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피워야할 당신이 꽃을 꺾자 일군의 사람들 박수...헛된 공부여 잘 가거라”

[출처=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 페이스북 캡처]
▲ [출처=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 페이스북 캡처]

[폴리뉴스 정찬 기자] 신동호 청와대 연설비서관은 11일 시(時)로서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를 진보의 길을 걷다 주저앉은 변절한 지식인으로 표현했다. 진 전 교수가 문재인 대통령을 “남이 써준 연설문을 읽는 의전 대통령”이라고 한 데 대해 연설문 작성 담당자로서 소견을 밝힌 것이다.

신 비서관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고(故) 기형도 시인의 시 ‘빈집’을 기린다는 말과 함께 차용한 ‘빈 꽃밭’ 제목의 시 도입부 “(어느 날 아이가 꽃을 꺾자/ 일군의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아이는 더 많은 꽃을 꺾었고/ 급기야 자기 마음속 꽃을 꺾어버리고 말았다)”를 통해 오랜 동안 진보적 지식인의 길을 걷던 진 전 교수가 지난해 9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태 속에서 보수언론과 보수진영의 총아로 떠오른 상황을 ‘아이가 꽃을 꺾는 행위’로 묘사했다.

신 비서관은 기형도 시인의 ‘빈집’ 첫 대목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라는 대목을 차용해 시 의 첫 대목을 “꽃을 잃고, 나는 운다”라고 썼고 이어 “문자향이여 안녕,/ 그림은 그림일 뿐, 너를 위해 비워둔 여백들아/ 도자기 하나를 위해 가마로 기어들어 간/ 예술혼이여 맘껏 슬퍼해라/ 꽃을 피워야할 당신이 꽃을 꺾고/ 나는 운다, 헛된 공부여 잘 가거라”라고 했다.

‘꽃’은 진 전 교수가 그동안 추구했던 ‘가치’를 상징하며 진 전 교수가 스스로 그 ‘꽃’을 꺾고 변절했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그래서 이에 대한 안타까움을 “예술혼이여 맘껏 슬퍼해라”고 표현했고 “나는 운다, 헛된 공부여 잘 가거라”는 말로 진 전 교수(헛된 공부)와의 이별을 고했다.

신 전 비서관은 또 “즐거움(樂)에 풀(艸)을 붙여 약(藥)을 만든/ 가엾은 내 사랑 꽃밭 서성이고/ 울고 웃다가, 웃다가 울고 마는 우리들아/ 통념을 깨는 곳에 아름다움이 있었다/ 부조화도, 때론 추한 것도 우리들의 것이었다/ 숭고를 향해 걷는 길에 당신은/ 결국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았지만/ 꽃을 잃고, 우리는 울지 않는다.”고 했다.

숭고한 가치(꽃)를 추구하는 과정에 지식인들의 변절 사례들이 근현대사 에서 반복됐다는 것을 “부조화도, 때론 추한 것도 우리들의 것이었다”는 말로 축약하고 진 전 교수의 행보를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고 했다. 또 역사는 이를 극복해왔다는 의미에서 “꽃을 잃고, 우리는 울지 않는다”는 구절로 시를 끝맺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연설문을 줄곧 작성해온 신 비서관은 대외적으로 드러내놓고 활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 전 교수가 문 대통령을 “남이 써준 연설문을 읽는 의전 대통령”이라고 말하자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시로 나타낸 것이다. 신 비서관은 강원고 3학년 학생이던 1984년 ‘오래된 이야기’로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등단한 시인이다.

신 비서관이 차용한 기형도 시인의 ‘빈집’ 시는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로 사랑을 잃은 심경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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