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5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12.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5일 서울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국정과제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2.12.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과 유튜브 매체인 더 탐사에 대해 형사고소와 함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된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 것이다. 평소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은 형사처벌 대신 민사상 손해배상으로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가진 나로서 현직 법무부 장관의 형사고소가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일반인보다 공인의 수인한도가 높다고 해서, 허위사실로 인한 명예훼손마저 유야무야 넘어가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번 사안은 어느 쪽도 포기하지 말고 대법원에 이르는 법적 공방을 통해 진실을 가려볼 필요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 의원은 최근 올해 정치자금 모금 한도인 1억 5천만원이 다 찼다는 사실을 자랑삼아 공개한 바 있다. 더탐사 측은 이번 사건 생방송 등을 통해 수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터무니없는 소동을 벌인 주목적이 ‘돈벌이’에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말처럼 그들을 “알거지로 만들기” 위해 금전적인 책임을 물어 마땅하다는 말이 아니다. 소송을 통해 괴롭힘으로써 교훈을 얻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도 아니다. 이 문제는 여러모로 중요한 함의가 있는 사건이라 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 헌법상 국회의원의 면책특권과 관련된 법리의 외연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좋은(?) 케이스라 생각한다.

   우리 헌법은 제45조에서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다. “이 나라의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어야 한다”는 유성환 의원의 이른바 ‘국시론’ 파동, 노회찬 의원의 ‘떡값 검사 실명 공개’ 사건을 통해 대법원은 ‘직무부수행위’ 법리로 면책특권의 범위를 확장한 바 있다. 국회에서 한 발언은 국회의원의 ‘직무행위’로서 당연히 면책특권 대상이 되며, 발언 전 국회에서 발언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한 행위 역시 면책특권이 미치는 ‘직무부수행위’임을 밝힌 것이다. 반면 떡값 검사 명단을 인터넷에 올린 것은 직무부수행위에 속하지 않아 면책특권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도 명확히 했다.

   이처럼 실제 사건이 벌어진 후 사법적 판단을 통해 추상적으로 규정된 헌법 조문이 생생하게 살아날 수 있다. 이번 사건에서는 우선 허위사실 유포가 면책특권의 범위에 속하는지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 의원 발언의 허위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보아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은 짐작할 수 있다. 개인적 돈벌이 수단일 뿐인 더탐사에는 관심이 없다. 기자 출신이자 청와대 근무 경력이 있는 김 의원은 당연히 허위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인 판단이다. 재판 과정을 통해 허위임이 밝혀지고, 김 의원이 허위라는 점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해도 직무행위로서 면책특권에 보호받을 수 있을까. 중요한 헌법적 물음이 아닐 수 없다.

   일부 논자들은 대법원판결에 따라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 한 발언이라도 명백히 허위임을 알고도 한 발언이라면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정확하지 않은 언급이다. 2003년 당시 한나라당 허태열 의원은 국회에서 강금실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김성래 썬앤문그룹 부회장이 이호철 비서관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 후보 측에 95억 원을 줬다’고 하는데 왜 조사하지 않느냐?"고 발언했다. 이호철 국정상황실장이 허 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대법원은 이 실장의 패소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 한 발언이라도 그 내용이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명백히 허위임을 알고도 한 발언이라면 면책특권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허 의원의 경우는 자신의 발언이 허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명백히 허위임을 알고도 한 발언”이라는 내용은 허 의원의 책임을 부인하는 판결 이유가 아닌, 이른바 방론(傍論, dicta)에 해당한다. 의원이 국회에서 한 발언이라도 명백한 허위사실로서 허위에 대한 인식이 있다면 면책특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지 정면으로 다룰 수 있는 게 이번 사안이다. 또한 김 의원이 인정한 바대로 더탐사와 ‘협업’을 한 부분을 어떻게 보아야 할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김 의원의 발언이 면책특권 대상이라 해도 더탐사가 법적인 책임을 질 경우 공범 관계가 될 수 있는 김 의원은 면책특권으로 보호되는 것인가, 아니면 그와 별개로 책임을 져야 하는가. 대개의 정치적 공방은 시간이 가면 흐지부지하고, 없었던 일로, 좋은 게 좋은 거로 끝내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처럼 중요한 함의를 가진 사건은 그래서는 안 된다. 재판은 진상 규명이 우선 중요하지만 앞서 본 것처럼 바람직한 선례를 만드는 첩경이기도 하다. 마침 두 당사자 모두 재판 과정에서 끝까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바람직하다. 모쪼록 김의겸 의원과 한동훈 장관은 역사적 사명감(?)을 가지고 이번 소송을 수행할 것을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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