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수산박물관이 완도에 건립된다.  해양수산자원이 풍부하고, 또 지역 발전 가능성이 커서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었다.  오는 24년 착공해서 26년 개관될 예정이다.
▲ 국립해양수산박물관이 완도에 건립된다.  해양수산자원이 풍부하고, 또 지역 발전 가능성이 커서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었다.  오는 24년 착공해서 26년 개관될 예정이다.

지난 30여 년간 한국에는 많은 박물관이 설립되었다. 2021년 기준으로 등록 박물관 수는 900개이고 미술관 수는 271개에 이른다. 약 30년 전인 1993년에는 박물관 101개, 미술관 17개에 불과했으니, 30년 사이에 900%가 성장한 셈이다. 국립 박물관만 보더라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10개에 불과했던 상황에서, 이제 다양한 정부 부처에서 국립 박물관을 신설해 모두 51개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경제나 인구 규모가 큰 일본과 비교하더라도 적지 않은 수라는 점은 틀림없다.

이처럼 경제성장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박물관이 늘어날 수 있던 배경에는 문민정부 이후 모든 국민에게 일정한 수준의 문화시설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는 ‘문화의 민주주의(Democratization of Culture)’가 있었다. 또 최근에는 시민이 자신의 문화적 취향과 표현을 발언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문화 민주주의(Cultural Democracy)”’에 기여하는 박물관의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있기 어렵다. 이러한 흐름은 박물관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개인적으로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만, 박물관의 수가 크게 증가한 만큼 박물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 묻지 않을 수 없다.

박물관의 이상적 역할과 기능은 유네스코 ICOM(국제박물관협회)가 금년에 발표한 박물관(museum) 정의에서 살필 수 있다. “박물관은 유무형 유산을 연구, 수집, 보존, 해석하여 전시하는 기관이다. 또, 대중(the public)에게 열려 있는 기관으로 차별하지 않으며 대중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도모하는 기관이다. 박물관은 윤리적으로, 전문적으로, 그리고 지역 사회의 참여로 운영하고 의사소통하며, 교육, 즐거움, 성찰, 지식 공유를 위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정의는 박물관이 문화유산 연구기관이자 보편적 가치를 실현하는 공익 기관이며 또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복합문화 기관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또 무엇보다 대중과 소통하고 대중을 교육하고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며 성찰하게 하는 기관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즉, ICOM의 정의는 박물관이 연구기관이면서 대중없이는 존립할 수 없는 기관이라는 점을 천명한 것이기도 하다.

현대사회에서 박물관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대중이 필요하다. 공립이든 사립이든 박물관은 공익을 추구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박물관이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수입이 필요하다. 박물관은 입장료, 문화상품 판매 등의 자체 사업에서 수입을 얻기도 하지만, 공익을 추구하기에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에 크게 의존한다. 정부의 예산은 더 많은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고 성찰할 수 있게 해주는 곳에 우선적으로 배분되기 마련이다. 결국, 국가 예산으로 운영하는 국공립 박물관이라도 관람객, 지역민 등을 포괄하는 대중과의 소통을 통해 비로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대중 없이는 박물관은 존재할 수 없다.

정부 관계자, 특히 지방정부 관계자 중에는 박물관을 외지 관광객을 위해 관광지에 설치하는 전시홍보관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마치 관광지 근처에 세우는 포토존이나 체험관과 같은 부속 건물처럼 말이다. 외지 관광객도 박물관이 소통해야 할 대중 중 하나일 수 있지만, 외지 관광객 하나만으로는 박물관이 운영될 수는 없다. 박물관은 원칙적으로 유무형 유산을 연구, 수집, 보존, 해석하여 전시하며, 대중과 소통하고 대중을 교육하고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며 성찰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얼마 전 전라남도에서 1,200여억 원 규모의 국립해양수산박물관을 전남 완도 장좌리에 건설하는 것을 정부에 요청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부지 선정과정에서 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서 충분히 고려되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 박물관의 본질적인 존립 조건이자 지속가능성을 판가름하는 ‘대중’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하였을 것이라고도 기대한다. 혹은 ‘문화유산 연구’, ‘대중’, ‘참여’, ‘성찰’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지만, ‘문화의 민주주의’라는 이 시대의 정책적 가치를 내세운 결단이었다고 해도 좋다. 다만, 지금이라도 새로운 박물관의 역할과 기능, 박물관이 소통해야 할 ‘대중’에 대한 고민, 그리고 박물관의 정의에 부합하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오창현 교수

문화인류학자이자 한국민속학자. 목포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 조교수. 
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 전문위원, 한국문화인류학회, 한국민속학회, 일본 민속학회 회원. 
한국과 일본의 생업과 기술, 농어촌 공동체 문화를 연구해 왔다. 한국과 일본의 어업기술과 해산물 소비 문화를 중심으로 한국의 근대적 특질과 물질문명의 전개 과정을 규명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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