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글은 ‘폴리뉴스’ 자매지 월간 ‘폴리피플’ 26호(2011년 9월호) ‘COVER STORY’에 실린 ‘야권통합 전망’ 편입니다>

<폴리뉴스>·월간 <폴리피플>은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에 영향을 미칠 변수들과 주요 여야 대선주자들에 대한 검증작업을 해왔다.

지난 8월 22일 ‘야권통합 논의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마련한 좌담에서는 통합논의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의 정성희 최고위원과 김두수 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 정치평론가 김만흠 박사, 김능구 본지 발행인(이윈컴 정치커뮤니케이션그룹 대표)이 참여해 내년 총선과 대선에 관한 야권연대 문제를 갖고 심도 깊은 토론을 전개했다.

야권통합, 후보단일화 문제는 총선·대선에서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주제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야권통합 논의는 정당체제 자체에 대한 검토를 포함하고 있어 더 큰 논란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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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그동안 <폴리피플>에서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대선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들에 대해 점검했고, 또 지금까지 출마를 선언하거나 출마 가능성이 큰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1차 ‘후보검증’ 좌담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9월호에는 현 시점에서 내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대두되고 있는 야권통합 문제에 대해 짚어보고자 좌담 주제로 잡았다.

김만흠: 야권통합에 대해 말씀드린다면, 우리나라 정치에서 여야구도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국면에서부터 볼 수 있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1954년 사사오입(四捨五入) 개헌 직후부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당시 야당이 위기에 처했다고 느꼈기 때문에 통합에 대한 논의가 부각됐지만 완전 하나로 통합되지는 않았다. 민주당으로 대다수가 통합되고 군소당이 남았다.

그 이후 대선과 총선이 같이 있었던 1967년에도 야권이 신민당으로 통합됐던 선례가 있다.
이번에 논의가 되고 있는 야권통합은 이전과 비슷한 면이 있기도 하지만 다른 면도 있다. 상당히 지속적인 통합논의가 있어왔고 단순히 대권후보 차원이 아닌 정당체제 자체를 놓고 이야기가 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 배경은, 2008년에 이명박 정부로 넘어오면서 MB정부의 독주에 대한 야권의 위기의식이 있었다. 제도적으로도 소수야당이 됐지만, 국민 신뢰도도 부족했다. 야권은 새로 태어나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지금은 통합이 논의되고 있지만 당시에 ‘연합’ 논의가 전개됐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소수정당인 진보정당들도 같은 상황에 놓여있었다.

당시의 연합논의는 정말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가 가능했던, 당장 선거에서 이해관계를 따지는 것이 불필요했던 위기의식이 있었다. 지금은 선거 국면이 다가오면서 자신들의 정당전략도 생기게 되고 이른바 지분논의도 직접적으로 의식하다 보니까 현재 진행과정에 어려움을 겪지 않나 일반적으로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다.

김두수: 저 같은 경우는 정당 밖에서 통합의 필요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논의는 지난 10년간의 민주정부 집권에 대한 반성적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혁신과 통합이라고 말을 붙였듯이 87년 이후 지속된 정치세력 전반의 혁신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정당체제와 정치시스템의 문제 그리고 각 정당들이 표방하고 있는 정책적 요소들까지를 포괄해서 혁신이 전제된 통합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기존의 통합이나 연합은 정당 간의 협상이나 합의 형식으로 이루어져왔는데, 이번에도 최종 단계에서는 그런 과정을 밟을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의 명령-백만민란’ 운동 같은 경우 정당의 토대가 되고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시민사회에서의 힘의 확보를 통해 정당을 새롭게 창조해보자는 문제의식에까지 이르게 됐다.

8월 27일이면 민란운동이 1주년이다. 이 문제를 1년 전부터 현재까지 능동적으로 제기해 온 것이다. 정당에서는 지금부터가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될 시점이다. 그 동안의 정당 외적인 노력과 정당들의 본격적인 모색이 맞물려지면서 이번에 ‘혁신과 통합’이 뜰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회: ‘혁신과 통합’ 내지 시민사회 쪽에서의 통합논의를 중심으로 말씀해 주셨는데, 이 흐름과 별개로 민주노동당 등 진보정치 세력은 진보 대통합 또는 소통합 문제, 내용적으로는 국민참여당 거취와 관련해 복잡성을 띠면서 여러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정성희: 이명박 정권이 워낙 민생, 민주주의, 평화 등 모든 면을 후퇴시키다 보니까 야권이 단결해서 MB와 한나라당 정권을 심판하고 이전의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보다 더 발전된 정권으로 교체하라는 것이 국민의 염원이자 명령이다. 야권이 단결하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지만, 어떻게 단결할지에 대해서는, 즉 하나의 당으로 통합해야 하는지 또는 연대·연합해야 하는지는 판단해야 한다. 하나의 당으로 통합하라는 것만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호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진보로의 정권교체에 대한 여망이 큰 것은 사실이다.

