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이재명’을 내다본 선택, 그 가능성과 한계

더불어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당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전 실장은 4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 결정을 수용한다"고 올렸다. 탈당 여부를 비롯한 향후 거취에 대해서 별다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탈당하지 않고 잔류하겠다는 의미이다.

당초 예상과는 다른 의외의 결정이다. 이낙연 전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에 합류한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은 임종석 전 실장이 민주당 탈당을 약속했다가 돌연 입장을 바꿨다고 밝혔다. “임 전 실장이 전날(3일) 저녁 7시까지만 해도 새로운미래 합류를 전제로 민주당 탈당을 이낙연 전 대표에게 약속했다”는 설명이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배제 재고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 연합뉴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달 28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공천배제 재고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사진= 연합뉴스]

당초 3일 광주 출마를 선언하려다가 임 전실장의 민주당 이탈 가능성을 높게 보고 기자회견을 연기했던 이낙연 대표는 황당한 반응이었다. 이 대표는 “임 전 실장이 몹시 고통스러웠을 시기 2~3일 저와 고민을 나누고 생각을 공유했던 건 고맙게 생각한다”면서도 그와 연락을 이어갈 의향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사람인데 연락은 하겠죠. 단지 오늘(4일) 아침엔 전화가 통하지 않았다”고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사실 새로운미래 측은 임 전 실장의 합류에 큰 기대를 걸었다. 임 전 실장이 새로운미래에 합류한다면 ‘이재명 민주당’을 이탈한 반명 세력이 결집하여 민주당의 계승 세력임을 내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홍영표·설훈 의원이 주도하는 민주연대도 비명계 현역들을 더 규합하여 새로운미래와 합친다면 민주당과의 본격 경쟁도 기대해볼 법했다. 하지만 임 전 실장이 마지막 순간에 예상과는 다른 선택을 함에 따라 이러한 기대들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그러면 밤 사이에 임 전 실장이 입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인 전 실장은 자신의 문제에 대해 재고해줄 것을 당에 요청했지만 최고회의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자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충분히 알아들었다”고까지 말한 바 있다. 이 대표에 대한 기대는 접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럼에도 임 전 실장이 탈당 의사를 접고 당 잔류를 결심한 것은 총선 이후를 내다본 포석이라 할 수 있다. 현재대로라면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친명 횡재, 비명 횡사’ 공천으로 당을 추락시킨 이재명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임 전 실장을 비롯한 비명계는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총선에서 패배하는 한이 있어도 물러나지 않으려 할 것이 이번에 보여준 이재명 대표의 모습이었다. 임 전 실장은 결국 ‘이재명 사당화’에 맞서 민주당의 재건을 위한 향후의 구심이 되려는 생각으로 당에 남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이 대표는 총선 책임론도 있지만,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거취 문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 아무리 물러나지 않으려고 해도 환경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임종석 전 실장은 ‘포스트 이재명’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내다보고 민주당을 지키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총선 이후의 당권과 대권 가도에서 임종석은 이재명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도 있다. 다만 비명계가 ‘횡사’한 이번 총선 이후 민주당 안에서 ‘이재명 책임론’을 제기할 세력이 얼마나 있을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임종석 전 실장이 당의 공천 배제 결정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어려운 결단이었을 것"이라며 "매우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권 심판이라고 하는 현재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함께 힘을 합쳐 주시면 더욱 고맙겠다"고도 했다. 이런 립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표가 임 전 실장의 잔류를 정말로 고마워할지는 모르겠다. 자신의 대권 가도에 걸림돌이 되는 사람들은 이번에 다 정리하고 가려는 것이 ‘비명 횡사’ 공천이 생겨난 배경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고맙다”는 말을 하는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떨떠름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유창선 칼럼니스트
유창선 칼럼니스트

 

유창선

연세대학교 사회학 박사(정치사회학 전공)
한림대, 경희 사이버대 외래 교수 역임
SBS, EBS, B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 역임
현재 여러 언론에 칼럼  연재중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폴리뉴스 Poli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