민의 삶의 질에 있어서 크게 변화가 없는데 도시디자인만 앞서서 끌고 가는 것이야말로 전형적인 ‘디자인 포퓰리즘’이다.

그런 측면에서 무상급식을 포퓰리즘이라고 한다면 디자인에 들어가는 돈만 줄이면 무상급식 할 수 있는데 그것을 안 하겠다는 오 시장이야말로 ‘디자인 포퓰리즘’에 빠져 있고 ‘디자인 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디지털단지는 60~80년대 도로와 시설을 갖고 있다. 도로가 너무 혼잡해 10분이면 걸어갈 거리를 한참 밀릴 때는 30분~1시간 걸려야 한다. 이런 곳에 기업들을 집어넣고 서울의 경쟁력을 이야기하나? 교통난 해결하지 못하면서 무슨 디자인이 기업에게 도움이 되겠나?

저는 ‘디자인 포퓰리즘’, ‘개발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복지 포퓰리즘’, ‘무상급식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하는 순간 그것은 그대로 오세훈 시장에게 부메랑이 되어서 날아갈 것이다.

정책에는 조율할 대상이 있고 가치와 원칙이 달라서 조율되지 않는 정책과 원칙이 있을 수 있다. 과연 무상급식이 죽어도 타협도 안 되고 조율도 안 되는 원칙에 어긋난 문제인가, 그 정도로 나라를 망칠 만큼 예산이 드는 문제인지에 대해 정말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11. 청와대에 있을 때도 시민사회 분야에 몸담아 관과 민의 소통자 역할을 맡았다. 일선 행정에서 주민과의 소통이 중요한데, 어떻게 접근하고 있으며 어떤 성과를 내고 있나?

공간적으로는 주민이 구청 청사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간적으로 닫혀 있으면 소통을 아무리 하려고 해도 안 된다.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시설로 탈바꿈할 것이다. 구청 청사가 금천구 전체에서 가장 좋은 건물인데 이를 공무원의 청사가 아니라 구민의 청사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주민과 소통을 위해 1년에 1회 정도 동사무소나 주민자치센터를 다니면서 주민과의 대화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 하루를 열린 구청장실로 ‘구민과 함께하는 수요사랑방’을 운영한다. 면담을 요구하는 기업인, 지역주민, 학생, 청소년 누구라도 원하면 신청 들어오는 구민들과 격의 없이 토론한다. 사전조율은 대체로 안 한다.

지역에서 자영업자나 전업주부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만 직장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어서 직장인과의 대화는 주로 야간에 개설해서 작년에 한 번 했다. 이것도 자주 하면 선거법에 걸린다. 따라서 원하는 직장인들을 모아서 인터넷상 혹은 오프라인을 통해서 1년에 1~2회 정도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가 지역주민 이야기를 직접 다 들을 수 없기 때문에 들을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저희 지역에 통장이 330분 정도 계신다. 통장님들을 단지 구청 말단, 행정 지원 역할이 아니라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클 수 있는 리더로서 교육과 훈련을 계속해 나가고 있다. 그 교육과 훈련에 주민과 소통하고 대화하는 것을 가장 핵심 의제로 삼고 있다.

12. 공약 중 눈에 띄는 사안으로 구로디지털단지의 빈 공장을 8만 노동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개조하겠다는 취지의 계획안을 접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서울문화재단에서 빈 공장을 개조해 문화예술창작공간으로 만든 ‘아트 팩토리’가 있다. 30명 정도 젊은 예술인들이 1년 정도 자유롭게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준다.

그러나 생각보다 지가가 높고 놀고 있는 공장이 있다 하더라도 리모델링해야 문화지대로 만들 수 있는데 그런 것을 구청 예산만을 갖고 하기는 어렵다. 이에 구청과 문광부, 중앙정부, 서울시가 같이 공동노력을 해볼까 생각하고 있다. 뜻있는 기업도 가능하다.

여기 두 가지를 해보고 싶은데, 첫째로 문화인을 지원하는 ‘아트 팩토리’가 필요하다. 또, 6-70년대 구로공단이었던 디지털단지가 우리나라 공업화의 산 역사이다. 60년대 들어온 1기 기업인들, 80년대 들어온 2기 기업인들, IT단지가 만들어지면서 들어온 3기 기업인들의 역사가 있다.

