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던 이영선 세종갑 선거구 후보의 공천 취소로 해당 지역구가 대혼란에 빠졌다. 당선 가능성이 높던 민주당 후보 공천 취소로 국민의힘 류제화 후보와 새로운미래 김종민 후보가 양자 대결을 펼치는 가운데 '갈 곳을 잃은 민주당 표심'을 두 후보 가운데 누가 더 많이 흡수할 수 있느냐가 이번 총선에서 당락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민 후보는 26일 민주당 당원들을 향해 사과 메시지를 내는 등 표심 잡기에 시동을 걸었다. 민주당 지도부도 국민의힘 당선 보다는 김 후보가 낫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김종민 "민주당 당원들에게 사과".. 류제화 "오락가락 행보, 세종 시민이 우습나?"

앞서 지난 23일 민주당은 공천 검증 과정에서 다수 주택을 보유하고 갭 투기를 한 의혹이 있다면서 이영선 후보 공천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공천취소 결정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이미 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에서 단행됐다. 이에 세종갑은 민주당 후보 없이 류제화 국민의힘 후보와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민 새로운미래 후보의 양자대결 구도가 됐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25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공천취소된 이 후보와 관련해 "당으로는 참 아픈 결정"이라면서도 "그만큼 중대사안이라고 봤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단순히 거짓말한 것뿐만 아니라 막말을 해서 국민들의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있으면 읍참마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문제야말로 민주당이 지난번에 정권을 내주게 된 아픈 지점"이라며 "민주당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맞지 않고,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공천취소를 결정했다"고 했다.

이 후보의 공천 취소로 민주당 표심이 갈 곳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김종민 후보는 민주당 다원들에게 사과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26일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튜브에서 "나름 정치인으로 뜻이 있고 생각이 있어 한 행동이지만, 당원들이나 지지자들에게 상처가 됐다면 죄송하다"며 "방법상의 차이를 넘어 대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민주당이 싫어서 또 민주당의 가치나 정신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한 게 아니라 더 잘해보고자 하는 마음에서 한 거니까 그리고 방향도 윤석열 정권을 어떻게든지 심판을 해서 나라를 바로잡아야겠다는 방향도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당) 탈당과 (새로운미래) 창당 과정에서 두 가지 논쟁이 있었다"며 "기득권 정치 양당 정치를 양비론적으로 비판해야 된다는 전략이 있었고, 또 윤석열 정권 심판이었다"고 했다.

김 후보는 "민심은 민생이니 미래니 하는 거를 만들어 가려면 윤석열 검찰 정권을 단호하게 심판하고 바로잡지 않으면 민생 정치고 미래 정치고 그게 가능하겠냐 이런 말씀들이 압도적인 인식"이라고 했다.

민주당 이영선 후보의 낙마 뒤 지역 민심에 대해서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들이 상당히 큰 충격을 받으셨다. 그래서 지금 저한테 표를 달라 이렇게 말씀드리기는 약간 좀 미안한 상황"이라며 "일단은 좀 상황을 추스르시고 마음을 좀 이제 가라앉히고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며칠새 여러분을 만났는데 '이제 김 의원이라도 잘해서 어떻게든지 국민의힘을 꺾어라' 이렇게 말씀하는 분들도 계시고 '탈당을 해 너무 섭섭하다. 내가 표를 주고 싶은데 과연 줄 수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겠다'는 분도 계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류제화 후보는 "김종민 후보의 오락가락 행보에서 전형적인 기성 정치인의 모습을 본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류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탈당 이후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에 합류하고 다시 탈당, 새로운미래에 둥지를 틀었다"며 "이제는 어떻게 하면 민주당을 더 낫게 만들까에 대한 의견 차이가 있었을 뿐이라며, 다시 민주당을 향해 구애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오락가락 행보를 하는 모습을 보면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재선 지역구인 논산·계룡·금산을 떠나 세종으로 지역구를 옮긴 김 후보의 진정성을 의심한다"며 "김 후보는 세종 시민이 우습냐? 지금 세종시는 행정수도가 되느냐 이대로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머무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종 시민은 반복된 희망 고문에 이제는 인내심이 바닥났고 세종시 건설 사업은 끊임없이 주춤거리고 있다"며 "닳고 닳은 심판론으로 세종시 총선을 물들이는 것은 새로운 미래가 아니라 '오래된' 미래다"며 비판했다.

