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
이준석 “불특정 다수의 불편을 볼모 삼는 시위방식 중단하라”
전장연 “장애인 권리예산 법안 처리하라…李, 지하철 나와라”
민주당‧정의당 “약자의 어려움 공감‧배려‧연대, 목소리 들어야”
김예지 “책임 통감…정치권 대신해 전장연에 사과드린다”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28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 3호선에서 전장연 및 시민단체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요구 시위인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에 참여한 뒤 승강장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가 28일 서울 중구 충무로역 3호선에서 전장연 및 시민단체의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요구 시위인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에 참여한 뒤 승강장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유경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동권 보장 시위’에 나선 장애인 단체에 “시민을 볼모 삼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며 연달아 비판의 글을 올리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은 지난해 말부터 이달까지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 등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운동을 벌여왔으며 28일 진행된 시위가 25번째다.

민주당과 정의당에서는 이 대표의 발언에 맹비난을 가했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의원은 28일 시위 현장에 나타나 장애인 단체에 사과를 했다. 한편 SNS상에서는 장애인 단체의 시위 방식이 옳지 못했다는 이 대표의 지적을 옹호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8일 이 대표는 전장연의 시위에 대해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특히 서민주거지역에 불편을 주려는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순환선 2호선은 후폭풍이 두려워서 못 건드리고 3호선, 4호선 위주로 지속해서 이렇게(시위) 하는 이유는 결국 하루에 14만명이 환승하는 충무로역을 마비시켜서 X자노선인  3,4호선 상하행선을 모두 마비시키는 목적”이라며 “결국 불편을 주고자 하는 대상은 4호선 노원, 도봉, 강북, 성북 주민과 3호선 고양 은평 서대문 등의 서민주거지역”이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전날에도 페이스북에 “억울함과 관심을 호소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지하철을 점거해서 ‘최대 다수의 불편’에 의존하는 사회가 문명이냐”며 “‘불특정한 최대 다수의 불편이 특별한 우리에 대한 관심’이라는 투쟁방식을 용인한다면 우리 사회의 질서는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장연은 독선을 버려야 하고 자신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서울시민을 볼모삼아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며 “저는 전장연이 무조건 현재의 불특정 다수의 불편을 볼모 삼는 시위방식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조건 걸지 말고 중단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장연이 장애인 단체로써 특별하게 대한민국 장애인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것도 아니다”라며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장연을 ‘비법정 단체’라고 평가절하한 것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장연이 다른 5개 소위 법정단체에 비해 특별히 권위를 부여받아야 된다든가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릴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전장연 “장애인 권리예산 수용, 민생법안 처리하라”

지난 25일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대표를 향해 "괜히 엉뚱한 것으로 갈라치려 하지 말고 국민의힘과 인수위가 조건 없이 2023년 장애인 권리예산을 수용하고 장애인 권리 민생 4대 법안을 가장 빠른 국회 일정에 통과부터 시키라"고 촉구했다.

26일 전장연에서 일했던 한 활동가는 페이스북에 “누가 떼를 쓰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누가 소통하고 있지 않은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이 대표에게 “지하철 선전전에 나와 달라”고 공개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이 대표는 “전장연이 결국 지하철 시위를 하는 이유는 이미 94% 설치가 됐고 3년 뒤에 100% 설치될 것으로 이미 약속이 완료된 이동권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 평생교육법안, 탈시설지원 등에 대해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지하철 타는 시민’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 아니냐”며 “탈시설과 평생교육법과 지하철 타는 시민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해당 활동가가 장애인인 국민의힘 김예지, 이종성 의원을 언급한 것에 대해 이 대표는 “이 의원은 본인부터가 25년 넘게 (장애인) 활동가로 지내오셨고, 지체장애인으로 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까지 지내신 분”이라며 “전장연이 하는 말이 이 의원의 경험에 비해 우위를 가져야 할 이유도 없으며 전장연의 요구사항을 이 의원과 국민의힘에서 다르게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정의당 “李, 약자의 어려움 공감‧배려‧연대해야”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선 이 대표의 발언과 태도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왜 장애인 단체에서 시위를 하러 나왔는지 그 이유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질타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대표는 스스로가 혐오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비판하고 불쾌해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지금까지 이 대표의 여성, 장애인, 동물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태도의 결과치"라고 꼬집었다.

