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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칼럼] 코로나19의 확산, 우리가 우선해야 할 것

정략과 사익을 멈추고 인간의 연대를 보여줄 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시가 도심 집회를 금지했음에도,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가 광화문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참가자들 가운데는 확진자가 대거 발생한 대구·경북 주민들, 마스크도 쓰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들은 “우리는 죽기를 각오하고 나왔다”고 외쳤다.

하지만 자기가 죽을 각오를 했다는 것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자기가 죽고 사는 것은 자기결정권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감염 우려가 심각한 상황에서 굳이 대규모 집회를 하는 것은 다른 이웃들에게 감염의 피해를 안겨줄 수 있는 일이다. 자신들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생각할 줄 안다면 지금 시기에 그런 집회는 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국가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자기 하나만 생각하는 모습들을 적지않게 보게 된다. 먼저 이 사태를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광경들이 그것이다. 대구에서 출마한 미래통합당의 김승동 예비후보는 '문재인 폐렴, 대구시민 다 죽인다'는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여 빈축을 샀다. 역시 대구 지역인 같은 당 곽상도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경거망동이 '코로나 재앙'을 불렀다. 코로나 슈퍼전파자가 정부가 아니면 도대체 누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대응 과정에서 정부가 잘못한 것은 비판하고 짚어야겠지만, 정부를 코로나 확산의 주범인 것처럼 비난하는 것도 정략이 앞선 과잉 주장이라는 인상을 준다. 코로나 사태에 대한 미래통합당의 대응은 연일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데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염불보다 잿밥에만 마음이 가 있는 모습이다.

물론 정부의 대응에도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에게 경솔했다는 인상을 심어준 일로 기록된다. 그동안 초기 대응을 잘해왔던 정부의 노력조차 빛이 바랠 수 있는 성급한 모습이었다. ‘중국 입국 금지’ 문제에 대한 신중한 태도는 아직 많은 국민들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의 대응이 여러가지로 느려 방역에 실패했다는 비판여론이 적지 않다. 친여 무소속인 손혜원 의원이 “마스크를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는 얘기를 자랑삼아 한 것도 볼썽 사나운 일이다. 정부가 불철주야 노력했지만 확산을 막지 못한 상황은 그 자체로 인정해야 할 것임에도 문재인 정부의 공로만을 칭송하는 팬덤들의 모습도 지금의 국민정서와는 거리가 있다.

지금 한쪽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다른 한쪽에서는 권영진 대구시장의 책임만을 부각시키는데 여념이 없다. 역병의 정치화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잘했냐 못했냐 하는 책임과 공로를 둘러싼 정치적 공방과 선동을 벌일 때가 아니라, 감염의 확산 방지와 치료에 힘을 모아야 할 때이다.

그럼에도 다른 사람들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만을 생각하는 모습들이 발견된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틈타서 마스크를 매점매석해서 사익을 챙기려는 사람들이 있다. 신천지 신도들의 집단 감염과 관련해서는 진단 권유 거부, 일부 신자에 의한 거짓 종용, 확진 간호사가 신도인 것을 나중에 밝힌 점 등 여러 비협조가 있어왔다.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고 그것이 우리 사회 공동체에 미칠 피해를 염두에 두지 않는 모습들이다. 이러한 행위들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붕괴시키게 된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첫날 얘기는 페스트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시작된다. “사람들은 환자를 피하고 환자에게서 달아났으며, 그리하면 자기만은 살 수 있다는 잔인한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병에 걸리면 버림받고, 돌보는 사람이 없어지는 형편이었습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전염병의 공포는 인간 사이의 유대를 파괴시키곤 했다. 전염병의 위협은 다른 사람의 죽음을 돌아볼 겨를을 허락하지 않았고, 심지어 내가 살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도록 만들었다. 전염병의 공포 앞에서 인간들은 격리되고 단절된다. 페스트를 겪으며 자신이 사는 세계, 자신의 운명을 알 수 없음을 자각한 중세인들은 비관주의에 빠져들거나 삶을 포기하는 방탕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중세 유럽 인구의 3분의 1 이상을 희생시킨 페스트는 그렇게 공동체를 해체시키고 인간들을 파괴시켜 버렸다.

그러나 전염병과 싸우고 이겨내는 일은 인간들 사이의 연대 없이는 불가능하다. 카뮈의 『페스트』가 전하고 있는 것이 전염병에 페스트에 맞선 인간들의 아름답고 숭고한 연대이다. 페스트가 창궐하여 도시는 차단되지만, 목숨을 걸고 페스트와 싸운 의사 리유와 그의 동지들의 사투로 시민들은 페스트로부터 해방을 맞게 된다. 소설은 인간애에 기초한 인간들의 아름다운 연대가 행복을 가져다 줌을 감동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다행히 오늘 우리에게도 수많은 리유들이 있다. 이 와중에도 정략과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들과는 달리, 방호복을 입고 감염의 위험을 무릅쓰며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의료인들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갖고 있다. 마이클 샌델이 말했듯이 인격을 갖춘다는 것은 여러 부담을 인식하며 산다는 뜻이다. 나 하나만 생각하고 산다면 편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인간이라는 특별한 기회를 얻어 태어난 존재이기에 서로에게 주어지는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미덕으로 여긴다. 여러 우울한 광경들 속에서도 우리가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은 그런 사람들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 외부 필자의 기고는 <폴리뉴스>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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