이재명 "세종갑서도 尹심판해야…김종민에 달려" 홍익표 "국힘 당선보다 낫다"

민주당 지도부도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를 생각하면 김종민 후보가 낫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26일 유튜브 김어준의뉴스공장에 출연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점은 명확한데 과연 그럴 여지가 있는지 당원과 국민께서 판단할 것"이라며 "결국 새로운미래 김종민 후보에게 달렸다"고 밝혔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25일 BBS 불교방송 '전영신의 아침 저널'에서 "세종갑 유권자들께서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저희가 김종민 후보를 민다고 말할 순 없지만 국민의힘이 아닌 다른 후보를 선택하는 것이 그래도 가장 나은 선택 아니냐고 얘기할 수 있다"며 국민의힘 후보가 되는 것보다 야당인 김종민 후보가 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김종민 새로운미래 세종갑 후보는 천운을 타고났다고 말했다. 민주당 지지층들이 어쩔 수 없이 김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는 취지다.

최 전 수석은 26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하여튼 김종민 의원은 천운이 왔다"면서 "(새로운미래가) 지역구 당선이 좀 어려워 보였고 비례대표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도 아닌 상태에서 김 의원이 당선된다면 (새로운미래) 얼굴이 되고 방향타가 된다"며 김종민 후보가 일약 당 간판이 될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류제화 "신행정수도특별법 개정해야" vs 김종민 "대통령이 마음 바꿔야"

두 후보는 지난 25일 열린 TV 토론회에서 행정수도 완성 해법과 세종법원·검찰청 설치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세종시 출입기자단과 SK브로드밴드 세종방송 주최로 어진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류제화 후보가 "행정수도 완성의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관련 법을 현재 상황에 맞게 변경해 다시 추진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자, 김종민 후보는 "대통령이 마음을 바꾸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맞섰다.

류 후보는 "정치인들은 고장 난 라디오처럼 '행정수도 개헌 명문화'를 말하지만, 이는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현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2004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가로막힌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을 2024년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해 다시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쉽고 빠른 길을 놔두고 다른 길로 돌아갈 필요가 없다"며 제가 국회에 들어가면 관련 법을 즉각 대표 발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에 김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은 세종에서 국무회의를 격주로 하겠다고 공약해놓고 지금까지 두 번밖에 하지 않았다"며 "행복도시법에 대통령 집무실 관련 조항이 있는데, 주 집무실을 세종시에 둔다는 강제 의무 규정으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이 약속을 안 지키면 심판받는다는 것을 이번 선거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시에 법원과 검찰청을 설치하는 문제를 놓고도 두 후보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김 후보는 "세종법원과 검찰청 설치는 요건을 다 갖췄고 대법원장도 인정한 사안인 만큼 21대 국회 임기 내에 해결해야 한다"며 "여야 법사위 간사를 잘 설득해 21대 국회에서 마무리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류 후보는 "김 후보의 말대로 접근하면 해결하기 어렵다"며 "세종시가 행정수도가 되면 법원·검찰청 설치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만큼 '신행정수도 건설 특별법' 시즌2를 통해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보 재가동 문제에 대해서도 팽팽히 맞섰다. 

류 후보는 "오늘 저는 세종보 재가동을 찬성했지만, 김 후보는 답변하지 않았다"며 "김 후보는 세종보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보를 설치해 강의 흐름을 막는 것은 바람직하지않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이 문제는 찬반양론이 있는 만큼 주민투표를 해보면 좋겠다. 주민의 뜻을 모으고 타협하는 절차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