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국민 변화욕구 수용이 과제로...한나라, 야권주도의 선거지형 반전시킬까

‘바람’이 조직의 벽을 뚫었다. ‘바람이 희망이다’란 무소속 박원순 후보진영의 구호가 장충체육관을 완전히 압도했다.

3일 야권진영의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박원순 후보가 최종집계 52.15%로 민주당 박영선 후보 45.57%를 6.58%포인트 격차로 따돌리고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단일후보로 확정됐다. 이번 야권통합경선에서 국민들은 ‘정치의 변화’를 선택함으로써 민주당을 비롯한 기성정치권은 ‘태풍’을 맞을 전망이다.

국민참여 경선에서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8279표, 46.31%의 득표율로 민주당 박영선 후보 9132표, 52.08%에 뒤졌지만 그 격차는5.77%포인트에 불과했다. 10% 후반에 가까운 격차를 보일 것이란 전망을 완전히 뒤집었다. 서울시민 여론조사에서도 박원순 후보가 57.65 %, 박영선 후보가 39.70%로 약 18%포인트 격차로 우세를 점했다. TV토론 배심원 평가보다 격차를 더 크게 벌였다.

이에 따라 박원순 후보는 최종집계 52.15%로 박영선 후보 45.57%에 6.58%포인트 격차로 10.26 서울시장 보선 야권의 후보로 확정됐다. 박영선 후보는 민주당 조직력을 바탕으로 ‘막판뒤집기’에 나섰으나 국민들의 변화열망이 박원순 후보로 모이면서 ‘아름다운 패배’를 수용하게 됐다.

이날 경선 현장투표가 진행된 서울 장충체육관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의 열기를 재현했다. 장충체육관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뜨거운 변화열망이 터진 열기의 현장이었다.

전날 임태희 청와대 대통령실장의 박원순 후보의 대기업 기부금과 관련해 “혹여 순수한 나눔의 차원이 아니면 굉장히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청와대가 서울시장 선거에 직접 개입하면서 서울시민들의 참여열기를 자극하면서 경선열기가 더 고조된 듯하다.

선거인단 3만명 중 17,891명이 투표에 참여해 59.6%의 투표율을 보였다. 국민참여경선이 이처럼 국민적 열기 속에 진행된 것은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를 뽑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경선 이후 9년 만이다. 30%대의 투표율이 일반화된 참여경선에서 두 배에 가까운 시민들이 박원순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참여한 것이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의 조직의 힘이 발휘된 분위기였으나 정오 무렵부터 분위기는 반전됐다. 30-40대 젊은층들의 참여가 눈에 띄면서 반전됐다. 박원순 후보진영측 관계자들은 오후 2시에 접어들면서 경선승리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한 반면 민주당 쪽에서는 서울시민들의 변화열망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최종결과는 민주당의 우려를 현실화시켰다. 지난달 초부터 불기 시작한 ‘안철수 태풍’의 위력 앞에 민주당은 결국 자기당 후보를 내보내지 못하고 박원순 후보의 ‘민주당 입당’을 통해 당의 존재가치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야권은 이제 박원순 후보를 중심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임하게 됐다. 경선에서 패배한 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박원순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그의 승리를 위해 뛸 예정이다. 민주노동당 등 다른 당들도 박원순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며 그의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민주당, 국민의 정치변화 욕구 수용해 위기 탈출해야

이번 야권통합경선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안철수 현상’으로 표출된 국민들의 거대한 변화욕구의 재확인이다. 기성정치권은 이러한 국민들의 변화요구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경우 2012년 총선에서 ‘변화의 바람’ 앞에 ‘낙엽’이 될 위기에 몰렸다는 징표다.

특히 민주당은 10.26재보선 이후 변화의 태풍 앞에 그대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당정치의 변화를 기치로 한 ‘무소속’ 후보 박원순이 거대정당인 ‘민주당’이 총력을 동원해 선출한 박영선 후보를 꺾었다는 것 자체는 정치적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이다.

이를 무시하고 내년 총선에 임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주당은 야권통합과 재편과정에서 국민열망에 부응하는 변화를 수용해야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킬 지 여부가 내년 정치적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당장의 과제는 ‘무소속 박원순’을 ‘민주당 박원순’으로 서울시장 후보등록하는데 민주당은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후보도 민주당 전통지지층을 제대로 흡수하기 위해선 민주당적 후보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자칫 민주당적을 거부할 경우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의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민주당으로서도 박원순의 입당 그 자체는 향후 야권통합과 재편과정에서 민주당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중요한 전략적 지점이다. 민주당으로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합경선에서 패배했지만 박원순 후보를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시킬 경우 향후 야권통합과 재편에서 민주당 입지가 확보되는 ‘질서 있는 야권통합’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경선장을 찾은 민주당 인사들은 향후 야권재편시 민주당의 리더십이 무너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이 제 역할을 못할 경우 야권재편과 통합도 혼란과 혼선에 빠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는 곧 야권으로 몰린 국민들의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야권은 더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참여정부시절 청와대 비서관 출신으로 민주당 소속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이번 경선에서 드러난 국민들의 새로운 변화욕구에 민주당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며 “중심이 없이 우왕좌왕할 경우 새로운 국민의 변화 열망은 실망으로 바뀌게 돼 야권은 더 큰 위기에 몰린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져...국민 관심 회복이 관건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의 선거행보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관심도는 야권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지난달 6일 안철수-박원순 시민후보 단일화 이후 국민들의 정치적 관심은 야권진영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후 9월 25일 민주당 경선, 10월 3일 야권통합경선으로 국민은 시선은 야권에 집중되면서 한나라당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못내는 위기에 몰리며 존재의 위기에 빠졌다면 한나라당은 존재의 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국민들에게 관심에서 멀어졌다. 3일 나경원 후보가 ‘나경원의 생활공감-4, 균형발전 프로젝트1’을 발표했지만 언론의 관심은 야권통합경선에 쏠렸다.

야권이 ‘컨벤션 효과’를 극대화했지만 한나라당은 나경원 후보를 사실상 전략공천해 국민에게 정치적 흥미를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또 보수적 시민단체의 추대로 이석연 전 법제처장이 범여권후보단일화를 요구하면서 흥행요소가 부각됐으나 이 전 법제처장이 맥없이 불출마선언을 함으로써 한나라당은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서 국민에게 어떠한 볼 거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으로선 마지막 흥행요소로 박근혜 전 대표의 선거 유세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당은 서둘러 5일에 복지정책 당론을 결정해 박 전 대표가 선거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6일 이후 박 전 대표가 나서더라도 이미 야권으로 기울어진 서울시장 보선 지형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이러한 한나라당의 무기력으로 급기야 청와대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선거개입논란까지 무릎쓰면서 야권의 박원순 후보의 대기업 후원금 문제를 거론했다. 이는 청와대가 나서 한나라당의 무기력함을 대신해 야권으로 넘어가고 있는 선거판을 되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제 선거일은 20여일 밖에 남지 않았다. 한나라당으로선 야권이 주도하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판을 되돌리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에 몰렸다.

SNS 기사보내기

관련기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