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하마스 제거 완료 위해 불가피".. 바이든 "지상전 아닌 다른 수단 강구하라"
美 상원 척 슈머 "가자지구 민간인 과도하게 희생.. 이스라엘 선거 새로 치러야"
이스라엘, 알시파 병원 또 공격.. 유엔 "가자 구호품 제한, 전쟁범죄 해당"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다음주까지 라파 공격에 관한 대안을 마련해 대표단을 워싱턴에 보낼 것을 요구했다 [사진=신화통신=연합뉴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다음주까지 라파 공격에 관한 대안을 마련해 대표단을 워싱턴에 보낼 것을 요구했다 [사진=신화통신=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이스라엘이 하마스 완전 소탕을 위해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지상전을 고집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다음주까지 라파 공격에 관한 대안을 마련해 대표단을 워싱턴에 보낼 것을 요구했다.

미국의 입장 변화로 이스라엘도 라파 지역에 지상군을 투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됐다. 현재 미국 내에서 네타냐후 교체론도 거론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네타냐후가 바이든의 요청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네타냐후 "하마스 제거 완료 위해 불가피".. 바이든 "지상전 아닌 다른 수단 강구하라"

미국 백악관과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보도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18일(이하 현지시간) 약 45분간 전화통화를 갖고 라파 상황 등에 대해 논의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전화 통화는 지난달 15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이날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 공격 필요성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라파는 100만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떠밀려간 마지막 피란처로, 이곳을 겨냥한 전면 공격은 인도주의 참사를 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9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의회(크네세트) 외교국방위원회에 바이든 대통령과 전날 오전 통화한 사실을 알리면서 "대화에서 우리는 라파에서 (하마스)부대 제거를 완료하기로 결심했다는 점을 가장 분명하게 (바이든) 대통령에게 밝혔다"고 설명했다.

그는 "라파 진입 필요성과 관련해 미국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 하마스를 제거해야 한다는 지점이 아니라 라파 진입 필요성 면에서 그렇다"면서도 "땅에 들어가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라파 지상 작전 강행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남아있는 이들 부대를 제거하지 않고 군사적으로 하마스를 제거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는 그렇게 하기로 결심했다"고 전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라파에서 지상 작전은 "실책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날 통화전까지는 주민 보호를 위한 방안 없이는 라파 지상전에 반대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날은 이스라엘이 '다른 수단을 통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상전 자체를 반대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가자시티나 칸유니스에서 행해진 것과 같은 대규모 군사작전이 라파에서 실행되는 것에 왜 깊이 우려하는지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우리나 세계에 어떻게 또 어디로 민간인들을 안전하게 이동시키고 식량과 거처를 제공할지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라파는 이집트나 이스라엘에서 가자지구로 가는 인도적 지원의 주요 출입구"라며 "군사작전은 가장 절실한 시점에 이를 폐쇄하거나 적어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 입장은 하마스가 라파는 물론 어느 지역에서도 안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대규모 지상 작전은 실수가 될 것"이라며 "더 많은 민간인 사망을 낳고 이미 심각한 상황인 인도주의적 위기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가자지구의 무정부 상태와 이스라엘의 국제적 고립도 깊어질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달성하려는 목표는 다른 수단을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요청으로 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총리의 측근인 전략담당 론 더머 장관, 차히 하네그비 국가안보보좌관이 내주 워싱턴DC를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자리에서 향후 라파 지역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미국에서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에 관해 반감이 고조되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 상원 대표와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교체론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대표는 14일 상원에서 가자지구 민간인들이 과도하게 희생돼 이번 전쟁에 대한 지지가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슈머 의원은 이어 이스라엘이 건전하고 개방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선거를 새로 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튿날인 15일에는 바이든도 슈머의 발언은 많은 미국인이 함께 하는 생각이라며 네타냐후 교체 요구를 거들었다.

가자지구에 배치돼 있는 이스라엘 전차 [사진=AP=연합뉴스]
가자지구에 배치돼 있는 이스라엘 전차 [사진=AP=연합뉴스]

이스라엘, 알시파 병원 또 공격.. 유엔 "가자 구호품 제한, 전쟁범죄 해당"

이스라엘은 지금도 라파 지역을 제외한 가자지구 곳곳에서 하마스 소탕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속적인 민간인 피해자도 발생하고 있다.

지난 18일에는 가자지구 최대 병원 알시파 병원단지를 공격해 하마스 고위 관계자를 포함해 무장대원 40명을 사살했다.

이날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알시파 병원 군사 작전을 통해 하마스 고위 사령관인 파이크 마부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마부는 하마스 내부 보안 책임자로, 공격 당시 무장한 채 병원 단지 안에 숨어있다 체포하려는 과정에서 총격전으로 사망했다고 IDF는 말했다.

IDF는 이날 공격으로 총기를 소지한 무장 대원 40명가량을 사살했으며, 200명을 용의자로 체포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군인 한 명도 하마스와 총격전을 벌이다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알자지라는 자사 소속 통신원 한 명도 체포됐다가 12시간 뒤 풀려났으며, 구금 중 IDF에 의해 구타를 당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을 하마스의 주요 작전 거점 및 지휘 센터로 지목, 가자지구 전쟁 초기부터 공격해 왔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지난해 10월7일 전쟁 발발 이후 네 번째다. 병원 내부에 의료진과 환자를 포함한 3만명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구호품 반입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원조품 반입 과정에 복잡하고 불분명한 검문 절차를 적용해 가자지구에 들어가는 구호품 양과 종류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발발 이전 하루 평균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구호 트럭은 약 500대였는데 올해 1월에는 이 숫자가 170대로 줄었고 지난달에는 98대까지 줄었다.

특히, 마취제, 산소통, 인공호흡기 등 생존에 필요한 물품의 반입도 제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19일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구호품 반입을 계속 제한하는 수준과 적대 행위를 지속하는 방식은 기아를 전쟁 수단으로 활용하는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투르크 대표는 "이스라엘은 점령군으로서 (가자) 주민의 필요에 상응하는 식량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도주의 단체의 지원 활동을 용이하게 할 의무가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원조품 반입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국제사회가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속되는 전쟁으로 가자 주민들이 최악의 굶주림을 겪고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잇따라 나왔다.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가자지구 주민 110만 명이 재앙적 굶주림 상황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투르크 대표의 성명과 관련해 "이스라엘은 육로와 해로를 비롯해 가자지구에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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