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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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 박병규 기자] ‘육정을 끊고’, ‘모든 것을 봉헌해’, ‘노예가 되어라’ 11년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 故 김애선 씨의 이메일에서 발견된 문구들이다. 모든 일상을 누군가에게 허락받으며 극도로 통제된 생활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 그녀. 해당 내용을 제보한 아들은 어머니가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당해 세상을 떠났다고,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의혹을 철저히 파헤쳐달라며 MBC 'PD수첩'에 취재를 요청했다. 과연 故 김애선 씨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 배후에는 누가 있는 것일까?

“김 베로니카가 항암 치료를 중단하고 미국으로 가서 순명하는 생활을 바쳐야 할 것이며, 인간적이고 육적인 근심과 걱정을 버리고, 굳건한 믿음의 자세로 순명해야 할 것이다” - 故 김애선 씨가 받은 기도 공동체의 메시지

한 글로벌 기업의 최초 여성 임원이자 한 가정의 어머니였던 故 김애선 씨는 가족들과 만난 지 18일째 되는 날 세상을 떠났다. 그런 그녀가 누군가에게 사랑니 빼기, 앞마당에서 산책하기 등 사소한 행동마저도 일일이 보고하며 허락받아 온 것으로 추정된다. 심지어 2019년 12월 17일 난소암 판정을 받고, 2023년 6월 27일 뇌암 말기로 사망에 이르기까지 수년간 스스로 항암 치료를 중단하도록 가스라이팅 당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있었다고 한다.

제작진은 애선 씨의 이메일에서 그 모든 상황을 통제한 것으로 보이는 수상한 기도 공동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故 김애선 씨의 유가족 외에도 하루아침에 거주하던 집이 사라지고, 일가족이 흩어졌다는 박태완(가명) 씨와 그의 손자 권우진(가명) 씨를 만났다. 그들은 여전히 기도 공동체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가족들을 찾고 있었다. 'PD수첩'은 권 씨의 사연과 故 김애선 씨의 수첩 및 3천 개가 넘는 이메일 속에서 발견한 의문의 기록들을 수집해 전문가들의 의견과 심리 분석을 토대로 사건의 진위를 추적했다.

“자꾸 메시지들이 어디서 떨어져요. 잘 살고 있는데 메시지가 왔대. 환시를 보는 사람도 있고, 듣는 사람도 있고, 쓰는 사람도 있고, 꿈을 꾸는 사람도 있고, 어떤 여자애는 막 그림을 그려” - 前 기도 공동체 소속 파면 신부 김 씨의 신도

충격적인 사실은 공동체가 보낸 메시지들에 파면된 전 신부 김 모 씨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던 것. 제작진은 과거 김 씨가 주임신부로 부임했던 성당들과 현재 대표로 있는 법인의 시설들을 탐문 끝에 그의 행적을 쫓을 수 있었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신실한 신부였다고 하나 김 씨와 밀접한 관계였던 일부 신도들은 그가 보인 의외의 모습들에 대해서 밝혀왔다. 기도 공동체에 속했었던 관계자들은 그가 ‘성모님의 딸’을 자칭한 ‘아녜스’라는 의문의 여성과 관련되어 있으며, 기도 공동체 안에서는 예상보다 더 기이한 일들도 벌어지고 있다고 증언했다.

한 신도가 대장암에 걸려서 혈변을 보는 상황임에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했다거나, 영적으로 사육당하는 아이들이라 불릴 정도로 ‘성모님의 뜻’이라며 자신의 친부모를 싫어하고 온종일 계시만 그려대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했다. 'PD수첩'은 가족과의 관계를 단절하고, 신도들의 생명까지 위태롭게 할 정도로 맹목적이었던 그들의 신념이 향하는 길은 어디인지, 이들의 최종 목적이 무엇인지 포착하기 위해 기도 공동체를 집중 취재했다.

“그들이 어떤 성스러운 공간과 성스러운 용어를 쓴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돈을 탐닉한 그리고 피해자의 가정을 파괴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 탁지일 부산장신대 신학과 교수

MBC 'PD수첩' 1412회 <파면 신부와 꿈의 추종자들>는 19일(화) 밤 9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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