이어 고 의원은 "약자라는 프레임을 씌워 잘못도 무조건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그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배려'와 '연대'의 정신으로 함께 살아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또 28일 이 대표가 3·4호선에 해당하는 지역을 ‘서민주거지역’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저급한 의도”라며 꼬집었다.

고 의원은 “굳이 서민주거지역이라고 쓴 저급한 의도가 너무 뻔히 보인다”라며 “대꾸할 가치도 없어 보인다”라고 했다. 이어 “다만 서울시에 있는 공공기관과 기억들에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4호선 노원, 도봉, 강북, 성북 주민과 3호선 고양, 은평, 서대문 등에 살고 계신 분들의 출근이 조금 늦어도 양해를 부탁드린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누군가의 절규와 호소가 담긴 시간이라 생각해주시길 부탁드린다”라며 “교육받고 싶고, 이동하고 싶고, 이웃과 함께 동네에서 살고 싶은 ‘보통의 일상’을 누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눈물이라 생각해달라”라고 말했다.

박지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장애인들이 왜 지하철에서 호소하는지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지하철을 타지 않는 장애인, 지하철이 없는 지역에 사는 장애인도 불편함 없이 이동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헌법 34조5항은 신체장애자와 질병 등 기타 사유로 생활 능력이 없는 국민이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돼있다"며 "여야는 장애인 단체가 요구한 특별교통수단 지원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지속적인 협의를 반드시 이어가야 한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모든 국민 이동의 자유는 철저히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지웅 민주당 비대위원은 이날 BBS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이 대표의 글을 봤을 때 그 글의 내용이 아주 부적절하다"며 "(이 대표는) 시위 자체가, 그것이 매우 잘못됐다고 공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지하철을 타는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고, 그 불편함을 얼른 해소해 드려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시위를 못 하게 해서 교통약자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방식으로 문제가 풀리는 것이 아니라, 시위하게 된 이유를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25일 이 대표의 주장 이후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하게 지하철을 탈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해 시위에 나선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는 못할망정 공권력을 동원해 진압하라는 과잉된 주장을 거침없이 내놓는 차기 여당 대표의 공감능력 제로의 독선이 참으로 우려스럽다”고 질타했다.

장 의원은 또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애인들이 시위하는 이유는 국민의힘과 이 대표가 장애인 권리 예산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시위의 요구사항은 외면한 채 엘리베이터 설치율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흠집 내기에 집착하는 이 대표의 직무태만이야말로 시위할 수밖에 없게 하는 원인”이라고 적었다.

김예지‧이종성, 국민의힘 내부서도 반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은 28일 전장연이 경복궁역에서 진행한 시위에 참석, 정치권을 대신해 무릎을 꿇으며 사과했다.

이날 전장연은 오전 8시 3호선 경복궁역에서 지하철로 4호선 혜화역까지 이동한 뒤 오전 9시부터 혜화역 동대문 방면 승강장 5-3에서 77차 '혜화역 승강장 출근 선전전'을 했다.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인 김 의원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공감하지 못하고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에 정치권을 대신해서 사과드린다. 정말 죄송하다"며 무릎을 꿇었다.

이어 "불편함을 느끼신 시민분들께 죄송하다"며 "상상만 해도 불편하고 짜증나는 일이다. 정치권이 해결하지 못한 일 때문에 시민들이 불편을 겪게 해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 함께 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 대표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향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 요구했다.

장 의원은 "정치가 필요한 자리, 정말로 와야 하는 자리는 이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변화에 책임이 있는 분들이 시위에 찾아오셔서 공식적이고 책임 있는 면담을 할 준비를 해오셔서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예산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만나겠다는 책임 있는 입장을 내달라고 요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체장애인인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이준석 대표와 만나 40여분 면담을 갖고 이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우려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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