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전수영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는 미래창조과학부의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인수합병(M&A) 변경허가 사전동의 요청에 대비해 재정 및 기술적 능력에 대해 심사한다. 이 부분은 재무안정성과 투자 계획의 적정성을 살피는 부분이다.

SK텔레콤은 이동통신업계 1위이며 해마다 상당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에도 1조708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런 재무적 안정성을 바탕으로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 이후에도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하지만 한국방송협회 등을 비롯한 인수 반대 측은 SK가 밝힌 투자 계획은 실효성이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한국방송협회는 지난달 8일 인수합병과 관련한 SK브로드밴드의 수정 사업계획 ‘콘텐츠 펀드 3200억원 조성’이 정부의 인·허가를 받기 위한 ‘면피용 약속’이라고 지적했다.

한국방송협회는 “투자 계획의 외형은 커졌으나 실제 자체 투자액은 오히려 줄었으며, 공익성 담보를 위한 어떤 조치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은 “이번 계획은 마치 콘텐츠업계에 단비라도 뿌려주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실은 SK텔레콤이 자신들이 구축하는 미디어 유통플랫폼에 콘텐츠를 조달하는 방법을 장황하게 설명했을 뿐”이라며 “한마디로 SK텔레콤 중심의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콘텐츠 생태계를 황폐화시키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이 과거 인터넷TV(IPTV) 출범 당시 5년간 5000억 원 이상을 콘텐츠에 투자한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나로통신, 신세계통신 합병 당시에도 통신비 인하를 공언했지만 지금까지 가계 통신비 인상을 주도해온 사업자는 SK텔레콤이며 이번 콘텐츠 생태계 활성화 계획에 과거 SKT의 허언들이 오버랩 될 수밖에 없다는 게 협회의 설명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은 그동안 콘텐츠 구매에 3700억 원 이상, 투자에 990억 원 이상 등 4700억 원가량을 썼다며 한국방송협회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한국방송협회는 이번 인수합병은 현행 방송법 및 동법 시행령의 소유제한 기본 취지에 벗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법은 방송사업자 간 주식 또는 지분 소유를 33% 이하로 제한하는 규정을 명기하고 있다. IPTV사업자가 명시돼 있지 않아 이번 인수합병 과정에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려는 인수합병 주체들의 꼼수가 나타나고 있지만, 당연히 방송법의 기본 취지를 고려할 때 법에 어긋난 인수합병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

특히 정부입법으로 개정을 추진 중인 통합방송법에 따르면 이번 인수합병은 법률 취지에 크게 어긋나고 있다. 통합방송법 개정안은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라는 일관된 규제를 적용하기 위해 ‘유료방송사업’ 개념을 신설해 종합유선방송사업, 위성방송 외에 IPTV방송사업까지 포괄한 뒤, 대통령령에 따라 ‘유료방송사업자’의 소유·겸영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에서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한 후 통합방송법이 개정되면 다른 기업들의 M&A의 길은 막혀 버린다. 이렇게 되면 SK텔레콤은 시장에서 현재보다 더욱 우월한 지위를 갖게 된다며 업계는 걱정하고 있다.

더욱이 위법 소지가 있는 인수합병을 통합방송법 이전에 처리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생떼쓰기’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다.

한국방송협회는 또 재벌 플랫폼 사업자의 등장과 횡포로 방송시장이 필연적으로 급격하게 황폐화될 것이라는 점이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횡포에 가까운 이동통신 중심의 결합판매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산업을 점차 붕괴시켰고, 방송사업 영역에서 재벌의 독과점화 우려가 증폭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IPTV 사업자들은 콘텐츠 사업자들과의 상생보다는 콘텐츠사업자에 대한 협상력만 높여 적절한 콘텐츠 대가를 치르지도 않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제기된 재벌의 독과점 횡포 우려에 대한 설명이 없이 이를 회피하고 허망한 계획뿐인 투자금액만 내세우는 것은 ‘사탕발림’이자 ‘꼼수’라는 입장이다.

한국방송협회는 거대 플랫폼 사업자가 적절히 통제되지 않을 경우 방송의 공익성과 공정성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했지만 인수합병의 주체는 직사채널 운용은 안 하겠다는 약속이 없다며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14개 단체로 구성된 방송통신실천행동도 28일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M&A 심사가 IPTV와 SO 간 소유·겸영에 대한 입법 불비 상태에서 진행되면서 향후 국회에서 진행될 통합방송법 논의에 부정적인 역할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어 “지금과 같은 입법 공백 상황에서 M&A를 허가할 경우 통합방송법이 M&A 결과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자칫 기존의 소유겸영규제마저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국회 입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국회가 나설 것을 요구했다.

한편 아직 개정되지 않은 법에 이번 M&A를 결부시키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도 존재한다. 이렇게 주장하는 이들은 미래의 개정될 법을 현재 상황에 대입하는 것은 또 다른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부는 통합방송법이 현행법이 아닌 만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통합방송법의 개정 여부를 배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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