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주민투표 지금이라도 손떼야 vs 나경원,오세훈 계백장군 만드나

박근혜 “무상급식은 지자체의 문제”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의해 이달 24일 실시되는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둘러싸고 한나라당 내 친박계와 친이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달 28일 한나라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 직후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전폭 지원 방침을 당론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에도 유승민 최고위원과 남경필 최고위원은 충분한 논의를 통해 당론으로 정하는 결정과정이 없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표는 지난달 19일 대구를 방문했을 때 “무상급식은 지방자치단체마다 사정과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그 사정과 형편에 맞춰서 해야 한다”며 “그것은 (서울시도 마찬가지고) 지자체 사정에 따라 결정이 될 문제”라고 못 박았다.

이후 친박계 이정현 의원은 지난 8일 <폴리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오세훈 시장을 적극지원하기로 당의 결론에 대한 이 의원의 의견을 묻자 “그런지 잘 모르겠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나경원, 오세훈 시장을 계백장군 만드나

또한 전폭적인 지원을 결의한 한나라당 지도부 역시 지난 달 서울 지역에 내린 폭우로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나 16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터져 오 시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여론과 친박계의 눈치를 살피며 다급한 오세훈 시장에게 실질적인 힘을 실어주지는 못했다.

이에 지난 14일 오세훈 시장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오지 않겠다는 대선불출마의 뜻을 밝혔다. 이는 자신의 진정성을 당과 국민에게 보여주는 동시에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미온적인 친박계에 도움을 요청하는 행동으로 풀이될 수 있다.

당론임에도 불구하고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자세를 보이던 당 지도부를 최초로 공격한 것은 나경원 최고위원이었다.

복지문제에 있어 단계적 복지를 주장하는 오 시장과 동일한 견해를 갖고 있고 계파 상으로 는 친이계로 분류될 수 있는 나 최고위원은 1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을 계백장군처럼 만드는 것 아니냐”고 발언해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당의 미온적 지원에 불만을 표시했다.

나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폴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계백은) 열심히 훌륭하게 싸웠지만 백제의 내부혼란으로 지원을 못 받아서 결국 전사했다. 그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자신의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나 최고위원은 계속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울의 현역 의원ㆍ당협 위원장 중 3분의1밖에 안 움직인다”며 친박ㆍ소장파의 비협조를 비판했다.

친박계 당론에 정면 반박, 갈등 전면 부상

친박계는 즉각 반발했다. 17일 나 최고위원의 발언 다음날인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승민 최고위원은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지면 지는 대로, 이기면 이기는 대로 한나라당은 상당히 곤란한 위치에 처할 게 분명하다”며 “중앙당이 지금이라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게 맞다”며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 전 대표 역시 같은 날 오후 국회 도서관에서 진행된 대한국포럼 출범식에서 기자들로부터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주민투표와 관련해 박 전 대표가 도와주지 않는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는 질문을 받고 “제 입장을 이미 말씀드렸다”고 잘라 말해 서울시의 주민투표와는 확실한 거리를 두었다.

시민단체인 복지포퓰리즘추방 국민운동본부의 김정수 사무총장과 하태경 대변인은 19일 2시30분 서울 중구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당론을 위배한 유승민 최고위원을 제명하라”고 요구했다.

하태경 대변인은 “보수진영은 이미 한 집안이 아니다...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중차대한 정책선택을 앞두고 보수 내에서 의견이 갈리는 등 ‘한 지붕 두 가족’의 모습을 보여서는 주민투표를 제대로 치를 수 없다”고 제명을 요구하는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는 16일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도 오세훈 서울시장과 기본적인 인식은 같이하고 있다”고 말해 이 대통령의 의중을 전했으며 이 대통령은 18일 오전 이미 부재자 투표를 마쳤다.

일차적으로는 한나라당 대 민주당의 구도로서 다음 총선의 분위기와 직결될 수 있는 이번 주민투표는 이제 오세훈發 한나라당내 계파간의 전면전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