한국현대사에서 군부독재가 집권하는 시기를 거치면서 정치에 양자구도 현상이 강화되어 왔는데, 87년을 거치고 97년을 기점으로 이미 노동자 등 민중의 독자 정치세력화 흐름이 형성됐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났다. 민주노동당으로 대표되는 진보정당이 형성돼 있다. 따라서 이 역사를 무시하고 정치구도를 다시 양자구도로만 가져가는 것은 한국정치의 후퇴를 야기 시킬 뿐이다.

저희는 단순히 민주노동당이 분열·분당됐기 때문에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과 분단의 체제인 53년 체제와, 형식적 민주주의는 이루었지만 민주주의의 내용적 진전이 부족했던 87년 체제의 한계, 신자유주의가 전면화하는 97년 체제의 한계를 뛰어넘는 이른바 2013년 체제를 만들려는 것이다. 민생, 민주주의, 평화가 온전히 실현되고, 자유와 평등을 지향하는 ‘2013년 체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진보대통합과 진보적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신자유주의에 반대하고 6.15에 동의하는 진보세력의 총단결을 부르짖고 있다. 진보대통합당을 건설해 이를 기반으로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를 통해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루자는 입장이다.

김만흠: 97년 체제의 특성을 신자유주의의 전면화로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여하튼 기존 정당체제와 정치구도의 변화에 대한 필요성에서 새로운 정당운동이 태동했다는 점에 동의한다. 기존 정당의 한계, 정치의 실패에 따라 뭔가 전환이 요구되기 때문에 야권통합운동, 야권연합운동이 시작됐을 것이다.

그러나 그 기반이 한 측면에서는 여전히 이전의 양대 진영 구도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에 저는 이 운동 자체가 이중적이라고 본다. 야권통합 논의 자체가 반MB에 토대를 두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민주화운동 시기의 양대 진영 대결구도를 그대로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변화를 요구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기존의 구도에 의존하는 이중성이 내재해 있다.

김능구: 흔히 선거에서 야권통합에 대해 야권통합정당이 ‘시대적·국민적 명령’이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과연 그러한지 의문이다. 사람들은 통합과 연대를 거의 비슷하게 생각한다. 그랬을 때 ‘통합정당이 국민의 지상적인 명령’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저희가 조사를 실시해본 결과, 야권통합정당에 대해 야권을 지지하는 사람들로부터의 요구가 압도적일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야권통합이 연대보다 조금 우세하거나 비슷하다.

사회: 6.2 지방선거와 그 이후 두 번의 재보선 결과에서 나타난 국민의 요구와 명령이 정확하게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보수 스스로도 많이 바뀌고 있고 민주당 역시 지난 전당대회 이후 노선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왔는데, 민주당이 진보 측에서 과거에 말해 왔던 것처럼 당을 같이 할 수 없을 정도로 현격한 노선의 차이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정성희: 2008년 미국발 세계경제위기 이후 세계사적인 좌회전 현상이 있었다. 한나라당의 박근혜 전 대표 까지도 복지타령을 하고 민주당에서도 보편적 복지를 외쳤다. 그렇다 하더라도 하나의 정당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념과 가치의 근사성뿐만 아니라 당 문화, 당 운영원리, 당 활동노선 부분도 어느 정도 맞아야 한다.

이념과 가치에 있어서도 차이는 여전히 있다. 평택미군기지 이전·확장이나 제주도 강경마을 문제는 김대중 정권이 도장 찍고 노무현 정권이 집행하면서 그로부터 4년 동안 싸워오고 있다. 경제문제와 관련해서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얼마나 극복하고 있느냐와 재벌에 대한 태도도 중요하다. 이렇게 미국과 재벌에 대한 태도가 상당한 기준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정규직 문제나 이라크 파병, 한-미 FTA 추진, 대북송금 특검, 그리고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운운 등 과거의 정책과오에 대해 얼마나 철저히 청산했는지도 아직 불투명하다. 또한 정동영 의원 등 보편적 복지를 외치는 사람도 있지만 민주당은 아직도 중도자유주의, 중도우파적 성격이고 진보라 보기는 어렵다.

