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바른미래’ 주도권 싸움 치열, 당내 이견도 갈등 요인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열린 제572돌 한글날 경축식 환담장에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열린 제572돌 한글날 경축식 환담장에서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들어선 이후에도 지지율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연일 ‘보수대통합론’을 띄우며 정계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기 위해서는 보수대통합을 통해 보수 야권이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는 논리다.

보수진영에서는 지난 대선과 6.13지방선거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보수통합’ 주장이 제기됐지만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과 통합 이전 바른정당 양측이 치열한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 실현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차기 총선에서 보수야당이 궤멸할 것이라는 위기론이 확산되면서 보수대통합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연일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의 영입론을 띄우며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과 무소속인 원희룡 지사 등은 김용태 사무총장 등 바른정당 출신 당 지도부들이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준 “이런저런 분 접촉해보려고 애쓰고 있어”
손학규 “한국당으로 갈 사람 있으면 가라” 한국당 중심 ‘보수대통합’ 결사 반대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력해서 국정을 바로 잡는 게 중요하지 않느냐는 맥락에서 이런저런 분을 접촉해보려고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내각 장관들이 답변하는 것을 보면 국정수행 능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제각각 분열돼 움직이는 게 맞느냐는 것”이라며 “단순히 물리적 통합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것 외에도 협력방안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과의 접촉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접촉할 수는 있으나 비대위원장 차원에서 접촉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전원책 위원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국민의 희망이 바로 보수를 통합해 단일 대오를 갖추는 것이다. 결국 양당제로 갈 수밖에 없다”며 “양당제가 우리에게 바른 제도라는 믿음을 갖고 있고, 지금처럼 절박한 때 보수가 분열돼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보수대통합과 양당제를 주장했다.

이같은 한국당의 ‘보수대통합’ 띄우기에 바른미래당은 공식적으로는 “통합 불가”라는 강경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은 통합을 이야기할 자격이 없다. 한국당과의 통합은 없다”면서 “보수정당이 모이자는 것이 수구정당이 모이자는 건가. 박근혜가 만들고, 박근혜를 만들고, 박근혜를 탄핵시키고, 박근혜를 구속시킨 그런 정당과 어떻게 통합 이야기가 나오느냐”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손 대표는 “우리 당에서 (한국당으로) 꼭 가야 할 사람 있으면 가라”면서 “개혁보수를 할 사람은 많다. 우리가 중심을 잡을 것”이라고 한국당 중심의 보수대통합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국당, 바른미래당’ 모두 내부 이견 존재
보수진영 차기 대권주자 유승민, ‘명분없이 움직이기 쉽지 않아’

이처람 한국당 지도부는 ‘보수대통합’ 띄우기에 열중하고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통합 불가’를 외치고 있지만 각 당 속내는 복잡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분당을 거치며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에게 깊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친박계는 보수대통합보다는 황교안 전 총리에 관심이 더 많은 분위기다.

유기준 박대출 김진태 의원 등 친박 의원들은 최근 황 전 총리를 만나 “보수 세력의 구심점이 필요하다”며 “당내 마땅한 후보가 없으니 내년 2월 한국당 전당대회에 나서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국당 초·재선 잔류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통합과 전진’은 최근 당 지도부에게 “당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보수대통합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공감을 하나, 현재의 상황은 우선 당내 쇄신과 통합부터 이루어 국민적 신뢰 제고가 우선되어야 하며 보수대통합의 시기 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바른미래당 내부에서는 손학규 대표의 ‘통합 불가’ 입장에도 불구하고 통합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도 있다.

국민의당 출신 이언주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폭정을 막기 위해서는 사소한 이해관계를 넘어서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 출신 하태경 최고위원은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개혁적인 통합을 해야 한다”면서 “자유한국당이 인적 청산하겠다고 전원책 변호사를 불러왔으면 인적청산을 하고 통합 ‘판’을 깔아야지, 인적쇄신은 어떻게 할지 모르겠는데 통합을 따로 이야기하면 되나”라고 ‘개혁적 통합’을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바른미래당 최대주주이자 보수진영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이 열쇠를 쥐었다고 보고 있다.  그가 주도적으로 나설 경우 보수대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탈 수 있다.

그러나 유 의원은 6.13지방선거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사퇴한 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최근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과 만나 향후 거취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명분 없이 움직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유 의원은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돼왔던 한국당과의 통합 주장에 대해 ‘불가’ 입장을 밝혀왔기 때문이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유승민 의원 측 한 인사는 “유 의원을 최근 만났는데 통합을 위한 통합이나 국민의 지지를 받기 힘든 통합에는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더라”고 전했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윤태곤 정치분석실장은 ‘폴리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보수대통합은 시기의 문제가 아니라 조건의 문제”라며 “여권이 약해져셔 양측이 합할 경우 해볼만하다거나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가운데 강한 세력이 있으면 강한 쪽으로 붙게 되는데 아직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보수대통합의 가시적 움직임이 당장 나타나기 힘들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야권의 정계개편 규모는 선거제도 개편 결과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선거제도 개편으로 당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소수야당은 정당득표율만큼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현행 제도의 ‘민의 왜곡’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제도 개편이 무산될 경우 소수정당 의원들은 다음 총선을 걱정할 수밖에 없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정계개편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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