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文, 남이 써준 연설문
文 대통령 원고수정 ‘인증샷’ 올리며 반박한 윤영찬
‘인플루언서’ 진중권 재반박에 확전 자제하는 여권

연설문을 수정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윤영찬 페이스북>
▲ 연설문을 수정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사진=윤영찬 페이스북>

‘정치 인플루언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문재인 대통령은 의전 대통령”이라는 말 한마디에 윤영찬 의원 등 전직 청와대 각료들이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

전직 교수였지만 현재는 이렇다할 특별한 직위나 직책이 없는 '진중권' 에 대한 청와대 비서진이 일제히 반박하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펴고있다. 그만큼 진 전교수의 영향력이 크다는 반증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여권 지지층에선 “찐석사(박사학위가 없는 진 전 교수를 비꼬는 말)”라는 말까지 나돌며 애써 무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려 하고 있다.

진 전 교수는 10일 문 대통령의 별명이 ‘달님’인 것을 비꼬아 “달은 혼자 빛을 내지 못한다”며 “약간 의전 대통령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민의당 주최로 열린 ‘온(on) 국민 공부방’ 세미나에 강연자로 나서서 “저는 요즘 노 전 대통령 연설문을 보는데 이분 정말 참 많은 고민을 했다는 걸 느끼는데 문 대통령을 보면 그게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문 대통령을 겨냥해 “(문 대통령이) 남이 써준 연설문을 그냥 읽는 거고 탁현민이 해준 이벤트 하는 의전 대통령이라는 느낌이 든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윤미향 사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얘기했는데, 읽었는데 읽은 게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친문, 폐족들이 노무현 팔아먹고 있는 걸 웬만한 자기 철학이 있는 대통령이라면 막았을 거다. 그런데 그분한테 주도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변수가 되지 못한다는 거다”고 했다.

전직 청와대 각료들, 文 대통령 일화 꺼내며 일제히 진중권 저격

이에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었던 윤영찬 의원이 ‘발끈’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연설문 원고를 수정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진을 글에 첨부해 올리면서 “자기가 보지않은 사실을 상상하는 건 진중권씨의 자유입니다만 그걸 확신하고 남 앞에서 떠들면 뇌피셜이 된다”며 “남을 비판하고 평가할때 꼭 참고하십시오. 저는 직접 지켜봤기에 말씀 드리는 것”이락 밝혔다.

최우규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도 논란에 참전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서 “진 전 교수가 문 대통령을 가리켜 ”남이 써 준 연설문을 읽는다“고 발언했는데, 어디서 누구에게 확인해서 저렇게 단정적으로 이야기 했는지 모르겠지만, 명백한 거짓”이라며 “누구에게 듣거나 어깨 너머로 본 게 아니라 내가 해봐서 안다. 문 대통령은 직접 연필로 가필하거나 문안을 교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 전 비서관은 “두세 꼭지를 올렸는데 한 꼭지만 채택되고, 다른 한 꼭지는 (문 대통령) 본인이 직접 채택한 이슈를 연필로 적어 보낸 적도 있었다”며 “이를 증언해줄 이는 차고 넘친다. 국회에 가 있는 이들 중에도 이를 지켜본 이들은 꽤 있다”고 밝혔다.

하승창 전 청와대 사회혁신수석도 같은 날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진중권 씨가 있지도 않은 일, 사실이 아닌 것을 억측으로 사실인 양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문 대통령이 남이 써 준 것 읽는다는 것은 대체 어디서 듣고 본 것인지 모르겠으나 사실이 아니다. 참모들이 써 준 글을 스스로 고쳐 쓰시거나 아니면 직접 작성해 말씀하시는 것을 본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기대됐던 대로, 진 전 교수는 즉시 반응했다. 그는 “작심 발언도 아니고 지나가면서 한 얘기였다. 그냥 흘려들으면 될 것을 전직 청와대 참모 셋이나 달려들었다”며 “그들이 발끈하면서 슬쩍 빼먹은 부분이 있다. 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을 찾아 읽는다“는 부분이다. 그 부분을 가려버리고 연설문 문구를 수정했는지 여부로 논점을 옮겨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 전 교수는 “통치철학의 문제를 원고교정의 문제로 바꿔놓고, ‘우리 각하도 교정을 했으니 철학이 있다’고 맹구 같은 소리를 한다”며 “인증샷까지 올렸는데, 멍청한 문빠들에게나 통할 허접한 기술을 선수에게 걸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대통령은 철학의 빈곤. 참모들은 지능의 결핍.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과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도 둘 사이의 질적 차이를 못 느낀다면, 참모 자리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참모 셋이 거의 수령을 옹호하는 총폭탄이 되겠다는 결사보위의 태세로 덤벼드는데 이 세 분의 수준을 노무현 대통령 시절 연설비서관을 지냈던 분과 비교해 보면 된다”고 일침했다.

이에 윤 의원은 11일 “오늘 진중권씨의 관심 전략에 넘어간 듯 하다”는 짧은 반응을 보였고, 최 전 수석 역시 이날 “어제처럼 여전히 할 말은 많지만, 호불호와 논평의 영역은 내버려두겠다”며 확전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최근 유행하는 ‘진중권 무시하기’ 전략으로 나가는 것이다.

직설적 설전에서 시로 은유하는 등 논쟁 방식마저 다각화

서로 간의 직설적이고 공격적인 설전 대신,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은 아예 시를 써서 우회적으로 진 전 교수를 비판했다. 그는 ‘빈 꽃밭’이라는 시를 이날 자신의 SNS에 올려 “어느 날 아이가 꽃을 꺾자 일군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며 “아이는 더 많은 꽃을 꺾었고 급기야 자기 마음속 꽃을 꺾어버리고 말았다”고 적었다. ‘꽃’은 변해버린 진 전 교수와 그의 과거 진보적 세계관을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진 전 교수는 자신을 ‘아이’에 비유한 시를 써 “아이가 X를 치운다”, “아이는 결국 청소하다가 지쳐서 주저앉았다. 아이는 기형도가 불쌍해졌다”며 신 비서관을 비꼬았다. 설전의 양식이 직설적 비난보다는 은유적인 시의 형태로 발전한 것이다.

SNS상의 설전의 방식이 전형적인 상호 비방전에서 시를 쓰는 방향으로마저 발전하고, 심지어 그 주체가 전직 청와대 각료들이라는 것이 진 전 교수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졌음을 방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11일 ‘폴리뉴스’와의 통화에서 “진중권 전 교수는 기득권에 편입된 적도 없고, 학자적 양심을 지키고 있으며 어떠한 도덕적 물의나 법적 문제사건을 일으킨 적이 없다”며 “그런 포지션이기에 그런 목소리가 영향력이 있을 수밖에 없다. 진중권의 대체제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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