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촐하지만 의미있는 시작을 알린 마을포럼

 

< 폴리뉴스는 ()창조와 소통과 함께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에서 주최하는 제1차 마을포럼 현장을 방문했다. 서울 내 마을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인 첫 포럼인 만큼 큰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 >

 

도시에 마을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열정들이 모이다

 201212214, 우리는 은평구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에서 마을활동가들이 모여 마을공동체 활동을 정리하고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시간이 마련된 자리인 1차 마을포럼 : 마을운동, 시대정신과 방향을 묻는다에 참석하였다. 대부분 중년층으로 보이는 활동가들이 30~40명 정도 참석하였으며, 활동가들의 네트워크가 활성화되어 있을거라 생각해 밝은 분위기일 것이라 예상했으나, 조용했다. 서로 잘 모르는 분위기였다. 대학생 등 네트워크에 적극적인 젊은 청년들이 마을만들기에 많은 관심을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  왼쪽부터 사회자, 남철관 성북구 마을센터지원장, 박승옥 한겨레 공제조합 이사장, 현광일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정책위원
▲ 왼쪽부터 사회자, 남철관 성북구 마을센터지원장, 박승옥 한겨레 공제조합 이사장, 현광일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정책위원

마을공동체는 자본주의의 새로운 대안

간단히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에 대한 소개 인사가 끝난 뒤, 박승옥 한겨레 공제조합 이사장의 한국의 마을만들기 운동에 대한 몇가지 단상이라는 발제로 포럼이 시작되었다. 그는 한국의 진보운동의 역사와 그 과정에서 마을의 귀환에 대해 설명해나갔다.

 요는 국내와 전 세계적으로 사회주의 운동의 실패이후 다양하게 대안을 모색하던 과정 중 나온 것이고 최근의 마을운동 또는 마을공동체 운동이 자본주의를 극복하는 새로운 대안의 지역공동체운동으로 등장한 것이며, 이들은 중앙정부의 위기상황에도 큰 어려움 없이 유지될 수 있는 자립형 경제체제를 갖추는 방향으로 나가야한다고 주장하였다.

 마을공동체의 형성과정에 대한 개념을 전반적으로 짚어주는 의미있는 담론이긴 했지만 참석자들 대부분은 학자가 아니라 마을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이기에, 이개념들을 다 받아들이기엔 조금 어려움이 있는 듯 하였다.

 

서울시 마을만들기가 달려온 13개월의 과정

두 번째로는 유창복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이 서울 마을만들기 준비, 13개월의 활동 보고라는 주제로 박원순 시장의 당선 이후 시작된 마을공동체 사업이 지난 13개월 동안 어떻게 달려왔으며, 그 안에서의 작은 성과와 갈등 및 앞으로 지향해나가야 할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 하였다. 초기 박원순 시장에게서 마을공동체 정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당시, 기존의 마을 활동가들은 박시장의 마을만들기에 대한 깊은 관심 그 자체가 10년 넘게 동네에서 힘겹게 해온 풀뿌리 주민활등을 의미 있게 평가한다는 것이기에 매우 고마운 일로 받아들였지만, 관주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칸막이행정, 형식적 거버넌스, 조급한 성과주의 등의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마을공동체 사업은 주민주도형 마을 만들기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고 사업을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라는 중간조직을 만들어, 서울시와 민간 활동가들을 조율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하였다. 상반기에는 실행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맞춤형 지원’, ‘당사자주의와 보충성’, ‘인큐베이팅이라는 방침을 세우고 사업을 진행하였다.

관에서 계획을 세우고 민에게 하달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직접 계획을 세우고 실행까지 하는 상향식 마을 만들기를 기본방향으로 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마을 만들기의 주요 주체가 되어야 하는 40대 주부들이 당장 닥친 생계문제 때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가 어려워서, 2030청년과 노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한다.

 

마을공동체는 독립적인 힘 길러야

이렇게 두 발제자의 발의가 끝나고 다음은 지정토론이 시작되었다. 먼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의 현광일 정책위원은 협치(거버넌스)는 관 쪽에서 명명하는 이름이여서 경직되고, 마을공동체를 진행하다보면 기존 관료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진 이조직이 다시 관료제화 되어버리는 문제에 빠지지 않기 위해관과 독립적으로 자생적인 힘을 길러야 한다고 하였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분의 발언 내용들이 나를 포함하여 이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이야기 하기에는 너무 난해한 이야기들이 많았던 것 같다.

