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의 선풍적 인기가 화제이다. 팟캐스트에 올려져있는 파일을 모바일에 다운로드받아 청취하는 이 방송은 회당 2백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팟캐스트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즈> 인터넷판이 한국의 나꼼수 현상을 크게 보도하는가 하면, 미국의 유수 대학들도 출연진들을 초청하는 등 해외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4명의 나꼼수 출연자는 몇 달 사이에 연예인 뺨치는 유명인사가 되어 초절정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들이 내는 책들은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일제히 차지하고 있을 정도이다.

새로운 현상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나꼼수를 들으면서 정치적 카타르시스를 맛보려는 청취자들의 욕구가 자리하고 있다. 정치적 불만의 분출이 나꼼수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동시에 우리는 나꼼수 현상을 낳은 미디어환경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거대 방송사가 만든 것도 아니고, 4명의 개인이 의기투합하여 만든 방송이 이렇게 주목받게 된 것은 모바일 혁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국내 스마트폰 인구가 2천만을 넘어선 모바일 시대. 이제 사람들은 자신이 듣고싶은 방송 파일을 팟캐스트에서 다운로드받아 모바일에 담아 갖고 다니면서 지하철, 버스, 커피숍, 길거리 등 아무 곳 아무 시간에나 들을 수 있다. ‘내 손 안의 방송’인 셈이다. 또한 나꼼수의 인기가 확산되는 과정에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한 입소문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SNS에서의 나꼼수 열기는 너도 나도 나꼼수를 듣게 되는 현상을 낳았다. 결국 나꼼수 현상은 모바일혁명과 SNS의 급성장이라는 미디어환경 지각변동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나꼼수의 내용에 대한 찬반과는 상관없이 이 새로운 방식에 대한 반향이 갖는 사회적 의미는 꼼꼼히 읽을 필요가 있다.

이제 국내 트위터 인구가 5백만, 페이스북 인구가 4백만을 넘어섰다.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뉴미디어, 소셜미디어의 영역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 시대는 사회와 개인, 조직에게 큰 변화를 가져다 주고 있다. 사회의 여론은 더 이상 거대한 올드 미디어들에 의해 주도되지 않으며, 수많은 SNS 참여자들에 의해 아래로부터 형성된다.

사회는 더 이상 절대권력에 의해 이끌어지지 않으며, 권력은 수많은 개인 혹은 SNS에서 허브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로 분산이 된다. 그동안 수직적 위계질서를 유지해왔던 사회는 수평적 네트워크의 사회로 변화된다. 개인의 존재방식과 활동방식에도 큰 변화가 따른다. 과거 개인은 주어진 귀속적 지위에 따라 수동적인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 시대에는 개인의 능력과 실적에 따라 지위가 결정된다.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는 개인은 더 이상 거대 미디어들에 의존하지 않아도 되고, 자기가 직접 유투브, 페이스북, 트위터, 블로그 등에 콘텐츠를 올려 평가를 받고 인기를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가능한 ‘지위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 시대는 이처럼 사회적으로는 네트워크를 통한 소통의 시대를 의미하는 동시에, 개인에게는 새로운 ‘기회의 땅’을 의미한다.

물론 SNS가 세대간 격차,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부작용도 낳고 있기는 하다. 그렇다고 소셜네트워크 시대가 낳고 있는 이 거대한 변화에 둔감하다면 개인들로서는 새로운 가능성의 기회를 놓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소셜네트워크 시대는 거대 자본, 거대 조직에 매달리지 않고도 개인의 창의와 능력으로 새 유형의 전문가가 되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오늘 실업 등의 현실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우리 젊은세대들이 이 변화가 개인에게 던지는 의미를 잘 읽고, 소셜네트워크 시대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도전하기 바란다. 수많은 ‘나꼼수’의 가능성이 우리 앞에 열려있다.

유창선(폴리뉴스 칼럼니스트/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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