또한 60년대 여공들의 애환과 설움과 삶이 녹아 있고 70~80년대를 거치면서 자기의 청춘을 받쳤던 젊은 노동운동가들이 이제 국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구로동맹파업, 가리봉전투 등 귀중한 경험들이 다 사장돼 있다.

이 지역에 역사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다. 역사박물관을 크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남아 있는 60~70년대 쪽방촌 공간이 우리의 역사공간이 되어야겠다는 취지에서 정부와 서울시, 민간 중심으로 모아보려고 하고 있다.

13. 선거 전에 현 김두관 경남지사가 부산에서 출마를 권유했는데 서울로 가서 섭섭해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실제 그런 권유를 받았었나?

많이 받았다. 특히 김두관 지사는 부산과 경남에서 국가와 미래를 바꾸는 역할을 하자고 강력히 요구했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께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서 헌신하셨던 곳이기 때문에 그러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 2008년 총선에 나갈 생각도 했었다.

제가 서울로 올라온 첫 번째 이유는, 제가 모셨던 노무현 대통령께서 비극적으로 삶을 정리하셨는데 그를 모셨던 참모가 아무 역할을 하지 않고 선거공간을 넘긴다는 것이 참을 수 없었다는 이유가 하나 작동했다.

둘째, 서울시장 선거가 너무나 불투명했다. 민주당이 이길 것이라고 보는 사람 아무도 없었고 이렇게 구청장 선거에서 이길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부산도 물론 중요하지만 서울 선거에서 우리가 지면 앞으로 진보개혁진영, 민주진영이 교두보를 확보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정치적으로 표현하면 서울전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수도권에서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김두관 전 장관의 경우, 기적처럼 지사에 당선돼서 축하도 드리고 훌륭한 선택을 하셨지만 저로서는 수도권선거가 그만큼 절박했다.

세 번째, 저는 여기가 30년 살았던 고향인데 와보고 정말 충격을 받았다. 어떻게 이렇게 낙후되고 이렇게 뒤떨어진 지역으로 남을 수 있었는지 너무나 속상했다. 더더군다나 청렴도 최하위 구청, 지역의 교육여건 최악, 저는 제가 태어난 고향에서 자라나는 제 후배들을 보면서 이렇게 놔둘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14. 쉽지 않은 일인데 딸 셋을 입양했다. 이처럼 특별한 결심을 하게 된 인연이나 계기가 있었나?

40대를 넘기고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돼서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서 20대부터 40대 후반까지 목숨을 바쳤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정말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가족을 중요시하지 않고 바깥 일만 너무 많이 한 것 같아 가족을 위해서 남은 인생을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을 여기까지 했으면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데 의미를 찾자는 생각에서 입양했다. 집사람이 먼저 말을 꺼내주어 한결 쉬웠다. 한 명을 입양하니까 두세 명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더라. 지금 그 세 아이가 없었으면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없었을 것이다. 너무 행복하지만 물론 힘들고 걱정도 된다. 지금 막내가 초등학교 1학년이라 노후가 걱정도 많이 되는데 너무나 행복하게 이 아이들과 지내고 있다.

15. 노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친노인사 중 한 사람인데, 앞으로 다가올 총·대선에서 범민주진영이 다같이 노력해야겠지만 친노진영이 특히 복잡하다. 친노진영의 향후 방향과 본인은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저는 국민의 바람을 제대로 읽기만 한다면 약간의 차이를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세력을 연대하는 데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다하려고 한다. 지역에서는 2012년 총·대선에 단체장으로서 공직자인 제가 역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의 구청장으로서 주민이 민주당을 신뢰하도록 만드는 것이 저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고 민주당을 보면 희망과 비전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사람이 누구냐에 상관없이 민주당으로서 선거를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지역에서 뭔지를 계속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는 ‘사람 사는 세상’,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 ‘민주주의의 원칙’, ‘대화와 타협’을 정치적 신념과 원칙으로 지켰던 대통령께서 지금 구청장이라면 어떻게 사업을 하시고 어떻게 변화를 주실 지의 마음가짐으로 일을 한다.

  • [민선5기 단체장 인터뷰 동영상] 차성수 서울 금천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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