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주현 기자]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선 두 기업을 손에 꼽으라면 주저 없이 한미약품과 내츄럴엔도텍을 고를 것이다. 한미약품과 내츄럴엔도텍은 상반된 움직임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두 기업의 움직임은 ‘현재 진행형’이기도 하다. 

한미약품과 내츄럴엔도텍의 차이는 주식시장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22일 장마감 기준으로 한미약품의 주가는 44만4000원이었다. 이날 한미약품 주가는 -2.31%, 금액으로는 1만500원이나 하락했다. 반면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이날 14.76%나 뛰어올랐지만 1만2050원에 머물렀다. 14.76%가 금액으로는 1550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루에 1만 원 넘게 하락했음에도 40만 원대 중반을 지킨 한미약품의 지난해 12월 30일 종가는 10만2000원이었다. 지난 2월 17일 종가도 11만 원에 그쳤다. 그러나 3월 18일 한미약품 종가는 18만2000원으로, 한 달 만에 7만2000원이나 올랐다. 이후에도 한미약품 주가는 고공비행을 이어왔다. 지난 21일 장 중 48만7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많아야 1조 원대였던 한미약품 시가총액은 시가총액 4조5000억 원을 넘어섰다. 

내츄럴엔도텍은 한미약품과 반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 21일 내츄럴엔도텍 1주 가격은 8만6600원에 달했다. 하지만 5월 18일 861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내츄럴엔도텍 주가는 5월 21일 1만500원, 이튿날 1만2050원으로 올랐지만 한 달 사이에 시가총액이 약 1조5000억 원 날아갔다. 이에 일부 소액주주들은 내츄럴엔도텍을 상대로 소송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약품의 주가가 고공비행 중인 이유는 투자자들의 기대감 덕분이다. 한미약품은 최근 몇 년 간 글로벌 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미약품은 2013년 코스피 상장 제약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1000억 원 이상을 R&D에 쏟아 부었다. 지난해는 연매출액의 20%에 달하는 1525억 원을 R&D에 투자했다. 올 1분기에도 한미약품은 신약 개발을 위해 연결회계 기준 매출액 2147억 원의 21.6%인 464억 원을 썼다고 공시했다. 

사실 한미약품의 1분기 영업이익(연결회계 기준)은 지난해 1분기보다 88.2%나 줄어 21억 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많은 투자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제약업계 전문가들은 한미약품 실적이 갈수록 좋아질 것으로 본다. R&D 투자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미약품의 R&D 투자는 속속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 3월 19일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릴리와 최대 6억9000만 달러에 이르는 신약 ‘HM71224’ 기술 수출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면역질환 치료제인 HM71224 기술 수출 계약금으로 5000만 달러(약 564억 원)를 받고, 임상시험과 상업화 단계에 따라 6억4000만 달러의 기술료(마일스톤)를 더 받는다는 계약이었다. 상업화에 성공하면 기술료와 별도로 두 자릿수 퍼센트의 판매 로열티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M71224 기술 수출에 앞서 2월 한미약품은 미국의 항암제 전문 제약사인 스펙트럼 파마수티컬즈와 다중표적 항암신약 ‘포지오티닙’ 기술 수출 계약을 성사시켰다. 4월 19일에는 존 렉라이터 일라이릴리 회장이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를 찾아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과 만나기도 했다. 이런 R&D 투자 성과 덕분에 한미약품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얼마 전 만난 한 제약업계 신약 개발 전문가는 “한미약품이 글로벌 신약 개발 추세를 잘 반영해 표적항암제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머지않아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미약품과 반대로 내츄럴엔도텍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투자자뿐 아니라 우리 국민도 잘 나가던 ‘바이오 벤처기업’ 내츄럴엔도텍을 이제 믿지 않는다. 건강기능식품 원료인 ‘백수오 등 복합추출물(에스트로지)’을 개발하고, 그 원료로 만든 백수오 건강기능식품을 TV홈쇼핑 등에서 팔아 승승장구하던 내츄럴엔도텍 이미지는 땅바닥에 추락했다. 

지난달 22일 한국소비자원이 내츄럴엔도텍 이천공장에 보관 중이던 백수오 원료(원물)에 대한 수거검사 결과 백수오가 아니라 ‘이엽우피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하자, 내츄럴엔도텍은 사실이 아니라며 ‘가짜 백수오’ 논란을 벌였다.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현장조사를 거쳐 내츄럴엔도텍 이천공장 백수오 원료에서 이엽우피소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이에 내츄럴엔도텍은 ‘사기꾼’으로 몰렸다.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원료가 ‘가짜’로 알려지면서 건강기능식품 업계 전체가 피해를 입었다는 하소연까지 들린다. 최근 내츄럴엔도텍 주가가 소폭 오른 이유도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성 매매 때문이란 분석이다.  

한미약품과 내츄럴엔도텍의 정반대 처지는 정공법의 중요함을 시사한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R&D에 투자해야 좋은 결실을 맺게 된다는 게 정공법이다. 특히 가짜 백수오 사건은 우리에게 건강기능식품도 의약품 수준의 안전성 및 원료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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