당 문화에 있어 당 운영원리가 진성당원 원리냐 아니냐 하는 큰 차이가 있다. 또, 민주당은 지구당위원장이 대의원을 임명하고, 그 대의원이 지역 총선후보를 뽑고 있다. 당 활동 방식도 진보정당은 일상적 정치활동과 선거운동을 결합시켜는 반면 민주당은 주로 득표활동, 선거운동 위주로 한다는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들이 있기 때문에 이념과 가치, 당 운영원리, 활동노선이 비슷한 부분은 하나의 진보정당으로 가고, 차이가 있는 부분은 선거 때 反한나라당 후보를 한 명으로 만들어내라는 국민의 명령에 따르겠다는 것이다.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

김두수: 정성희 최고위원께서 하시는 말씀 들어보면 ‘통합으로 접근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명확하게 말뚝을 박으신다. 따져보면 이념과 가치의 차이가 있으니 정당을 따로 해야 된다는 말도 맞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역사에서 비일비재하다. 현실정치에서는 이념과 가치의 차이가 있더라도 한 당 안에서 공존하는 시스템도 있기 때문에 꼭 이념과 가치가 다르면 정당을 달리 가야 한다는 논리는 나라마다 정당제도가 어떻게 설계돼 있느냐에 따라 달리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께서는 “이념과 가치가 달라서 우리는 민주당과 함께할 수 없다”는 말씀을 요즘은 안 한다. 약 한 달 전에 공식적으로 “정당문화의 차이, 정당시스템의 차이 때문에 할 수 없다”는 말을 하셨는데, 시민사회의 통합논의에 약간의 영향도 받고 의식을 하셔서 그렇게 말을 하신 것이라고 본다.

현재 중요한 요소가 정당체제와 정당문화인데, 정성희 최고위원은 ‘진성당원제는 옳고 이 외에는 나쁘다’고 말하고 있는데, 정당시스템도 그 나라의 제도가 어떻게 돼있느냐에 따라 바뀌는 문제라고 본다. 현대정당의 역사와 흐름을 보면 점차 진성당원제의 제도적 바탕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계급정당을 표방하는 유럽조차도 노동계급에 기초한 대중정당에서는 진성당원화가 대세였으나 지금에 와서는 그렇지 않다.

노동계급이 우리 사회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 않은 조건에서 진성당원제가 반드시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 꼭 맞다고 할 수는 없다.

김만흠: 저도 그 부분에 상당히 동의한다. 최근 논의를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당장 내년 선거를 앞두고 선거전략을 어떻게 할 것인지의 관점과, 중장기적으로는 정당 체제를 어떻게 갈 것인가의 관점이 또 하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 이야기하는 진성정당 체제로 가는 것도 상당히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대권경쟁, 집권경쟁 수준까지 간다면 정당은 개방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개척정당, 전투정당 스타일에서는 진성당원이나 기간당원 쪽으로 가겠지만 과반을 놓고 경쟁하는 체제로 갔을 때는 개방구도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정체성도 굉장히 약화되는 구도로 갈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민주당에 가까운 논의를 제기하고 있는데 이것이 일시적이지만 않을 것이다. 이렇게 혼재된 상태로 정당이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당의 정체성을 강하게 확립하는 구도보다는, 여러 가지가 혼재된 상태로 정체성은 느슨하게 가져가면서 동시에 체제에 있어서도 개방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정성희: 중장기적으로는 ‘진보가 주도하는 중도의 흡수로서의 야권통합당’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저희들은 향후 2017년을 목표로 그러한 방향을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진보대통합 범야권연대’를 통해 진보를 키우고, 2017년에는 진보가 주도해서 민주당 안팎의 진보를 모두 결집해서 중도를 흡수하는 야권통합당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리 민주당을 혁신하여 통합하더라도 진보가 주도하는 중도 흡수로서의 야권통합당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만약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또 균열될 것이다. 정권 잡고 난 뒤 당내 여러 가지 정책 시행과정에서, 또는 당 문화와 활동노선과 관련한 끊임없는 내부 잡음으로 국민을 실망시키고, 일부가 당에서 이탈, 분당해 또 다른 당이 만들어지는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정권교체만을 이유로 진보정당을 다시 야권통합당 안의 ‘진보정파’로 격하시키려 하는데 이것은 결코 한국진보정치의 발전이라 할 수 없다.