 

마을공동체의 취지에서 벗어나고 있지 않은가 성찰해봐야

 다음 ‘2012마을공동체 평가에서 최우수구로 선정된 성북구의 남철관 성북구 마을센터지원장의 발언이 있었다. 그는 현재 마을공동체가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전문화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였다.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주체들이 마을공동체 사업을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위한 공동체성 회복의 과정이 아니라, 하나의 프로젝트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 현재 마을활동가들, 마을기업이나 사회적 기업들이 마을공동체에 관해 내는 아이디어들을 보면 실질적으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마을돌보기가 아니라 마을에 대해 전문화된 사업을 관이 정책적으로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마을공동체가 이렇게 흘러가다보면 본래의 의미를 잃고 결국엔 지역의 중산층들이 모여 자신들의 삶을 그저 윤택하게 하기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고 하였다.

 

마을공동체의 본래 의미 되새겨야"

그는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우리 마을에 닥친 진짜 문제를 깊게 고민하는 것이며, 마을공동체를 추진함에 있어 이 과정에서 소외받는 이들이 없도록 실질적으로 참여가 어려운, 소외계층들을 적극적으로 돌봐야한다고 주장하였다. 2012년이 마을공동체란 무엇인가 고민하고 조직을 만들어나가는 단계였다면, 2013년에는 중간다리인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가 아니라, 여기에 모인 활동가분들이 직접해야 한다고 했다.‘진짜 마을공동체를 고민하는 선택과 집중을 하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를 위해서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문제는 첫 번째 주민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두 번째 이를 위해서 어떤 인큐베이팅과정을 거칠 것인가를 분명히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나 역시 그의 말처럼 여러 마을공동체 사업들을 개별적인 프로젝트 단위로 떨어트려 생각해온 것은 아닌가하는 반성을 했다. 현광일 정책위원의 발언에서는 아쉽게도 여러 활동가들이 너무 어려운 개념을 접하여 갸우뚱하는 분위기였다면, 남철관 센터장님의 발언에는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아쉬운 주제와 토론 분위기... ‘진짜오가야 하는 대화는 무엇인가

이렇게 한명씩 발언이 끝났지만 시간이 지체되어 더 이상의 토론은 진행되지 않았고, 활동가들의 의견을 말하는 순서가 있었는데, 기억나는 것은 한 활동가분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실제 마을활동의 사례와 이야기들이지 이런 거대 담론을 들으려 온 것이 아니다라는 뼈아픈 지적이다. 나 역시도 활동가들과 이론가들의 괴리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마을공동체의 본질은 마을공동체 사람들이 모여 실제로 그들이 필요한 것을 찾고, 또 그 안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오늘 오간 토론에서 그러한 주제는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 보이스카웃으로 활동하던 적이 있다. 어느날 옆집 세탁소에 보이스카웃바지 기장을 줄이려고 맡겼는데, 내가 인사를 잘하는 아이라고 고무줄까지 공짜로 넣어주셨다. 그리고 윗집아이는 모르는 아이라도 다 내 친구였고, 옆집 할머니도 이름도 모르는 사이라도 길가다 마주치기라도 하면 과자하나라도 챙겨주었었다. 마을공동체가 뭐 있겠는가. 나는 이런 것들이 부활 하는 것이 마을공동체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형식적인 마을공동체 형태의 부활이 아닌 실제 사는 사람들의 공동체성회복. 실제 참석하였던 마을 활동가들이 원하는 것도 그런 것일 테지만, 이 자리에서는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다. 주최측인 마을공동체센터 역시 미흡함을 인정하고 다음부터는 더 알찬이야기로 준비하겠다고 했다.

 

▲  서울시 마을공동체 씨앗 지도 총 95개의 씨앗이 있다.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나길 바란다
▲ 서울시 마을공동체 씨앗 지도 총 95개의 씨앗이 있다.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나길 바란다

그럼에도 의미있는 시간이다 

다음 순서로 송년회가 이어졌다. 단돈 5,000원에 보쌈, , 김밥 등을 제공해주셔서 맛있게 먹었고, 포크송 가수 심재창씨가 오셔서 분위기를 한층 더 돋구어주었다. 내용 진행상의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장소에서 열심히 마을공동체를 일구고 있는 활동가들이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었다. 앞으로도 이러한 포럼이 자주 개최되어 학문적 담론을 쌓는 것에서 더 나아가, 활동가들이 직접 서로의 경험과 함께 좋은 아이디어를 공유하여 도시화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이 서울시에서 성과위주의 마을공동체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풀뿌리 마을공동체가 샘솟길 바란다.

 

박혜경, 김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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