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크러쉬·급호감" 등 누리꾼 호평 일색
프로그램 향해선 "비겁하다" 비판 이어져
국민의힘 "MBC, 공영방송 임무 포기해"
민주당 "과잉 충성…최순실 시즌2" 맹비판
[폴리뉴스 권새나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일명 '7시간 통화 녹음'이 MBC ‘스트레이트’를 통해 16일 보도되자 기존의 우려와 달리 정치권 안팎에선 김씨를 향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며 통화 녹음을 넘긴 서울의소리 기자와 MBC에 대한 비판이 쏟아진다.
특히 국민의힘뿐 아니라 여권 인사로 분류되는 이들까지 우호적인 평가를, 해당 프로그램을 향해선 날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윤 후보가 '부인 리스크'에 대한 부담을 일부 덜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이 김씨를 구하기 위해 상식과 양심을 내팽개쳤다"고 비판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김건희 발언 문제될 일 아냐…MBC는 시청률 장사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방송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후보자의 배우자가 본인에게 과도한 의혹을 제기하는 매체들에 대해서 지적하고,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에 대해서 감사를 표하고, 캠프를 구성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아니다"라며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를 조금 더 명확하게 지적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해당 프로그램에 일침을 놨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김씨를 "참 대단한 여장부"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개된 김씨의 발언들에 연신 "충격이었다"며 MBC를 겨냥, "시청자를 우롱하는 변죽만 울리고, 시청률 장사만 잘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어제 ‘판도라’(MBN 프로그램) 녹화할 때 MBC 비판을 많이 했는데 제가 무척 경솔했다. 최소한 오늘 방송만 보면 말이다"라며 "서울의소리, 열린공감TV, MBC가 우리 도와주기로 작정했을 리도 없고, 다음주에 더 큰 충격을 주기 위해 오늘은 일부러 별 문제없는 것만 편집한 걸까"라고 말했다.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17일 전체회의에서 "공영방송으로서 임무를 포기한 채 불법녹취물을 반론권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대선 목전에 방송함으로써 정치공작의 선봉을 자임했다"고 규탄했다.
이어 "언론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친여 매체 기자가 불법 녹음한 후보 배우자의 사적인 대화 내용을 MBC에서 방송했다"며 "불법 녹취가 6개월여에 걸쳐 조직적으로 치밀하게 행해진 것은 단순히 취재윤리 위반을 넘어 정치공작 행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취재를 빌미로 접근해 관심을 산 뒤 상대 호의를 이용해 저열한 목적을 이루려 한 행위는 도덕적 차원에서도 매우 사악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여권측 인사도 "판도라의 상자 아냐…결국엔 김건희 실드"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도 "방송 내용에 실망했다는 분이 많다. 핵폭탄 같은 폭로성 발언이 등장할 것이라고 기대를 한 탓"이라며 "아무리 친해도 기자에게 자기가 죽을 수도 있는 폭탄을 주지는 않는다"고 했다. 또 “김건희의 발언을 배경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들려주는 편집 방법에 많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김건희가 한 말을 구체적으로 비판하는 작업은 따로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유족의 법률대리인인 정철승 변호사도 "(해당 방송은) 판도라의 상자가 아니었다"며 "내가 김씨 통화 내용을 먼저 들었다면 방송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을 것 같다"고 했다. 류근 시인도 "엠XX이 엠XX 했네"라며 원색적인 비난과 함께 "소문난 잔치에 불러놓고 결국 김건희 실드"라고 했다.
전문가도 역풍이라고 규정, 윤 후보를 돕는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이런 별것도 없는 시시콜콜한 내용을 갖고 무슨 대단한 것이라도 있는 듯이 나라가 떠들썩하게 만들었다"며 "내 판단으로는 역풍을 낳을 각이다. 윤 후보를 무너뜨리려다가 도와주는 꼴이 된 듯하다"고 했다.
핵심·한방 없는 방송에 "제보가 아깝다…그동안 김건희 오해해"
앞서 김건희 씨의 통화 녹음 파일이 MBC를 통해 공개된다는 것이 예고되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통화 분량이 7시간에 달한다는 것이 알려지며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방송 후 '핵심'과 '한방'이 없다는 누리꾼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MBC 스트레이트 16일 방송 직후 해당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런 걸 보도한다는 거에 창피하지 않느냐", "제작진이 비겁했다", "제보가 아깝다" 등 비판과 실망 섞인 글이 다수 게제됐다.
기사 댓글창과 SNS,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기대했는데 내용이 없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더니 별거 없다. 속은 느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 서울의소리 기자를 향해선 "뒤통수를 쳤다"거나 "X아치"라는 등의 비난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김씨를 향해서는 우호적인 댓글과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바보 온달(윤 후보)을 출세시킨 평강공주"라고 표현하거나 "그동안 오해했다", "급호감", "이렇게 똑부러지는 줄 몰랐다", "걸크러쉬"라며 김씨를 호평했다.
민주당 "최순실 시즌2…어느 대통령 후보 부인이 김씨처럼 하는가"
김씨를 향한 긍정적인 여론 반응에도 불구, 민주당은 비판의 수위를 높이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씨를 옹호하는 국민의힘을 향해선 "과잉 충성 경쟁이 눈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라고도 했다.
남영희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은 17일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오늘 아침 라디오 방송에 나와, 김씨가 캠프 비선 실세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물음에 "후보 부인이나 가족이 그 정도도 안 하는 캠프가 어딨냐"고 말했다. 역으로 묻겠다. 과연 어느 대통령 후보 부인이 김건희씨처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어느 후보의 배우자가 기자에게 거액을 제시하며 정보를 갖고 오라는 둥 기자 매수를 시도하는가. 엄연히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는 것이 배우자가 능히 할 수 있는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법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그런 캠프가 있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한 술 더 떠 언론 보도를 "악질적인 정치공작"으로 매도했다. 김건희 씨 입으로 한 얘기가 방송된 것인데 무엇이 공작이라는 말인가. 더구나 김건희씨는 미투 부문에 대해 사과까지 했다"고 말했다.
남 대변인은 "윤석열 후보 역시, 지금은 사실로 드러난 김건희씨 학력·경력 위조 보도를 "공작"이라 한 바 있으니, 그리 놀랍지도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무엇이 공작인지, 근거는 갖고 얘기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또 "국민의힘은 방송 전부터 MBC를 찾아가 방송하지 말라며 시위하더니, 방송 후에는 더욱 눈뜨고 보기 힘든 과민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은혜 공보단장의 음모론부터 '윤핵관'들의 적반하장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안하무인식의 주장만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끝으로 "'윤핵관'들이 충성해야 할 대상은 김건희씨가 아니고 국민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현근택 민주당 선대위 대변인도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김건희 리스크라고 말했었는데 어찌 보면 최순실의 기시감이 든다"며 "최순실 시즌2 아닌가"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김건희씨 본인 입으로 '우리 캠프로 들어와라. 잘하면 1억도 줄 수 있다' 이런 얘기를 계속하는 것은 윤 후보의 선대위 구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해 왔다는 걸 인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김씨의 녹화 녹음 파일을 공개한 MBC 스트레이트 159회는 전국 가구 시청률 17.2%를 기록했다. 전 회차인 지난주 158회 시청률이 2.4%를 나타낸 것에 비해 7배나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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