김두수: 민주노동당이나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이 독자적으로 설 수 있고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능력이 있다면 그런 제안을 하지 않는다. 엄밀히 이야기해 단일정당을 제안하는 사람들은 정보정당에게 ‘당신들이 이겨낼 수 없기 때문에 같이 힘을 합쳐 현재의 시련을 이겨내자’는 것이다.

이것이 대선이면 문제는 간단하다. 대선일 때는 전혀 걱정이 없지만, 총선이라는 복잡한 변수와의 싸움에서 민주노동당을 중심으로 한 진보세력이 존립할 수 있는 근거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생각을 바꾸라는 것이다.

정성희: 단일당을 주장하는 논리가 총선에서는 진보정당 쪽에 양보하기가 어렵고, 설령 양보한다 하더라도 무소속으로 대거 출마할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고 또 한나라당을 제치고 원내 1당으로 국회 과반수 의석을 얻는 데 장애요인이 된다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렇게 선거공학적으로 접근할 문제도 아니고, 설령 선거공학적으로 접근한다 하더라도 최근 손학규 대표가 이야기했듯이 민주당이 과감하게 팔다리 떼어주고 눈까지 빼주겠다는 각오라면 왜 범야권연대에서 진보 쪽에 양보 못한다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김두수: 민주당은 팔다리도 떼어주고, 눈도 빼준다는데, 진보정당, 민주노동당은 무엇을 양보할 수 있나?

정성희: 우리는 지역과 비례를 합쳐서 원내교섭 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20석이면 만족하겠다는 것이다. 영남에서는 지역 자체에 맡겨도 자연스럽게 될 것 같고, 호남에서는 정말 정권교체 하고 싶다면 일부 양보해야 한다. 문제는 수도권이다. 수도권에서 엄청난 요구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다 합쳐서 교섭단체 구성할 정도만 양보하면 된다는 것인데, 이것도 불가능하다면서 하나의 당으로 가자고 하고 있다. 지금 정파등록제에 기초한 야권통합당이네, 2012년 선거 앞둔 야권선거연합당이네 온갖 소리를 다 하는데, 사실 민주당이 정파등록제 운영의 구체적인 방안을 제출한 바도 없고 당론으로 정해지지도 않았다.

김만흠: 사실 당선 가능성만 놓고 보면 진보정당이 20석을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또, 정파가 한쪽만 있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시민사회단체들도 있기 때문에 간단하지 않다.

저는 정파등록제 부분에 대해서는 정성희 최고위원이 말씀하신 데 대해 동의한다. 주로 사람들이 정파등록제의 유용성을 인용할 때 브라질 노동자당이나 이탈리아 등의 역사를 이야기하는데 저는 둘 다 사례가 잘못된 경우라고 본다. 브라질은 하나의 유산으로 봐야지 유용한 참고자료로 볼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 비판적인 입장이다. 이탈리아의 경우는 우선 제도 자체가 다르다. 이탈리아의 연합은 개별정당으로 선거에 임하면서 단지 연합만 선언하면 제도적으로 연합을 보장하고 있는 경우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파 등록을 하면 서로의 지분을 배분하는 데 있어 유용성과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후보단일화 연대방식과 큰 차이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김능구: 국민이 보기에, 총선에서 253개나 되는 많은 지역구에 대해 후보단일화 조정을 하려면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고 힘들기 때문에 통합정당 틀 속에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이다. 그랬을 때, 현재 진보통합정당 논의가 있지만 가령 민주당 및 2~3당이 야권후보단일화 하는 것과, 통합정당이라는 틀 내에서 정파등록제 등으로 정체성을 유지하는 상태에서 후보단일화 하는 것을 기술적으로 비교했을 때 어떤 경우가 국민의 시각에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감동’도 있는 단일화과정이 될 것인가? 이는 모르는 일이다. 각 정당이 나뉘어 있을 때는 국민에게 실망을 주고 통합정당으로 갈 때만이 감동을 준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과연 그런 것인지 의문이다.

