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협박” “파렴치의 극치이며 오만의 절정”

지난 6일, 이명박 대통령의 쇠고기 “재협상 불가” 발언이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같은 날 촛불집회는 재협상 불가 발언으로 초절정에 치달았다.

무려 20만 명이 운집한 이 날 촛불집회는 국민의 요구를 끝내 묵살한 대통령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다.

대통령의 재협상 불가방침은 정국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대통령과 국민 간의 극한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촛불집회는 주말에 이어 10일까지 불붙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한국불교종단 협의회 대표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지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재협상 얘기를 해서 경제에 충격이 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재협상 불가를 공언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문제가 되면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규정에 따라 수입중단 한다고 밝혔고 미국도 보증하는 서한에 사인까지 보내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통상국가인데 지금 재협상을 요구하면 통상마찰 등으로 엄청난 문제가 생긴다. 그런 후유증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 이를 모면하기 위해 재협상 하겠다고 무책임하게 얘기할 수 없는 것 아니냐”라며 재협상으로 인해 경제적 피해가 있을 것이란 주장도 덧붙였다.

여당은 묵묵부답, 각계 비난 줄이어

여당인 한나라당은 이 대통령의 “재협상 불가” 발언에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야권은 즉각 비난을 퍼부어 정국은 급격히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통합민주당은 같은 날, 차영 대변인이 논평을 내 이 대통령의 재협상 불가 발언에 관해 “경제 위기론으로 국민을 협박한 엄청난 변명이며,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미국을 두려워하는 행보로 일관하는 것은 대통령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민주노동당도 6일 즉각 성명을 내 “도대체 한마음이 되고자 하는 국민은 어느나라 국민을 말한 것인가?”라고 물으면서 “국민은 또 속았다”라고 대통령을 질타했다. 강형구 부대변인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최악의 사태를 만들고 있는 것은 조변석개하는 대통령이다”라고 경고하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 장관고시 철회와 재협상 선언을 하길 촉구했다.

천8백여 개의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도 이 날 논평을 통해 “끝까지 국민 무시하만 국민심판이 있을 뿐”이라며 대통령의 재협상 불가 발언을 “파렴치의 극치이며, 국민의 염원을 끝까지 짓밟는 오만의 절정”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국민의 요구를 온전히 수용하는 것만이 사태 해결의 유일한 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 쇠고기 수입업자가 정부가 내놓은 대책인 민간자율규제를 반박해 화제가 되고 있다. 익명의 이 수입업자는 6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쇠고기 시장은 원자재의 공급자 중심 시장”이라며 “(미국의 공급자는) 다 갖고 가겠다는 업체에게 좀 더 세이브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30개월 미만만 수입하겠다고 고집하지 않는 업체에게 더 이익이 갈 수 있다는 것. 그는 “미국 측이 월령표시해 수출해도 그걸(30개월 이상 쇠고기) 들여왔을 때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해 미 수출업자의 월령표시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누리꾼들, “사고를 쳤으면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누리꾼들은 이 대통령의 재협상 불가 입장표명에 무책임하며 국민과 끝까지 맞서겠다는 태도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 worldbal >은 “사고를 쳤으면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재협상도 안 되고... 책임도 못 지고...”라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어 < ccc1600 >은 “내려와야 하는데... 미련은 남나 봐요...... 이제는 답이 없으니 별 G랄을 다할 겁니다”라고 향후 상황을 예측했다.

< jjmind21 >은 “이제 국민들도 물러설 곳이 없다. 투쟁에 지쳐서 광우병 위험이 높은 소고기가 들어오는 것을 울면서 지켜보든지, 더 거센 투쟁으로 이명박을 몰아내야 한다. 설사 며칠 뒤에 투쟁이 더 거세져서 이명박이 재협상을 선언해도 이미 때가 늦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 anwoo1 >은 “어차피 통상마찰에 의한 양국 간의 무역교역감소는 한국만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미국도 똑같이 손해를 보는 것이다”라며 통상마찰을 각오해서라도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표명했다.

< aozone >는 “결국 재협상은 더 큰 문제 유발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지가 다 저질러놓고 자승자박, 자가당착에 빠진 꼴을 시인한 셈이다”라며 “이 모든 사태의 주동한 자로써 이명박이 무한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고 이 대통령의 자진하야를 수습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촛불집회, 6일 최대인파 집결… 하야요구 더 거세질 듯

한편, 이 대통령의 재협상 불가 발언이 있었던 6일 ‘72시간 촛불집회’에는 최대인파가 집결했다. 20만 명에 달하는 시위대는 이 날 오후 8시부터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본격적인 촛불집회를 시작했다. 이들은 “이명박은 물러나라”고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진행했다.

시위대는 이윽고 “이명박은 퇴진하라”, “내일 아침은 청와대에서 먹자”라고 외치며 청와대로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일부 시위대는 7일 새벽까지 새문안교회 옆 골목길에서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시위대는 전경버스를 밧줄로 묶어 끌어내 도로에 세워진 차벽을 뚫으려는 시도도 했다.

이 날 촛불집회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개최되었다. 부산에선 2천여 명의 시민들이 서면에 모여 부산지병경찰청 앞까지 거리행진을 했다. 광우병 위험 부산대책회의는 7일에도 서면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한나라당 부산시당까지 거리행진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에서도 같은 날 대전역 광장에 천5백여 명의 시민들이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총남도청을 거쳐 중부경찰서를 지나 다시 대전역 광장으로 행진한 후에 해산했다.

6일 울산에서도 울산대공원 동문광장에 2천여 명이 모여 촛불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촛불집회 후, 차도 진입을 시도해 경찰 저지선을 뚫고 시가지 행진을 벌였다. 전주에서도 시민 7백명이 제주에서도 시민 5백명이 6일 지역의 촛불집회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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