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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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뉴스 박병규 기자] 시공이 거의 마무리된 청주의 ‘ㅇ’ 아파트. 공사 현장 한편엔 임시분향소가 마련되어 있다. 지난해 7월, 이곳에서 일하다 사망한 베트남 이주 노동자 쿠안 씨를 위해 시공사가 마련한 작은 추모 공간이다. 

"원래 제 남편이 담당하던 일이 아니었어요. 그 조에 몇 명이 출근하지 않아서 제 남편에게 그 일을 시켰어요. (같은 조에서 일했던) 친구의 말에 따르면, 제 남편은 고소공포증이 있었고 익숙한 일이 아니라서 건물 외부로 나갔다가 내부로 들어왔어요. 그런데 관리자가 고함치며, 오늘 안에 그 일을 끝내야 한다고 재촉했어요. 제 남편은 건물 외부로 다시 나가서 일하다가 10분 후에 추락했어요" - 레티화 / 중대재해 사망자 故 쿠안 씨 아내 

2021년 기준 외국인 노동자 사고사망만인율은 2.97‱(퍼밀리아드)로 전체 근로자 사고사망만인율(0.43‱)과 비교하면 6.9배나 높았다. 쿠안 씨의 아내 레티화 씨를 대리해 교섭을 진행해 온 민주노총 충북본부 이주용 활동가는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우리의 안전과도 직결된 문제라고 말했다. 

■ 산업재해 사망율이 가장 높은 조선업종

지난 2월 12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부유식 원유생산설비 블록 이동 작업인 스키딩 작업 중 구조물이 내려앉아 외국기업 하청 업체 소속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작진이 유족들을 찾아갔을 당시 이미 사고 발생 후 3주가 지났었지만,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었다. 원청으로부터 정식 사과도 받지 못했고, 사고 원인도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고 원인은 무엇일까. 

"변경을 시켰으면 테스트를 진행하고 그다음에 안전 조치나 관련된 거를 확보한 상태로 진행해야 하는데 (사고의 책임은) 기술적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를 강행한 ‘ㅎ’업체(사외협력업체)냐 아니면 기술적 문제나 어떤 상황이 여의찮은데도 불구하고 그 공정을 맞추기 위해서 공사를 강행했던 현대중공업이냐 저는 그게 이 사고의 주 요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경택/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노동안전보건 실장 

같은 날인 2월 12일, 한화오션 옥포조선소에서도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그라인더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가 폭발 사고로 숨진 것. 이후 2주 만에 잠수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가 또 사망했다. 2022년 기준 조선업의 사망만인율(근로자 수 1만 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수 비율)은 3.68‱로 건설업보다 높았다. 왜 조선소에서 유독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걸까.

■ 죽은 자는 있는데, 책임자는 없다

2022년 3월21일, 동국제강 포항공장에서 크레인 안전벨트에 몸이 감겨 숨진 하청 노동자 故 이동우 씨 아내 권금희 씨는 2년이 지난 2024년 3월 21일, 갓 돌이 지난 아이를 품에 안고 대검찰청 앞에 섰다. 얼마 전, 검찰이 동국제강 대표이사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의 안전대책은 사실상 문서에만 존재하는 형식적 대책이라 여겨졌지만, 검찰은 동국제강이 필요한 안전조치를 모두 이행했다고 판단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2년, 지금까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기소된 건은 총 40건. 그중 1심 선고가 내려진 사건은 14건이다. 그중 13건은 집행유예. 단 한 건만이 실형 선고를 받았다. (최소형인 1년 징역) 노동자들은 매일 같이 죽어가고 있는데 반해 처벌이 약하다는 비판에 검찰, 법원 등 집행기관은 자유롭지 못하다. 

■ 노동자의 죽음과 그 원인을 알려야 한다

2023년 6월 11일, 광주 한 건설 현장에서 건설용 승강기에 깔린 채 2시간 뒤에 발견된 故 마채진 씨의 딸 마혜운 씨는 여전히 그날의 진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아버지는 왜 휴일인 그날 작업을 해야 했는지. 왜 혼자 현장에 있었는지. 승강기가 오작동한 이유는 무엇인지. 사고 후 1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알 수가 없다. 직접 노동청에 재해조사보고서를 요청해 봤지만,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용균 재단 권미정 사무처장은 이 또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거죠. 왜냐하면, 재판의 결과에 따라서 재해조사 보고서가 달라지는 게 아니잖아요. 그리고 재해조사 보고서는 그래서 ‘누굴 처벌해라’가 있는 게 아니거든요. 어떤 환경에서 어떤 문제 때문에 이런 재해가 발생했는지를 기술해 놓고 조사해 놓은 것이지. 공개한다고 하는 의미는 사회적으로 책임을 묻는 방식이잖아요." - 권미정 / 김용균재단 사무처장 

'추적 60분' 1361회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 일터에서 죽는 사람들> 편은 3월 29일 금요일 밤 22시 05분 KBS 1TV에서 방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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