통합정당이 가능하냐는 문제는 차치하고 현재 민주당 의원 70% 정도는 내심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보수세력인데, 통합이 자신들의 기득권, 국회의원직 유지에 위협이 된다고 느끼는 것이다. 만약 하나의 정당으로 통합해 놓고 그 안에서 정파 간에 심각한 대립이 있을 때는 오히려 국민의 더 큰 실망을 초래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과 야권을 지지하는 사람 다수가 통합정당을 바라는 것이 객관적인 사실이 아니라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사실 과거에는 진보정당이 선거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만약 그러했다면 DJ가 진보정당과의 통합을 시도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 6.2 서울시장 선거에서 노회찬 후보가 받은 3.2%는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수치였다. 이를 인정한다면 민주당은 진보정당에 20석을 보장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가장 감동적이면서도 단순한 양보이다. 지금 야권통합 논의의 늪에 빠져 있다 보면 아무것도 못할 수 있다. 따라서 통합정당론자들은 당위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정성희: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은데, 브라질을 예로 많이 드는데, 브라질 정치제도는 철저하게 정당비례대표제가 실현되고 있다. 또 한 정당 안에서는 정파등록제가 100% 실현되고 있으며 대통령결선투표제가 있다. 우리는 소선거구제에 결선투표 제도도 없다. 설령 정파등록제에 기초한 야권통합을 한다 하더라도 국민에게는 진보가 보수야당 안의 하나의 정파로 인식될 것이다.

또 하나는, 그 진보정파도 제대로 유지가 될 것이냐에 대해서 저는 의구심이 든다. 그 동안에도 개혁적 인사들이 민주당에 많이 들어갔지만 제대로 자기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흡수되고 말았다.

김만흠: 그동안 야권의 제일당인 민주당에 들어갔던 진보적 인사들이 제 역할을 못한 것은 일부 흡수된 측면도 있지만 현실정치에 들어가다 보니까 그동안의 실천방법과 인식이 바뀐 면도 있다. 운동으로서 현실인식을 했던 것과 여러 가지 국가정책의 중심에 있을 때의 인식이 바뀐 측면도 있다고 본다.

선거국면에서 일대일 대응구도는 필요한데 이해관계가 충돌한다면 어느 것이 적정선인가와 관련해, 저는 모든 가능한 단계를 거꾸로 보면 된다고 본다. 가장 완벽한 단계는 통합정당이고, 둘째는 총체적인 선거연합일 것이고, 그 다음은 부분적으로 지역단위에 맡기는 것이고, 마지막으로는 투표 과정에서 이른바 다수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다. 역순으로 본다면 어느 것이 서로에게 공정한 협상이 될 수 있을지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선거연대 과정에서는 소수 진보정당 진영은 손해 볼 것이 없다. 오히려 민주당의 경우는 양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고민이 있다.

그런 점에서 손학규 대표가 최근 “팔다리 다 떼어주고 12월에 통합전당대회를 하겠다”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의 구체적인 구상이 있었고 일정한 물밑 교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분을 다시 당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될 경우 상당히 논란이 될 여지가 있다. 정체성 문제가 잠재되어 있는 손 대표가 대선에만 포커스를 맞출 경우 통합을 하면 모든 것이 편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당내의 갈등도 잠재우면서 연합도 주도하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손 대표가 이야기하는 통합전략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 논란의 여지가 많이 있다.

사회: 내년 4월 총선 결과가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통합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어지는 것이다. 야권을 지지하는 국민이 여야의 일대일 구도에 대해서는 다수가 찬성하지만 단일정당으로 가는 데 대해서는 인식의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하나는 현재 진보가 자체로만 통합한다 하더라도 독자적으로 세를 키워낼 수 있을 것이냐는 데 있어 보장이 없고, 오히려 진보세력의 자기 발전을 위해서도 단일정당 전략을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김두수: 일대일 구도가 국민의 명령이고 통합정당은 국민 시각에서 복잡하고 결코 쉽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일대일 구도를 전제로 한 토론은 정치공학으로 갈 수밖에 없다. 총선에서 일대일 구도를 만드는 것은 정당간의 합의, 정당 안에서 뽑는 방식 등을 통한 후보단일화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쳐보면 각 당이 선거 마당에서 후보를 낸 이후 단일화를 이루는 길은, 한 쪽이 사퇴하거나 여론조사를 통해 합의하는 방식뿐이다. 문제는 그러한 후보단일화의 경우 지금까지의 경험을 보면 소수당, 정당에게 불리하고 거대정당에게 유리한 것이 상식이다. 물론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경우처럼 특수한 예외가 있기는 했다. 6.2 지방선거에서 모범사례로 꼽는 인천이나 고양시의 경우는 사전에 정치적 협상에 의해 후보들을 배분했다. 그러나 이는 지방선거이고 작은 단위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총선은 한 명을 뽑는 선거이고 전국선거이기 때문에 정당지도자들이 정치협상을 통해 이루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남아 있다.

