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30일 제2롯데월드를 방문한 조완규 전 서울대 총장,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 등 전·현직 대학총장 21명이 롯데월드타워 홍보관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롯데물산 제공>
▲ 지난 4월 30일 제2롯데월드를 방문한 조완규 전 서울대 총장,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 등 전·현직 대학총장 21명이 롯데월드타워 홍보관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롯데물산 제공>

[폴리뉴스 이주현 기자]지난달 28일 서울 송파구 제2롯데월드 내 롯데월드몰 8층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14관으로 언론사 서울시 출입기자들과 유통담당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제2롯데월드를 운영하는 롯데물산은 이날 안전성 논란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영업중지 중인 아쿠아리움 수조 보수 및 영화관 진동방지 조치 내용을 소개하는 현장설명회를 열었다. 

이날 설명회에 대해 롯데물산은 안전 조치를 마친 아쿠아리움과 영화관 시설 공개는 처음이라며 “그동안 서울시와 국민안전처의 요청사항에 적극 협조한 결과를 설명하고, 시민들이 가진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시키려고 마련했다”고 밝혔다. 홍성걸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 오상근 서울과학기술대 방수기술연구센터 교수, 이상현 단국대 건축공학과 교수 등 외부 전문가들은 이날 설명회에서 아쿠아리움과 영화관을 포함한 롯데월드몰 전체의 안전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한 교수는 아쿠아리움 수조 보수 작업 과정과 결과에 대해 설명하면서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고 누수는 일반적으로 생길 수 있는데 언론이 호들갑을 떨었다는 듯 말했다. 특히 그는 롯데월드몰 아쿠아리움 누수가 한국 건축기술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수조 구조물은 수축하거나 팽창하는 재료의 특성상 상부에 미세한 균열을 필연적으로 동반해 안전과 무관한 누수가 발생하는데, 미국 전문가들을 불러다 누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국내 기술이 발전했다는 얘기다. 

영화관 구조 안전성을 검토한 다른 교수는 지난해 12월 10일 오후 7시 50분께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14관에서 영화를 보던 관람객 124명 가운데 18명이 흔들림을 느끼고 퇴장한 사건은 “안전보다 설계 당시 세심하게 신경 쓰지 않아 생긴 해프닝”이라고 밝혔다. 그는 4D 영화를 상영하는 위층 19관에 설치된 저음용 우퍼 스피커의 진동이 14관 천장에 매달린 영사기에 전달돼 스크린까지 흔들렸는데, 관객들은 진동이 발생했다고 오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교수 모두 롯데월드몰 아쿠아리움과 영화관 영업정지가 안전과 무관한 해프닝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여겨진다. 언론은 마치 큰 사건인 양 보도했으나 전문가들이 확인해보니 해프닝에 불과했을 가능성은 적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 건축 허가 과정에서 빚어진 특혜 시비는 물론, 건설 현장 인명 피해, 임시 개장 후 안전성 논란 등은 결코 해프닝이 아니다. 우리 국민과 언론은 제2롯데월드에 관심이 많다. 재계 5위 롯데도 그룹 차원에서 제2롯데월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만큼 철저하고 준비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왠지 롯데 측의 대응은 허술해 보인다. 

지난 4월 28일 현장설명회도 마찬가지다. 이날 설명회를 취재했던 일부 기자들은 롯데월드몰 안에서 가장 집객 효과가 큰 부대시설인 아쿠아리움과 영화관이 하루 빨리 재개장하길 바라는 롯데와 재개장 허가 명분이 필요한 서울시 측의 들러리 노릇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기자는 5월 가정의 달 대목을 앞둔 롯데가 몸이 달아 서울시와 짜고 마련한 이벤트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꺼냈다.  

최근 롯데나 서울시 움직임을 보면 충분히 수긍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현장설명회 이틀 뒤인 4월 30일 롯데물산은 박재규 경남대 총장, 조완규 전 서울대 총장,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을 비롯한 한국대학총장협회 전·현직 총장 21명이 이날 오전 제2롯데월드을 방문해 롯데월드타워 현장과 롯데월드몰 내 아쿠아리움 시설을 견학했다고 밝혔다. 롯데물산에 따르면, 김문환 전 국민대 총장은 “직접 와서 보니 외부에 잘못 알려진 부분들이 많고 안전시설들이 철저하게 잘 관리가 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루 빨리 정상영업이 돼 중국인과 일본인 등 외국인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좋은 시설들을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여론몰이 냄새가 난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도 조만간 롯데월드몰 재개장 허가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시장은 4월 28일 언론사 부장들과 오찬간담회에서 “국민안전처로부터 아쿠아리움과 영화관 안전에 큰 우려가 없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서울시 시민위원회도 현장을 확인하고 재개장 여부를 논의하고 있어 재개장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21개 시민단체들이 꾸린 ‘제2롯데월드안전문제 시민공대위’는 4월 30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월드몰 재개장을 조만간 허가하겠다는 박원순 시장을 비난하고 나섰다. 공대위는 지반, 항공운항, 변전소, 교통, 화재 등을 제2롯데월드의 5대 불안요인으로 꼽고 공정한 정밀안전진단이 필요하다며 박원순 시장은 재개장 시도를 즉시 멈추고 나아가 조기개장까지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롯데와 서울시 분위기를 보면 롯데월드몰 아쿠아리움과 영화관은 머지않아 다시 손님들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5월 안에 재개장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안전에 문제가 없는데도 재개장을 막을 명분은 없다. 그러나 제2롯데월드안전문제 시민공대위의 반발처럼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제2롯데월드 안전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은 여전하다. 여론몰이로는 한계가 있다. 롯데와 서울시가 어떻게 슬기롭게 문제를 풀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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