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지났지만, 짚고 싶다. 30일 낮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정부합동브리핑의 답변을 듣는 순간 깜짝 놀랐다. 한덕수 총리의 차분한 대처를 뒤집은 황당한 답변이었다. "경찰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 "예년에 비해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은 아니었다". 별 다른 특별한 대처가 필요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천재지변이 아닌 축제 행사에 150명이 넘는 압사 사망자가 발생한 대참사 비극을 두고 한 주무 장관의 첫 대국민 답변이 그랬다.
일단 주무 장관으로 무한 책임의 자세를 표명하는 것이 우선이다. 2년의 코로나 팬데믹의 마스크 시대에서 첫 야외 ‘노마스크’ 해방 행사였다는 데 대한 상식적 상황인식도 없었다. 실제 인파가 예년과 별 다를 바 없었는지도 확언할 수 없다. 같은 인원수라도 더 들뜬 분위기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설령 예년과 같았더라도 안전에 대한 경찰의 대비는 늘 불완전하다. 더 촘촘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다음 날에는 예년 대비 인파가 30% 늘었다고 했다. 그런데 특별히 우려할 상황이 아니어서 특별한 대처도 필요 없었다고 주무 장관이 할 발언인가?
순간 실언일까? 패닉에 빠진 국민들의 심정에 대한 공감 능력이 전혀 없는 장관이다. 공감과 상황인식 능력은 국가경영에 참여하는 인사들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이런 기본 자질이 결여된 인사들이 또 다른 주요 직책을 맡고 있을까 걱정된다.
야당 인사가 참사에 대한 일성으로 참사 원인이 청와대 이전 때문이라며 ‘윤대통령 물러나라’는 글을 썼다가 국민적 비극을 정쟁화시키고 있는 비난과 역풍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런데 수습과 위로를 주도해야 할 주무 장관의 공감 능력이 부족한 언행이 오히려 국민을 화나게 하고 있다. 점차 반성적 과제로 살펴야 하겠지만, 무한책임의 당국이 부족했던 점이 없을 리 없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무한책임’ 자세는 당연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도 8년이 지났다. 우리는 당시의 국민적 슬픔이 언제부턴가 정파적 쟁점이 돼버리면서 안타깝게 되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번에는 정부 당국과 지자체가 무한 책임의 자세로 수습하고 대처해야 한다. 책임도 필요할 것이다. 우리 또한 사회적 책임을 공유하면서 슬픔을 극복해가길 바란다. 꿈틀거리는 정쟁화 모습이 없지는 않다. 재발을 방지하고 책임을 제대로 따지기 위해서도 이번 ‘이태원 참사’가 정쟁화되어서는 안 된다. 불의의 참사로 고인이 된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또 유가족 분들에게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표합니다.◆
- 김만흠
-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박사
-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 가톨릭대학교 교수,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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