정성희: 쉽지 않다고 나도 생각한다. 제가 제시하는 방법은, 어차피 대권구도 속 총선이기 때문에 대선주자들이 다 부각되기 마련이란 것이다. 한나라당도 박근혜 앞세워서 총선 이기려 할 것인데, 이쪽도 문재인, 손학규, 이정희, 강기갑, 심상정, 노회찬 다 띄우고 이들 대선주자가 다 만나서 대선 때까지 연대해 나갈 것을 약속하면서 교통정리 해야 한다. 지역에 있는 총선후보들을 정돈하고 방향을 잡아야 한다. 물론 어렵다는 것은 인정한다. 6.2 지방선거 때도 그랬고 그간 정당을 따로 하면서 야권연대후보 조정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대선 때 정권교체가 최고의 가치라면 그것을 앞둔 총선에서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많이 요구하지 않겠다고 했다. 50~60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고 비례까지 포함해 딱 20석만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통합당과 관련해, 영국은 노동당이 부상해서 자유당을 소멸하는 방식으로 보수와 진보로 갔고, 브라질의 경우는 정파등록제가 있어서 노동자당 안에 자유주의자 다 모으고도 부족해서 자유당 후보와 대선 때 결선투표해서 부통령을 주면서 집권한 것이다. 엄청난 탄력성을 갖고 한 것이다. 그 역사가 뒷받침해줬고 정치제도가 뒷받침해준 것이다.

우리는 ‘진보대통합당’ 형성과 ‘범야권연대’ 과정을 거친 뒤 진보대통합당이 계속 자기 발전해서 민주당을 소멸시키는 방식의 진보·보수 구도로 갈 수도 있다. 이 구도가 아니라, 진보가 주도해 중도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혁신 민주당과 진보대통합당이 통합하는 구도를 2017년을 앞두고 심각하게 고민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진보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유지해야 한다. 지금 털어서 야권통합당 안에, 그것도 중도가 주도하는 정당에 진보정파로 집어넣는 것은 한국 진보정치의 후퇴라 할 수 있다.

김만흠: 민노당에서 후보단일화 연대방식에서 최소한 20석을 말씀하시면서 몇 가지 기준을 말씀하셨는데, 저는 김두수 위원의 입장과 비슷하다. 4.27에서 순천 방식은 재보선이었기 때문에 통할 수 있었지만, 일반적인 민주주의의 원칙에서 그러한 방식이 맞느냐고 물었을 때는 관철되기 어렵다고 본다. 민주노동당이 그런 방식으로 호남과 수도권을 보고 있다면 그런 방식은 어렵다.

김능구: 후보연대든 선거연대 논의가 전국단위로 진행되면 민주당의 ‘先희생’은 필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손학규 대표가 그러한 발언을 했던 것이다. 지난달 손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DJ는 10%도 아닌, 5%도 안 되는 지분을 갖는 사람들과도 항상 일대일 통합을 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선거를 지나고 보면 일대일이 아니었지만, 그것이 단일화나 통합을 하는 데 진정성으로 읽혀졌던 것이다.

민주당이 정말 팔다리 내놓겠다는 자세가 되어 있다면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손학규 대표가 말로는 12월에 통합전당대회를 하겠다고는 했지만 국민에게는 속이 다르게 보일 수 있다. 문재인 이사장은 야권통합에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있다. 현재 모든 것이 통합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손 대표도 그렇게 할 것이냐 말 것이냐, 어떻게 이 어려운 현실을 잘 조정해내는 리더십을 발휘해낼 것인가 결단해야 한다.

진보정당이 하나로 통합되어 교섭단체 20석을 목표로 한다면 비례대표를 합쳐서 40군데 정도 돌아가는 것인데 20%가 안 된다. 여기서 영남에 어느 정도 돌아가고 수도권에서 어느 정도 내어주면 충분히 협상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통합정당이라는 틀 속에서 국민에게 닭이 먼저인지 계란이 먼저냐 반복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따라서 정확하게 시기를 정해야 해야 한다고 본다. 안 하겠다는 사람들을 계속 끌어당기고만 있으면 뭐하나? 줄 수 있으면 주는 것이 국민에게 더 현실적인 정치세력으로 보일 것이다.

정성희: 시민사회단체 쪽에 제가 불만스럽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정책으로 보나 가치로 보나 진보 쪽과 가까운데 진보 쪽으로 와야한다. 이번에 진보대통합 과정에서 당 공직의 40%를 열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쪽으로 오는 것이 맞다. 그것이 오히려 민주당을 혁신하는 데 촉매제가 될 것이고 야권연대에도 힘을 실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이쪽으로 안 오고 민주당 쪽으로만 간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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